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점 찾기.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 남짓 되었다. 달리기를 해야지 하고 나이키 러닝 앱을 깔고 달리다 걷다 하는 기록을 시작한 지는 3년이 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제 10km 어쩌면 하프마라톤도 도전해볼 만한 그런 나를 나는 러닝 어린이라는 뜻으로 '런린이'라고 소개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는 정말 내가 초보자임을 인지하고 초보자에 걸맞게 초급용 트레이닝을 찾아보고, 초보용 러닝화를 사고, 달리기 초보에게 해주는 조언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달리기 기록을 인증하면서 #런린이 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런린이는 언제까지를 말하는 거지?' '런린이 해시태그는 언제 그만 달수 있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서 기준을 정했다. '그래. 10km를 무난하게 달릴 수 있을 때 런린이를 그만 달자.' 푸하하하 이 땅 위에 일만 이천 러너들이 비웃을 마음가짐이었다.
달리기라는 것에 매력을 느껴 매일 달리는 요즘에서야 나는 자세나 착지법 호흡 등 달리는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내 몸을 연구하고 실험한다. 마냥 상쾌한 기분에 취해 막 달려 나가는 때와는 마음가짐이 정말 많이 다르다.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그 마음으로 달리면서 나는 '런린이'를 벗어나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소한 나의 취미 또는 자기 단련에 지나지 않는 달리기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는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가장 큰 축의 두 가지 일 - 육아와 자영업 -에 있어 나는 초보자인가 숙련자인가?
나는 이전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엄마 경력이 10년쯤 되었고, 경단녀에서 자영업자로 변모한 지 5년쯤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오~ 그래 이제 초보는 아니겠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일을 대하고 아이들을 대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력은 연차와 비례하지 않는다. 이것을 나는 아래의 글을 보고 더 크게 느끼고 깨달았다. 정말 그렇다. 실력은 연차와 비례하지 않는다.
이 글에는 드라이퍼스 모델이 나온다. 이것은 고도의 기술을 습득한 전문가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5단계로 나눈 것이다. 가장 처음 단계인 초보자를 거쳐 타인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 고급 입문자,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중급자에서 맥락과 큰 그림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숙련자, 마지막으로 정보와 지식의 근원이 되는 전문가까지의 단계가 드라이퍼스 모델이다.
나는 이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 태도가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저 다섯 단계 중 어디쯤에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2단계인 고급 인문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연차'라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내가 꽤나 높은 단계에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고 기르는 것에 있어서 전문성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나는 애매하지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내 아이에 대해서 만큼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육아에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건 오은영 박사가 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내 아이와 나의 특성 그리고 가정환경에 특화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전문가는 멀었고 중급자의 자리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만약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아이에게만 집중 (아니, 전업주부도 가사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아이에게만 집중 못한다.(단호)) 했다면 중급자쯤은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육아에만 올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육아는 한 인간의 삶에 깊게 관여해 평생을 살아가는 뿌리를 다지는 일이지 업무나 경력에 쓸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육아는 책임감이라는 막강한 장치를 통해 더 나은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강점은 지금 내가 어디쯤인지 비교적 냉정하게 파악했다는 것에 있다. 이제 목표 지점과 도달 방법을 알고 있는 의식적 노력을 통해 런린이에서 벗어나고 육아 입문자에서 벗어나 내 일도 큰 그림을 보면서 달려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