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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버른앨리스 Oct 29. 2018

강연 녹취록 #2- 워홀과 영어에 대하여

10월 8일, 부천 유한대학교 강연 녹취, 편집본


10월 8일, 부천 유한대학교 강연 녹취, 편집본


 #2 - 워홀과 영어에 대하여. (feat. 필리핀 어학연수)



전편 :  #1- 워홀과 돈에 대하여 https://brunch.co.kr/@alicemelbourne/188



자, 이제 그럼 두번째로 넘어가볼까요?

돈만큼 현실적으로 발목을 잡는 두번째 고민은 아마 영어겠죠. 저도 정말 영어 때문에 고민 많이 했었어요.

모두 제가 용감하게 확 호주로 도피를 했다고 짐작하시는데 저는 워홀을 무려, 유학도 아니고 워홀을 1년반을 준비했거든요. 모든 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영어에 대한 공포 때문 이었어요.


한국에서 기초 문법이라도 정리해서 가야될거 같고 필리핀 스파르타 학원이라도 찍고 호주를 가야지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벌려고 1년이라는 시간을 한국에서 더 보내고서야 호주로 떠날 수있었어요. 그만큼 저도 깊게 고민을 했던 주제이니 만큼 좀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첫번째, 영어는 얼마나 준비해서 가야해?


이건 정말 정답이 없는거 같아요.

왜냐하면 정말 신기한게 헬로 밖에 할 줄 몰라도 사람들 사귀고 맨날 놀러다니고 일 척척 구해서 잘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어를 진짜 잘하는데도 적응에 실패하고 일을 못구하는 사람도 정말 많거든요.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일, 영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환경도 정말 많아요. 예를 들면 청소 알바, 한인 식당 주방, 레스토랑 디쉬워셔 등등의 일은 영어를 못하는 상태에서도 당장 시작할 수있어요. 한국 친구들을 잘 사귀는 사람들은 또 알음알음 일자리를 소개받는 일도 엄청 많구요. 저는 생존 요소 1번이 영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긍정적인 성격과 붙임성,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1번이었어요.


영어를 한국에서 엄청 준비해 온다고 해도 호주식 영어에 적응을 하려면 시간이 걸려요. 호주 특유의 웅얼웅얼 입안으로 먹어들어가는 발음이 있거든요. 나름대로 필리핀에서 영어 울렁증을 좀 깼다고 생각했는데 호주에 오자마자 다시 무너졌던 경험이 있어요. 영어를 완벽하게 준비해 오기란 어려워요.


그리고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일 수록 흡수를 빨리 하는 경우도 정말 많다는 거예요. 제가 그랬어요. 주변의 친구들이 토익식 영어에 익숙하고 문법을 지킬 때 저는 아는게 없으니까 들은대로 따라하고 그랬거든요. 친구들은 1년이 지나도 한국식 영어를 하는데 저는 금방 호주식 영어를 구사할 수있었어요. 하얀 백지였던 상태가 오히려 도움이 된거죠. 어차피 이 것도 정말 케바케예요.





두번째, 가면 영어가 얼마나 늘어?


이런 이야기 주변에서 많이 듣죠?


'워홀가면 영어 하나도 안늘더라! 내 친구는~ '

'워홀가면 영어 엄청 늘던데? 내 친구는~'


이런 이야기는 아예 들을 필요가 없어요. 의미가 없는게 진짜 사람마다 다르고 천차만별이거든요. 백명이면 백명, 다틀려요. 주변에 있는 친구 5명이 다 늘었다고 해서 느는 것도 아니고 주변 5명 다 망했던데? 라고 해서 나도 망할거도 아니예요. 제 주변에는 호주 1년 만에 너무 영어만 쓰다보니 한국말이 교포처럼 어눌해지고 한글단어가 바로바로 기억안나고 잠결에 전화받을 때도 영어로 받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호주에 10년째 사는데도 은행에 혼자 못가고 전화 오면 못받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아요. 본인이 어떤 타입인지는 본인도 절대 알 수없어요. 늘 수도 있고 안 늘 수도 있어요. 그건 본인이 정하면 되요. 스트레스 안받고 놀고 쉬다 오자, 할 수도 있고 가는 김에 영어 하나는 잡고 오자, 할 수도 있어요.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세번째, 영어공부는 어떻게 해야해?

여기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스크린에 있는 질문 하나만 풀어볼까요. 저의 레스토랑 수다에서 손님이 나가면서 저에게 준 피드백 네가지 중에 부정적인 표현이 있어요. 몇번일까요?

만약에 '음식 어땠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THAT WAS OKAY'라고 한다면 그건 음식은 별로였다는 뜻이예요. 먹기는 먹었는데 그냥 그랬다는 뜻이예요. 무언가 문제가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요.

