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o
결코 시간이 멈추어 질 순 없다 Yo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 것은 단지 하나 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환상 속엔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그것 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아무도 그대에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나 둘 셋 LET'S GO 그대는 새로워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꼭 잘될 거라고 큰소리로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대가 살고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환상 속엔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내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은 Yo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위로 뛰어다니고
그대는 방 한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 *
우리는 꿈을 꾼다. 어느새 MZ의 시대가 가고 잘파(ZALPHA)의 시대가 온다는데, 나는 아직도 X세대이다. 철 지난 얘기지만, 당연하게도 X세대가 신세대였던 때가 있다. 그 시절 나의 아이돌은 듀스와 서태지였다. 듀스의 시대는 듀오의 해체와 김성재의 의문사로 짧은 활동의 막을 내렸지만, 고등학교를 중퇴한 서태지는 말 그대로 1990년대 한국을 뒤흔들었다. (그는 많은 것을 자신 이전과 이후로 바꾸었지만, 또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나니 그것도 또 한 때였나 싶기도 하다.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에는 '환상 속의 그대'라는 곡이 실려 있다. 제목이 말하듯 '자신 만의 환상에서 깨어나서 새롭게 시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그게 노래 가사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마음만 먹으면, 무언가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착각하곤 하지만, 당연히도 변화에는 꾸준하고 무수한 실행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은 단단한 현실의 벽에 지레 겁먹고 자신의 위대한 시작을 무한 연기하거나 자신 만의 환상 속으로 다시금 파고들고 만다.
굳이 어려운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에서 볼만한 콘텐츠를 고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늦은 밤 잠들기 전에 머리를 식힐 만한 드라마 시리즈 하나, 영화 한편 고르는 것 조차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자극적인 쇼츠의 무한 반복이나 수많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타이틀과 예고편을 무한 탐색하다 결국 지쳐 핸드폰과 리모콘을 내려놓고 얕디 얕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 우리의 흔한 일상 속 풍경이다.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 / 지금 자신의 내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시작만 하면 자신은 달라질거라 말하지만, 환상이 깨어지는 것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한다.** 거울을 들여다보라. 미처 시작하지도 못한 채 시들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신의 맨얼굴을 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흔히 생각하는 자신과 실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시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환상의 나라에 가닿기 위해서는 피, 땀, 눈물이 필요하다. 아, 꾸준한 노력이라니, 그 얼마나 지루한 노릇인가?
그래서 우리는 다시 자신의 환상 속에서 산다. 삶은 항상 로딩 중이다. 다른 이들의 헛된 꿈만 좇아가다, 누구가의 명령을 수행하다, 그렇게 어딘가 놓여 있을 안전하고 쉬운 길을 찾아 헤메다 별안간 잠에서 깨어나면, 인생이라는 등짐의 무게에 지친 팍팍하고 비루한 현실을 자신의 변색된 저해상도 꿈과는 차원이 다른, 8K 초고해상도로 마주하게 되겠지.
*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의 3번 트랙
** '환상'이란 무엇인가? 90년 말에 등장한 또 다른 문화 현상 <매트릭스>에서 네오와 모피어스는 이렇게 말한다.
네오 : "이게 실제가 아니라 말이오?"
모피어스 : "무엇이 실제(real)인가? 실제란 걸 어떻게 정의할 수 있지? 만약 자네가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보고, 쳐다보는 것을 실제라고 한다면, 실제는 자네 두뇌가 해석한 전기신호에 불과해. 세상은 신경들의 상호작용이 꾸미는 시뮬레이션으로 존재할 뿐이네. 그걸 우리는 매트릭스라고 부르지. 니오, 자네는 꿈 세상을 살아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