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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버른앨리스 Oct 23. 2018

강연 녹취록 #1- 워홀과 돈에 대하여

10월 8일 유한대학교 강연 중에서

2주의 짧은 한국 일정을 마쳤어. 
주목적은 나의 첫 번째 책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관련된 강연과 인터뷰 하기 + 비루한 몸뚱이 검진받기.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었지만 그래도 계획했던 일정은 다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다행이야. 

한국 일정 중 나는 4번의 강연과 2번의 인터뷰를 했어. 말이 강연이지 편하게 문답식으로 생각을 주고받는 북 토크에 가까웠던 것 같아. 이민을, 혹은 워홀을 꿈꾸는 동료 청년들에게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정리하는 강연 준비를 하면서, 또 북 토크를 하면서 많은 글을 썼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어. 흘려보내기 아까운 -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한번 정리해볼게!




10월 8일, 부천 유한대학교 강연 녹취, 편집본



< 강연자 소개 등 서론 중략>


유한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준비하면서 진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러분들은 제 책을 읽었거나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어서 시간을 내서 저를 보러 오신 분들이 아니잖아요. 여러분들 입장에서는 멀쩡한 수업시간에 교수님 대신에 이상한 누나, 혹은 언니가 들어와서 떠드는 걸 텐데!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흥미도 끌고 도움도 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거든요. 결론이 안 나서 그냥 20살 때 저로 돌아가서 그때의 제가 듣고 싶어 할 만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요. 

어설픈 성공기나 책 이야기도 어차피 제 자랑이나 제 책 팔아먹으려는 홍보가 될 거 같아서 하기 싫고 청년을 위한 위로나 진로 멘토링은 저보다 잘하시는 분들 하는 말씀 유튜브에 널렸는데 딱히 의미 없죠.

우리 조금 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봐요. 대학생 입장에서 궁금한 이야기를 같이 나눠보고 이따가 궁금한 거 있으면 질문해주세요. 


 


저는 대학교 때 돈은 없고 해외는 나가고 싶고 해서 워킹홀리데이에 관심이 참 많았었어요. 

지금도 그렇지 않아요? 대학생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외국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워홀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워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볼까 해요.


그럼 먼저, 혹시 이 클래스에 워홀을 이미 다녀오신 분 계세요? (없다)

아니면 워홀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요? (몇 분 손들음)


저는 제가 본인이 워홀 출신이기도 하고 호주 생활 10년 차에 제 레스토랑에서 늘 워홀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현재도 생활하기 때문에 워홀에 대해서 꽤나 많이 안다고 생각해요. 저는 워홀을 준비하면서 걱정이 진짜 많았거든요. 저한테 고민 상담을 신청하는 친구들도 보통 보면 그때의 제가 했던 고민들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여러분도 공감하실지 모르겠어요. 크게 나눠보면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를 참 많이 해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공감하지 않나요? 저는 워홀을 10년 전에 했지만 저도 딱 저 3가지가 가장 크게 고민이었거든요.


돈, 영어, 인종차별.

많이 고개 끄덕여주시는 거 보니 공감하시는 거로 알고 하나씩 뽀개가면서 천천히 이야기해볼게요.



지금부터 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정답은 없는 주관적인 이야기예요. 저는 저 스스로도 워홀 출신이고 10년간 수많은 정말 천 단위는 될법한 워홀러들을 지척에서 본 사람으로서 제 기준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라는 거 참고해주세요!


그렇죠, 가장 징그럽고 현실적인 주제죠. 

돈.






첫 번째, 돈은 얼마나 준비해서 가야 해?

이거 고민되죠. 제가 워홀 준비할 때도 진짜 모으다 보면 아무리 모아도 모자란 거 같고 또 생각해보면 돈으로 다 해결될 거도 아닌데 더 모아서 가는 게 의미가 있나? 돈은 거기서 더 잘 벌리는데 거기서 벌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랬어요.

인터넷이나 워홀 책들 보면 완전히 천차만별이잖아요. 많이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적게 가지고 가도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죠. 사실 한국에서도 같은 돈 100만 원도 풍족하게 쓰는 사람 있는가 한 반면에 한 큐에 날리고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 하는 사람도 있듯이 이거도 진짜 케바케인데요. 일반적으로는 비행기표를 제외하고 100만 원에서 300만 원선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평균 200만 원 정도. 


일반적으로 첫 방값으로 5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지불하게 돼요. 

