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길을 가는데 어떤 어르신이 내게 짧게 말씀을 건네시더라고. 왜 그런 눈 있잖아, 눈물이 맺혀서 벌겋게 된 눈. 시뻘건 눈으로 나를 붙잡고, '학생, 인생은 추억이야... 다 추억... 인간은 다 추억으로 사는 거야... 행복하게 살어...' 하고 가시더라고. 무섭기도 했는데 뭔가 먹먹하기도 하더라."
"술 취하셨나? 얼마나 어른이셨는데..?"
"음... 글쎄, 아빠뻘...? 술 취하신 것 같았어. 술냄새도 났고.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말거니까 무서웠는데, 저 말만 하고 가시니까 왠지 먹먹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집 가서도 생각이 나더라구. 인생은 다 추억이라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어... "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그날 밤 친구랑 내린 결론은 '우린 아직 잘 모르겠다'였다. 그 말의 무게는 넌지시나마 가늠은 하겠지만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우린 아직 너무 어린 것 같다는 게 그날의 결론이었다.
30대에 들어선 요즘은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삶은 하나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생각. 그래서 인생이란 어떤 이야기들로 삶을 채워나갈 것인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거기에는 허무와 회한도 얼만큼 담겨있겠으나 스무 살 무렵의 기억을 담아 표현하자면 '인생은 결국 추억'이라는 말에 더 가까울 것 같다.
그래, 인생은 다 추억이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다 보면 그리고 브런치북을 발간할 만큼 애정어리게 운영하다 보면 주변에서 '왜 하는지'를 많이들 묻는다. '어떤 목적'이 있는지도 정말 많이 묻고... 그때마다 나름대로 생각해 본 이유와 목적들이 있지만 사실 근본적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고,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단순히 친구들을 만날 꺼리를 만들어 볼 요량이었다. 다들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지지 않나...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친구들이 모일 이벤트가 있다면 좋겠는데, 조금 더 건강한 것이 없을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하게 됐다.
어쨌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모임이지만, 나를 믿고 참여해 준 친구들과 이 모임을 주변에 소개해 준 친구들에게 절대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가까운 집착이 있었다. 가볍게 친구끼리 시작한 모임에서 그런 강박을 가질 필요가 있겠냐만은 나란 인간은 원래 그런 놈이라 어쩔 수가 없나 보다.한편으로 친구들에게 좋은 모임으로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구와 치기 어린 자존심도 물론 있었고... 아니지.... 많았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우리의 모임 역시 언젠가 헤어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운영자가 끝을 생각하며 운영한다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이건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탓이다. 지금껏 모임을 시작한 이래 당장이라도 모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놓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항상 참여해주는 모든 모임원들이 고맙고, 지금껏 열렸던 독서모임이 하나같이 소중하고, 더 잘하지 못한 죄송한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의 '브런치북'은 그 강박과 인정욕구, 앞으로 있을 헤어짐에 대한 미련의 결과물이다. 모임은 없어질지언정 우리의 이야기는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참여자들의 생각들을 기록하고 싶었고, 그렇게 더 좋은 모임을 제공하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추억을 더 쌓고 싶었다.
이 모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나도 모르겠다. 더 오랫동안 더 좋은 모임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것임을 안다. 그저 모임이 유지되는 것에 항상 감사하며, 순간순간 묵묵히 진심을 담아 보려 한다.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함께하는 분들께 이 모임이 훗날 2020년 즈음을 돌아보며 '내가 그 나이 때 이런 독서모임도 했었지...'하고 생각에 잠길 추억거리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인생은 다 추억이니까.
Adieu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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