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즈음 삶을 춤추다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길거리에서 작은 사진전을 열었던 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간 나만의 사진전을 열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했지만, 나의 사진을 보면서 한 명쯤은 그 사진을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우연히 아르바트 거리를 걷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 재미난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하는 생각 해 다가갔다. 아주 작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사진을 교환하고, 사진을 걸고 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가져가고 있었다. 주최 측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물어봤고, 사진을 걸어도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한치의 고민도 없이 우리는 사진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어떤 사진을 전시할까 많은 고민을 한 후 사진을 현상했다.
사진의 뒤편에는 나의 이름과 sns 정보를 입력했다.
그리고 사진을 하나씩 하나씩 잘 보이는 곳에 걸었다.
걸고 보니 시선이 자꾸 내 사진으로 향했다.
누가 내 사진을 보고 있나? 누가 내 사진을 가져가는 걸까 하는 들뜬 마음으로…
낯선 외국인이 사진을 거는 모습을 지켜본 걸까?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우리의 사진이 있었고, 함께 사진을 찍자며 말을 걸어왔다.
기분이 묘했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운 적도 없는 보잘것없는 사진이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는 모습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길거리 사진전을 하면서 많은 사진을 보던 중 내 사진 앞에 멈춰서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내 사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사진을 찍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보고 있는 걸까?'
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마구마구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작가의 의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찍은 그 사진을 보고 단 1% 라도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면 사진에서 전하고자 했던 의미와 다르더라도
각자의 생각 각자의 해석으로 그 사진을 바라본다면 그것 또한 새롭고 즐거운 일이지 않을까?
나는 사실 여행은 언어가 통해야만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사진전을 하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 속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생각했다.
그래!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좋으면 그뿐이지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