< 멜버른 시티 기준. 시드니는 3,4인실이 동일 가격. 멜버른이나 시드니나 시티에서 벗어날수록 저렴 >


현재 2인 1실 방은 주에 130- 160불 정도. (방 크기와 위치, 상태에 따라 다름. 한국돈으로 11 - 14만 원선)

보통 2주 치를 내는데 간혹 가다가 한 달치를 지불하는 곳도 있어요. 그리고 방값 외에 2주 혹은 4주 치 금액을 보증금으로 미리 지불하는 것이 관례예요. 이 보증금은 퇴실할 때 분실되거나 파손된 부분이 없으면 돌려받는 돈이라고 보면 되고요.

그러므로 가장 보편적으로 150불 * 2주 방값 + 보증금 2주 치 = 600불 정도 (50만 원 정도) 가 첫 2주 치 방값으로 나가요. (4주 치를 낸다고 치면 방값은 2배, 보증금은 보통 2주 치예요!)


사실 2주는 구경하고 집구하고 뭐 계좌 개설하고 등등하다 보면 다가요. 일자리 구해서 돈 벌기에 빠듯한 시간이고 최소 한 달은 필요하거든요. 한 달은 방값 걱정 안 하는 게 좋아요. 그러다 보니 100만 원 정도는 한 달 집값으로 필요해요. (50만 원 집값, 50만 원은 보증금) 그리고 또 한 달은 일자리 구하기 전에 마음 놓고 생활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비가 필요하겠죠.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100만 원은 있는 게 좋아요. 오자마자 너무 궁상떨다 보면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정 떨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새로운 곳에 오면 뭐해요, 즐길 수가 없는데. 맥주 한잔, 커피 한잔이라도 마음 편하게 먹어야 새로운 곳에 적응하죠. 

일이 늦게 구해질 수도 있으니 넉넉히 100만 원-200만 원은 가지고 있는 게 좋아요.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그런데 지금 그러면 돈이 더 있으면 더 여유롭겠네? 하는 생각을 하겠죠?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 너머는 딱히 워홀의 삶의 질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수중에 돈이 많으면 보통 그 돈이 떨어질 때까지 구경하고 놀다가 나중에 일을 구해요. 반대로 돈이 부족하면 빨리 일을 구하거든요. 사실 호주 생활이라는 게 여행과는 달라서 일도 하고 사람도 사귀고 하면서 더 즐거워지는 부분이 있어요. 사람 인생에서도 어느 선까지의 물질적 풍족함은 삶의 질과 정비례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못준대요. 비슷한 것 같아요. 돈이 많다고 더 즐겁고 충만한 워홀을 하는 건 결코 아니에요. 돈을 쓰면서 경험을 쌓는 여행과는 달리 워홀은 오히려 돈을 버는 과정에서 경험도 쌓고 추억도 생기는 구조거든요. 


가끔 극단적으로 적은 돈으로 오려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것도 비추예요. 오자마자 일을 구했다던지 50만 원 들고 와서 버텼다던지 하는 사례들은 정말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되는 게 보통은 특이하게 잘 풀린 케이스니까 말을 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평범한 사례들, 한두 달 정도 적응하며 일을 구하는 대부분의 워홀들의 이야기는 묻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례들이 확률상 더 정확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돈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기본적으로 일을 구하고 적응할 수 있는 1-2달의 방값 생활비까지는 꼭 가지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상은 선택이지만 필수는 아니라는 것! 






두 번째, 일자리를 구하기 수월할까?


이 것도 정말 천차만별이라고 봐요.

호주 내에서 수많은 구인, 구직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호주는 정말 처음이 어려워요. 첫 알바 구하기가 제~~~~~~일 어렵고 그다음에는 쉬워질 거예요. 이건 장담해요!

호주는 영국 문화가 아직 짙게 남아있어요. <레퍼런스>라는 개념도 남아있어요. 신원을 보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가 않아요.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이다 보니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나 개념의 차이가 크지 않아요. 출신 학교나 신상이 적혀있는 이력서와 신분증 사본 같은 거 제출하고 하잖아요.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는 거죠. 그런데 호주는 정말 세계 최고 다문화국가다 보니 이 사람이 어디에서 온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요. 그렇다고 신분증을 내라거나 개인의 상세정보를 내라거나 하는 건 또 불법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 사람이 기본적인 상식은 있는 사람인지, 믿을만한 사람인 건지를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전에 일했던 곳이 되는 거예요. 한국에서 일했던 곳도 좋지만 상대방이 아는 곳이 가장 좋죠. 호주 내의 업체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돼요. 


