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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Feb 20. 2018

대한항공 타고 간사이 와카야마로

와카야마 여행기

지난 홍콩 여행 이후로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인천공항.

심야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귀국하던 날 밤만 하더라도 올해 여행은 여기까지 일 듯, 이라며 스스로 선을 그어버린 채 안타까운 마음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삶의 본성인지도. 그리고 성숙이라는 표현은 이것을 무던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어울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일요일 아침 비행기로 출발하는 일정. 공항에 사람이 (표현 그대로) 미어터지게 많았다. 토요일도 아니고 연휴도 아닌, 그저 일요일일 뿐인데 이렇게 많을 수가 있다니.



영화 인디에어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서 멈칫. 조지 클루니가 공항에서 한참을 올려다보며 나래이션이 쫘악 깔리던 바로 그 장면. 이 영화, 결코 뻔하지 않은 결말이라서 좋았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고 저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데,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또 다른 사람의 것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 그런 흔한 위로를 흔하지 않은 결말로 전해준 특별한 영화.



이번 여행에서 동행하게 될 분들과 출국장에서 잠시 모여서 자료까지 건네받은 다음
간사이 공항에서 다시 모이기로 하고 자유 시간을 가졌다.



집에서 가져온 노브랜드 콜드브루 / 출국 수속까지 마치고 면세 코너를 돌아다니는데 루이비통 모델로 레아 세이두가 떡하니. 한때(어쩌면 지금도?) 가장 좋아하던 여배우다. 그녀가 나온 모든 잡지를 모은 시절이 있었다. 막내 때는 회사에서 컬러 프린트로 화보를 한 뭉치 뽑다가 다음 날 걸려버려서 혼난 기억도. 힉. 물론 지금은 그 정도의 앞뒤 가리지 않는 행동쯤이야 얼마든지 자제할 수 있을 만큼(만) 그녀를 좋아한다.



여행을 몇 번째 다니는 건데.. 싶지만 사실 그 목적지에 가서 여행하고 돌아오기까지. 이 세 가지의 행동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보아도 좋다. 분명 경험한 적이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행만 마치면 몇몇 세세한 정보들을 기억에서 선별하여 삭제하는 모양인지. 비행기에 커피를 들고 탈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듯이 굴었다니까.




목적지가 어디든 대한항공만 타면 항상 틀어 놓는 것이 프렌즈다. 불안할 때 꼭 챙겨 보는 시트콤. 이제는 정신적인 가족 혹은 친구라고 해도 좋을 정도. 여행을 갈 때 항상 한 시즌을 골라서 휴대폰에 담아 간다. 그리고 씻을 때와 같은 공백의 시간에 틀어 놓고는 한다. 그럼 마음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진다. 아무래도 이 시트콤과의 추억이 기억이 미칠 수 있는 끝부분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베이비드라이버! 이거 봐야 하는데. 볼까 말까 순간 망설이다 고작 1시간 20분 비행에서 보다 끊기면 괜히 열 오를 것 같아서 관두기로.


간사이행 대한항공 기내식. 밀가루 빵 덩이라니. 빵이라니! 일정을 소화하려면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꾸역꾸역 다 먹기는 했다만.


1시간 20분 정도 비행 후
간사이 공항에 무사히 도착. 이 공항을 밟은 최근이 언제였더라, 2015년 12월의 일이었던 것 같다. 늦가을 교토를 여행할 때였지 아마?
그때를 추억하려고 하니 마음이 또 울렁울렁 꿀렁꿀렁.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려고 하면 그게 좋은 기억이든 그렇지 않은 기억이든 항상 마음에 멀미가 인다. 이 감정이 뭔지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 될 것 같은 의무감은 있는데 아직은 표현해낼 수 있을 만큼 글이 무르익지가 않아서 이번에도 다음으로 미룬다. 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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