바로 심각한 얼굴로  'ANYTHING WRONG?' 이라는 질문이 따라가죠. 지금은 그렇게 하지만 저는 처음에 이해가 안됐어요. 오케이는 좋다는 뜻아닌가? 왜 그게 나쁜거지? 생각했어요.  


영어라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한국에서 배운 대로 기계적으로 단어와 뜻을 대입하다보니 저는 영어가 늘 잘 이해가 안됐어요. 그렇다보니 영어는 나랑 안맞아! 하는 말을 달고 살았죠.  늘 문장은 어색하고 영어는 멀게 느껴졌어요. 영어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굉장히 과장되고 오글거리는 문장이 되잖아요. 뭐 밥 한끼 먹었는데 뭐가 엄청나게 퐌타스픽하고~ 러블리하고~ 어메이징하고~ 할까 싶은 거예요.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굉장하다는 말을 우리는 일상에서 잘 쓰지 않으니 어색하고 오글거릴 수밖에 없었던 거죠.


지금 돌아보면 저는 어떤 영어 단어의 한국식 암기 뜻에 갇혀있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 단어를 쓸 때의 느낌을 기억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늦게 알았죠. 영어는 수학처럼 딱 떨어지지 않아요, 절대. 한국어가 정확히 영어에 대입되지 않아요. 그냥 비슷한 의미일 뿐이지만 느낌은 아예 다를 수가 있어요.

아, 이런 뜻이구나가 아니고 아, 이럴 때 이런 느낌으로 쓰는구나, 를 습관적으로 기억하면 좋아요.(강조!!!!!)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해서 익히는 영어는 한계가 있어요. 아무리 외워봤자 한국식 영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딱딱함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영어는 학문으로 공부하는게 아니고 운전이나 수영처럼 몸에 익히고 흡수하는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정말 맞는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성격상 영어의 과장이랑 호들갑이 정말 어색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눈 질끈 감고 나는 지금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상황에 임했던 것 같아요. 지금 나는 내가 아니고 무슨 미드 속에 있는 '코리안걸 앨리스'다. 라고 생각하고 상황극을 하듯이 영어를 했는데 진짜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새로운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나한테 새로운 자아가 생긴다는 말이 있어요. 새로운 성격의 내가 하나 더 생기는 거라고. 정말 공감하는게 저는 영어할 때랑 한국어할 때랑 약간 달라요. 영어를 쓰는 제가 훨씬 더 밝고 발랄해요. 제 주변에는 영어를 주방에서 배워서 평소에는 얌전하다가 영어만 하면 욕하고 거칠어지는 애도 있고 영어를 무슨 영국식 사극같은거로 배워서 엄청 교양있어지는 친구도 있어요. 막 귀족 영어하고 갑자기 조신해지고 그러더라구요. 그런거 보면 신기하고 참 재미있어요.

본인이 다른 언어를 할 때 어떤 성격이 될지 궁금하다면 영어로 한번 발견해보면 좋아요! 적극 추천합니다 :-)




 





*단골로 받는 번외질문 



필리핀 어학연수 진짜 효과있어?

주변에 보니까 엄청 늘었던데? vs  하나도 효과없던데?



진부한 대답이지만 어쩔 수없어요. 필리핀 어학연수도 진짜 케바케예요!

학원 특성도 천차만별이고 지역 특성도 있어요. 예를 들면 레포츠가 발달하지 않고 날씨가 선선한 산꼭대기에 있는 < 바기오 > 라는 지역은 전통적으로 스파르타식 학원이 많아요. 공부할 마음으로 오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분위기도 그런 편이예요. 반면에 < 세부 >는 다양한 액티비티나 유흥이 발달한 휴양도시기 때문에 공부와 여행을 병행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요. 좀 널널한 학원이 많은 편이고 분위기도 더 자유분방하죠. 본인의 특성에 맞춰서 지역선택을 하는게 가장 첫번째예요.

 

그리고 학원들 중에도 자율 학습, 세미 스파르타, 스파르타, 슈퍼 스파르타 컨셉의 학원들이 있거든요. 본인의 의지와 상황에 맞춰서 괜찮은 커리큘럼을 선택하면 되요. 스파르타 학원들은 대부분 원내에서는 한국말 못쓰게 하거나 평일 외출 금지, 이성방 출입 금지 등의 규율이 있고 벌금이나 벌점제도가 있어서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퇴실조치가 되요. 학원비는 반환이 안되기 때문에 완전 손해라 대부분은 룰을 잘 따르는 편이예요. 한국보다 훨씬 주입식 교육인 부분도 있어요. 아침 7시부터 듣기 수업해서 밤 10시까지 뺑뺑이 돌리는 학원에 있다보면 사실 영어가 안늘기는 어렵거든요. 빨래 청소 밥 다해주니까 공부만 하면 되는 구조죠. 거기서는 공부 안하기가 더 힘들어요. (그리고 그 힘든 것을 나는 해냈지...돈주고 가서 반항한 케이스입니다. 그러지 마세요..)


