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원한 소울푸드인 떡볶이지만...
사실 이 친구가 딱히 인기 있는 친구는 아니었어.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이 그래. 더 냉정하게 짚어보자면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무색하게 외국에서는 그다지 큰 주목도 못 받았어. 뭐 별로 사람들 입에 별로 오르내리지도 않았어.
사랑은커녕, 한국 드라마 보고 기대하고 먹어봤는데 ‘불호’였던 음식 리스트에 꾸준히 자리 잡고 있기도 했어. (이 리스트에 또, 양대산맥으로 냉면이 있음.)
20년간 한식의 인기는 아주 천천히 차올랐어.
마치 연못에 연꽃이 차듯이, 현장 있는 나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기본을 다지다가 2019년도쯤에 반쯤 차있던 연못이 하룻밤 사이 꽉 차듯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보거든. 그런데 그 시대별로 꽤나 드라마틱하게 다른 성장 속도과 별개로 인기 있는 한식 메뉴 부류에는 그다지 임팩트 있는 변화는 없었어. 예상 가능하게 흘러갔다고나 할까. 인기 있는 메뉴들은 인기 있을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메뉴들 중심으로 전문점들이 발달했어.
내 생각에 인기 있는 한식 메뉴들에는 나름의 공통점이랄까, 공식이랄까 하는 게 있어.
이걸 짧게 정의하자면
1. 내가 익숙하게 느끼는 음식의 개념 + 새로운 요소
2. 뭔가 새로워서 흥미는 생기되 맛과 식감, 냄새 등이 상상도 안될 정도로까지 낯설지는 않은 음식
이야만 인기를 얻을 자격이 되었었지. 아주 진입장벽이 낮은 한국음식들의 공통점을 보면 알 수 있어. 외국인들이 보통 처음 접하고 호불호가 거의 없이 환호한다는 대표적인 K-FOOD를 몇 개 봐보자.
한국식 + 튀긴 치킨 = 한국식 치킨
한국식 + 팬케잌 = 전
한국식 + 볶음 누들 = 잡채
한국식 + 소고기 볶음 = 불고기
한국식 + 바베큐 = 삼겹살
한국식 + 푹 익힌 갈비 = 갈비찜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한 메뉴들이 대부분이야.
보편적으로 만국이 가지고 있는 음식의 개념의 한국식 버전이라고 설명이 깔끔하게 되는 음식들은 외국인 입장에서도 시도해보기에 부담이 없어.
사실 우리 입장에서도 진짜 모르겠는 현지 이름을 듣다가 이건 - ' 대만식 팬케잌' '프랑스식 갈비찜' '태국식 통닭구이' '베트남식 바베큐' '인도네시아 스타일 볶음면' -이라고 설명을 들으면 더 친숙하게 들리고 시도해보기 쉬워지잖아? 호주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거지.
진입장벽이 이 것보다 약간 한 단계 높다 하는 것들을 한번 봐볼까?
어느 나라에나 있는 '영혼을 달래주는 치킨 수프'의 한국식 버전, 그런데 이제 그 유명한 Jinseng (삼)을 곁들인 - 삼계탕
슈퍼푸드인 김치로 만든 수프인데 시큼한 맛이 '똠얌꿍'과 흡사한 - 김치찌개
다양한 야채와 고기를 밥 위에 올린 '덮밥'의 일종 - 비빔밥 (실제로 호주인들은 밥 위의 야채와 고기를 반찬으로 하여 덮밥을 먹는 듯이 먹는 식으로 비빔밥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음.)
정리를 해보면 내가 20년간 관찰한 외국에서의 한식 중
'외국인한테 통하는 메뉴'에는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어. 당연히 완전 한식 마니아인 친구들은 못 먹는 게 없지만 한식의 입문에서 애호 단계로 넘어가는 친구들은 여기서 멀리 벗어나지를 않았어.
1. 보편적으로 친숙한 개념 + 한국식 요소라는 공식이 어느 정도 통할 것
2. 맛이나 향이 너무 낯설어서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 것
3. 생김새가 무섭지(?) 않을 것
그런데, 떡볶이가 뜬 거지. 약간 뜬금없이.
<이 친구들 기준에서>
맛은 겁나게 맵고
식감은 미끄덩하니 낯설고
생긴 건 용암 불처럼 시뻘겋고
향부터 코가 톡 쏘게 맵고
자국 문화권의 어떤 음식 개념과도 대입이 불가한데,
(이걸 한국식 뇨끼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먹어보고는 다들 갸우뚱함)
그래,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한국식 치킨 열풍 때는 '별에서 온 그대'라는 대단한 드라마의 열풍이라는 맥락이라도 있었어. 이 '눈 오는 날에는 치맥' 유행은 그야말로 대단했고 한국 치킨집들이 엄청난 기세로 많이 생겼지. 그전까지 마니아 층이 알음알음 즐기던 한국식 치킨을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리게 된 계기 중 이 문화적 입김도 크게 한몫했거든. 정말 대단했지...
아무튼 근데 떡볶이는 뭐 이런 거도 딱히 없었거든.
전조도 없고 딱히 계기도 없이 그냥 내가 쭉 운영하던 한국 레스토랑 SUDA에서 점점 흐름을 느꼈던 기억이나. 손님들 중에 떡볶이 찾는 외국인들이 2018년부터 점점 늘어나더니 2019년 넘어가면서 이거 심상치 않은데..? 싶었던 거지.
내가 좋아하는 걸 너네도 좋아해 주니까 기쁘구나 생각하면서도 나는 엥? 6년 만에 갑자기? 하며 갸우뚱했어. 좋긴 좋은데 좀 뜬금없잖아...?ㅎ
To be continued...
Friendly NOTE :)
1. 이건 어디까지나 호주라는 나라에서 나라는 개인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도출한 사견이므로 다른 사람들 혹은 다른 국가에서 느끼는 것과 다를 수 있어! 다양한 경험과 의견 댓글로 공유해주면 좋겠어!
2.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을 여행하고 한식에 열광하는 K-Culture 팬들이 아닌 보편적인 젊은 호주 멜버른의 20대, 30대의 사람들이 손님이라서 그 그룹을 기준으로 쓰는 글인 것을 참고해줘!
2. 다정한 반말로 소통이 좋아서 반말로 쓴 것일 뿐 무례한 의도는 없어! 댓글도 나이 상관없이 반말로 해주면 좋지만 존댓말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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