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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년 전 결혼(식)을 생략하기로 한
나의 선택에 대한 글을 쓴다.
* 이 글은 3년 전 기준으로,
지금의 나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이 꽤 있으며
이는 추가 글을 통해 업데이트하고자 한다.
내가 결혼식을 생략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함께 했을 때
더 좋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났지만
내게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수적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이 오롯이 내 문제였다면,
난 평소처럼 이 문제를 (파묘처럼) 파헤치고 파헤쳐
'저에겐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요러요러합니다'라고 명확히 공표했을 거다.
하지만 나와 파트너,
그리고 양쪽 가족이 모두 관련된 문제였기에
평소 내 해결방식은 먹히질 않았고 역효과만 났다.
이 과정에서 나는
'모든 문제를 꼭 명확히 짚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뭉뚱그리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나의 삶은
누군가에게 '결혼, '동거‘, 사실혼’, 이상한 관계'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어 질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어떠한 워딩으로 정확히 정의'내려지지 않아도,
(남에 의해 정의받을 필요도 없지만)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살아가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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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연애를 하며
누군가를 깊이 좋아해 본 적은 있었으나,
한 번도 '결혼'을 하고 싶은 적은 없었다.
가끔 연애상대로부터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진심으로 속이 울렁거리고 니글거렸다.
(자유롭게 날다가, 쇠창살에 퍽 갇히는 느낌)
누군가의 와이프 또는 엄마가 된다는 상상은
내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솔직히 전자는 불편했고, 후자는 부담되었다.
나는 나 자체로 존재하고 싶었다.
(좀 더 깊게 풀면,
난 사실 여자로서 존재하고 싶지도 않는다.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고 평가받고 싶다.)
이 과정에 있어
유튜버 '아는변호사’님의 영상은
비단 결혼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함에 있어 큰 도움을 주었으며
실제 나와 파트너의 관계가 파국으로 이를 때쯤엔,
아는변호사님의 사무소에 방문하여
결혼식을 생략하고 사는 삶에 대해
유료 상담까지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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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이밍이라던가.
33살, 나로 하여금 함께 할 때
서로에게 '시너지'가 날만한 사람을 만났다.
1. 바이브가 항상 안정되어
-> 나를 감정적으로 자극시키지 않으며
(감정적이라는 나의 단점 보완)
2. 어떤 상황에서든 신뢰할 수 있고
-> 30대의 나에게 예측불허 마력쟁이는 파국임
[예측가능=신뢰=안정=평화]
(불안에 취약한 나의 단점 보완)
3. 어머니가 집안의 리더인 환경에서 자라
'가모장적'인 나를 잘 이해해 주며
-> 내가 나일 수 있음
(가부장적이지 않은 남자 찾기 상당히 힘듬)
(골목대장 같은 나의 성향 유지 가능)
4. 말을 예쁘게 하는 데다가,
-> 같은 말을 해도 듣기 좋음.
(예쁜 말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 저격)
5. 가족과 돈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이었다.
->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2가지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되니, 피 터지게 싸울 일 극히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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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과의 삶은 살아보지 않아도
상당히 안정적일 것이 예측되었으나
결혼이라는 제도와 결혼식은 싫으나,
파트너와 살겠다는 말은
우리 부모님에게도 ‘쉽사리’ 먹히지 않았고,
(우리 부모님도 내 딸이니 이해하는 거지
네가 지금 하는 말이 이해하기 쉬운 말은 아니다
라는 얘길 해주셨다.)
내 머리에서 나온 말을
파트너도 어렵게 이해/지지해 준 것이었기 때문에,
파트너가 파트너의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또한
양가 부모님이 서로 만나기도 전에,
'결혼도 안 할 거고 애도 안 가질거다'라는 말을 드려,
부모님들께 의도치 않은 상처들을 드렸었다.
당시의 난, 양가 부모님이 만나기 전에,
확실히 해야 할 부분은
상처를 드리더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말씀드리는 방식의 요령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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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지둥 거리는 내게 엄마가 준 팁은
네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꼭 짚어서 하지 말라는 거였다.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도의만하고,
그 후에 네가 원하는 대로 살라는 것이다.
-> 그동안 내가 살면서 해온 ‘정면돌파식’
문제해결방식과는 정 반대되는 의견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양가 부모님을 모신
단출히 식사를 함으로써
양가 부모님 (특히 파트너 부모님)으로 하여금,
우리가 '결혼'이라는 과정을 간단히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실 수 있게 진행했다.
대신, 그동안 뿌린 축의금도 받으시고,
부모님이 지인들에겐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알리실 수도 있도록
부모님용 종이/모바일 청첩장도 만들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부모님이 중요시하는 것 중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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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회사에 다녔었다. (지금은 내가 퇴사)
회사에 10년 정도 다녔고,
좋아하는 동료들도 있지만
같이 산지 2년 까진 직접적으로 우리 둘의 관계를
공표하진 않았다. (회사 경조사 게시판 등)
하나,
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함께 사는 것을 안다(고 한다)
근데 의외인 것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 쳐도,
내 또래인 사람들 역시
식을 안 하고 같이 살고 있는
우리를 이상하게 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축하를 해주려면,
꼭 공식적인 어나운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어나운스를 기다린다고 했다.
(내 생각에, 축하를 해주고 싶은 관계라면,
내가 먼저 말하든/ 상대가 먼저 들었던
내가 청첩장을 주든/ 저녁식사자리를 만들든
소식을 듣는 과정과 형식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역시나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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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결혼식을 생략한 배경에는
나의 '확신'이 있어 어려워도 헤쳐나갔으나,
결혼식을 생략한 이후엔
(나와 파트너 우리 둘의 삶에는 아무 문제없어도)
외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어려움을
많이 느꼈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상황과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지 않고,
결국 내가 원하는 삶으로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해,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엄밀히 부모님)
원하는 최소한의 과정만 거쳤다.
사실 이 과정이 힘들다면 힘들고,
복잡하다면 복잡한데
그럼에도 나는 이 선택이 만족스럽다.
또한 이 희한하고 이상한 선택을 한 나를
계속 이해해 주며 나와 함께 하기로 한 파트너에 대한 감사와 애정이 커진다.
그래서 예전에는
결혼? 제도? 신혼여행?이라는 말만 나와도,
개 -버럭 하면서 '신혼여행? 야! 이건 그냥 여행이야' 이런 식의 반응을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누가 나보고 결혼했냐고 물으면
'웃으며 네~'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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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도' '식' '신고' 모두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면 되는 거고,
안 할 경우 과정의 피로함은
본인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삶이 혼자 사는 삶보다 낫다고 생각된다면
현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잘 추진해 보시길.
(전 쫌 우당탕탕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