이쯤 되면 <첫 취업하기가 힘들면 그 경력을 어떻게 만들죠?>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텐데,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어렵지도 않아요. 제가 꼭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호주식으로 제대로 바꿔서 쓰라는 거예요. 대부분의 현지 유학원들에서는 이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든요. 전 직장 레퍼런스가 없더라도 개인 레퍼런스라도 꼭 넣고요. 신원을 보증할 수 있는 보증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로 연락이 갈 수 있거든요. 영어로 본인의 신원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하면 좋아요. 이 것도 유학원에 부탁하면 보통 흔쾌히 해주시니까 참고하세요!


호주는 보통 3분의 1의 구인이 지인 추천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요. 그것도 아마 신원보증이 더 확실하기 때문에 생긴 문화일 거예요. 한국보다 훨씬 지인소개로 아르바이트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러니까 첫 알바, 첫 셰어하우스 이후에 아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훨씬 수월해질 수밖에 없어요. 처음에는 좀 고전하더라도 이 관문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 
한인 업체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아, 어쩌지?

제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죠? 저도 엄연히 멜버른에 있는 한인업체 사장이잖아요. ㅎㅎ

그런데 저도 워홀을 올 때 진짜 다짐한 게 굶어 죽을지언정 한인업체에서 일하지는 말자, 였어요. 되게 뭐랄까, 해외까지 나가서 편하게 안주하는 거 같고 현실과 타협하는 거 같고 해서 싫었거든요. 하지만 한 달도 안돼서 거지가 되고 영어는 못하니까 자연스럽게 한인 레스토랑에서 이력서를 넣게 되더군요. 해장국집에서 일했었어요. 시드니에 있는 청진동 해장국집. 진짜 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지금 드는 생각은, 한인업체에서 시작하는 게 굳이 나쁜 일이 아니었는데 괜한 거부감이 컸던 거 같아요. 사실 그때의 저처럼 호주 문화에 아주 문외한인 상태에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는데 그때는 몰랐죠. 기본적인 단어들, 예를 들면 냅킨을 호주에서는 serviette이라고 하거든요. 또 예를 들면 저는 계속 헷갈렸던 게 숫자 7을 계속 1로 보고 계산했거든요. 호주랑 한국이 숫자 7을 쓰는 방법이 틀려요. 저는 몰랐죠.



 카드나 호주달러 계산하는 방법, 기본적인 응대 법, 음료, 베지테리안의 다양한 개념 등은 한국어로 배우는 게 훨씬 빨랐어요. 안 그래도 영어도 힘든데 낯선 문화와 일까지 배워야 했다면 분명히 과부하가 났을 거라고 생각해요. 문법을 배울 때 영어로 배우는 거보다 한글로 배우는 게 편하듯이 이런 시스템은 한글로 배우는 게 훨씬 편해요. 한번 배워놓으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어요. 현지 식당이나 카페 같은 데서. 

모르면 당황해서 실수하는 일도 잦아서 겨우 들어간 현지 업체에서 못 버틸 수 있거든요. 제가 아는 경우는 카드계산을 할 때 40불이면 한국처럼 4,0 누르고 계산하고 100불이면 1,0,0 누르고 계산해서 업체에 손해를 몇 천불 끼친 친구도 있었어요. 호주는 센트 단위가 있어서 끝에 00을 더 눌러줘야 하거든요. 만원은 백 원 받은 거죠. 십만 원은 천 원 받고. 호주에서는 이게 너~~ 무 상식이니까 안 가르쳐준 거예요. 물론 잘렸죠. 이런 일들이 진짜로 있을 수가 있어요.


한인업체 중에서도 한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과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 나뉘어요.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곳은 대부분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영어를 잘하고 호주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는 곳이 많아요. 배울 게 아주 많아요. 처음에는 그런 곳들을 공략해보면 좋아요. 물론 아예 한국 사람 상대로 하는 곳보다는 영어가 더 필요하겠지만.


한인업체에서 '인턴쉽'을 거치고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게 나쁜 일이 아니에요. 굳이 질색하고 피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오히려 추천도 좀 하고 싶어요. 호주 문화에 아주 문외한이라서 겁이 난다면 조금 익숙한 환경에서 시스템을 배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괜찮아요. 전략적으로 굉장히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의외로!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할 필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조금은 익숙한 방법으로 시작해도 괜찮아요. 



<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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