그런데 영어 단어를 더 많이 알고 영어가 유창해지는 것과 별개로 영어 울렁증은 의외로 못깨는 경우가 많아요. 학우들이 대부분 다 같은 한국인 들이고 (소수의 대만 일본인들도 있음) 한국식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요. 선생님들이나 주변인들도 비교적 친숙하고 친절한 필리핀 사람들이니까 편하게 영어를 하다가 막상 호주나 캐나다 가면 다시 얼어버렸다는 케이스가 많았어요. 갑자기 발음도 확 바뀌니까 (특히 호주) 내가 배운게 하나도 안들리는 것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필리핀에서 내실을 쌓았다면 그게 처음에는 조금 주춤하더라도 나중에 천천히 다시 나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처음에는 다 헉! 하나도 안들려! 해요. 그게 정상이예요 ㅋㅋㅋ 너무 쫄지말아요.


스파르타라고 다 공부만 하는거도 아니고 자율학습이라고 다 노는 것도 아니지만 학습 분위기는 무시못해요. 꼭 어느 레벨의 영어가 필요하거나, 입학 혹은 이민을 위한 점수가 필요한 분이라면 스파르타 학원이 좋을 것이고 조금 더 자유롭게 현지인들과 놀면서 편하게 영어를 익히겠다 하면 스파르타가 아닌 곳이 좋겠죠. 필리핀 돈낭비다! 아니다! 라는 이야기는 사실 의미가 없어요. 어떤 사람한테는 돈낭비고 어떤 사람한테는 아닌거예요. 그런데 너무 큰 기대, 내 의지가 없이 그 프로그램을 따라가면 영어가 늘어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늘겠지만 그 안에서도 공부하는 애들은 1이 었다가 8까지 늘고 (저처럼) 공부 안하는 애들은 1에서 3까지 늘고 그렇거든요. 공부할 마음도 없으면서 괜히 욕심에 스파르타갔다가 붕뜨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공부도 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그게 나야 나~ 나야나)

본인의 상황과 의지를 잘 파악해서 학원도 잘 고르고 페이스 조절을 잘하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무조건 늘지는 않지만, 늘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예요! 지혜롭게 활용하면 좋아요.

참고로 필리핀과 비교해서 호주의 영어학원은 2-3배로 비싼데 수업시간은 2분의 1이예요. 공부하던 말던 결코 참견하거나 챙겨주지 않아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거죠. 영어는 오히려 늘기가 더 힘든 부분도 있어요.


추가로 진짜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종종 필리핀 발음 이상하지 않나, 발음은 괜찮나? 거든요.

저는 그건 좀 반대 입장이예요. 다들 필리핀에서는 좋은 대학교 나오신 분들이고 영어가 모국어 만큼 편하신 분들이고 대부분 발음이 클리어 해요. 그 분들 발음을 우리가 지적하고 할 것은 아니고 발음을 걱정할 것은 못되는 거같아요. 제가 봤을 때는 오히려 호주식 영어보다 훨씬 발음은 좋아요. 그리고 요새는 < 규격화된 모범 발음 > 이라는 개념이 예전같지 않고 약해졌거든요. 예전처럼 영어는 미국 혹은 영국 발음이었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언어란 소통 수단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에 많은 발음을 통용하는 추세인거죠. IELTS나 토플 리스닝만 봐도 요새는 호주, 캐나다, 영국, 미국, 그리고 심지어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안 영어 발음이 다 섞여서 나와요.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영어는 나쁘고 미국 영어, 호주 영어, 영국 영어가 좋다 - 이런 생각은 조금 시대에 떨어진 점이 있는것 같아요. 필리핀 발음은 특유의 액센트가 조금 있어요. 스페인 식민지였기 때문에 스페인 발음이 섞여있는 선생님도 계셨는데 미세한 차이였어요. 필리핀 영어는 아시아계 영어 중에 가장 깔끔한 편이예요. 오히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쪽 영어가 훨씬 독특하고 쎄요.

그러니까 발음을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될거 같아요.




< 다음에 이어서...>




INSTAGRAM : ALICEINMELBOURNE



앨리스 첫번째 책 출간했어요! :-)

http://www.yes24.com/24/GOODS/63313519




https://brunch.co.kr/magazine/bluemel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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