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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민 Jul 28. 2020

스스로 비참해졌다고 생각할 때

무한선택과 무한책임을 강요하는 사회를 무시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이민기, 정소민 주연

88년생을 배경으로 한

청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


드라마의 첫 장면은 드라마 작가의 꿈을 꾸며 한 달만에 집에 들어간 '지호(정소민)'이 남동생의 여자친구와의 동거로 인해 집에서 나가게 된 사연으로 시작합니다.

달팽이를 보며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왜 스스로는 집이 없냐며 한숨쉬는 모습은 2030세대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많은 청춘들의 아픔을 다룹니다.

> 청춘이기에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갑질

> 열정페이

> 꿈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사회구조와 문화

> 사랑보다 현실이 우선인 비낭만적인 공동체

> 여성으로써 겪게 되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

> 의식주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

> 가부장적인 문화에 상처를 받아 스스로의 주체적인 삶보다 타인의 삶을 그대로 답습해야 하는 우리들

> 도전보다 현상유지를 바라는 기성세대



파고파면 더 나올 여러가지 아픔들이지만,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우리들에게 많은 아픔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고, 임시로 얻은 방에서도 조연출의 성폭력으로 쫓겨나게 된 상황에서 아무곳도 갈 데없어 정처없이 떠도는 지호는 울며 겨자먹기로 하우스 푸어의 삶을 살고 있는 세희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계약 조건을 가지고 말입니다.


'계약결혼'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형태로서 세희와 지호는 3가지의 계약을 맺게 되고 동거를 시작합니다.



극 중 세희는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가족의 반대와 유산으로 인해서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죠.

아버지랑은 대화조차 하지 않고 가족 행사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는 개인주의의 삶을 살고자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삶의 목적을 고양이와 집에만 국한시키며 스스로의 삶의 목적을 매우 작은 범위로 축소하여 지나친 감정소비와 관계를 정리했죠.


이와는 반대로 지호는 꿈을 꾸는 작가입니다.

열정페이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으며 계속 작가의 꿈을 향해서 전진합니다.

또한 슷로의 삶에서 조금은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때론 낭만을 추구하기도 하는 사람이죠.

또 극 중 초반 '우리'라는 공동체를 소망하며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이 둘은 매우 닮아있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행동들

지호와 세희 모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들에 전념합니다.

세희는 스스로의 상처에 죄의식을 느끼며 스스로의 삶을 매우 작은 범위로 축소했고,

지호 또한 삶에서의 큰 희락없이 '꿈'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서 스스로를 내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둘 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면,

지호에게는 꿈도 중요하지만, 연애와 여행을 권할 것이고 세희에게는 올바른 공동체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접할 것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처들과 두려움들은 단순히 혼자만의 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아주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서 풀수도 없는 꼬인 실뭉치처럼 매우 단단하고 무겁게 이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이 동거를 시작하면서 그 무겁고 단단하게 지배하고 있는 실타래는 점점 유연하게 풀리기 시작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연스럽고

원래 그랬듯이 말입니다.



사실 극 중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적인 요소로 감동적인 엔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실타래가 풀려서 지호와 세희가 서로 행복한 결혼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우리들의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코로나 19의 상황으로 겹쳐서 매우 좁아진 취업시장, 대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대외활동의 기회들과 학벌 그리고 인국공사태로 비춰본 사회적 박탈감이 될 수도 있겠군요.


사랑이라는 요소로 이 둘을 치유했던 것처럼 우리들을 치유하고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장치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비참해진 스스로의 인생을 자조하는 상황이 강하죠.


극중 지호는 커리어우먼을 위해 무한노력하는 친구 수지(이솜)과 무한정 결혼과 주부를 염원하는 호랑(김가은) 사이에서 많은 것을 보고 고민합니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두 친구들 사이에서 어떠한 삶을 살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죠.


사회는 청춘들에게 선택지를 부여합니다.

직장에 대한 선택, 활동에 대한 선택, 결혼에 대한 선택, 진로에 대한 선택, 대학을 선택하는 것, 전공을 선택하는 것, 스승을 선택하는 것, 집중해야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 등 무한한 선택지를 사회는 부여합니다.

당연스럽고 자연스럽게 너의 인생을 살아가라는 예쁘게 포장된 말과 함께 말이죠.


그러나 사회는 우리에게 책임감을 함께 부여합니다.



사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에게는 '선택지'조차 하나의 폭력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 고도로 성장된 인재를 원하는 사회에서 그만큼의 교육과 역량을 학습하지 못한 채, 선택지를 부여하고 부여된 책임은 개인의 책임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죠.


이는 세희와 지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두려움과 상처들과 그 결을 같이 합니다.

자신의 흠을 둘의 관계로 풀기 이전에 보여준 많은 모습들은 스스로의 선택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것은 사회에서 올바르다고 지정된 길에 타의로 굴복된 결과였고, 그에 따라 개인의 삶은 행복하기 위한 삶보다는 '버티기 위한 삶, 지키기 위한 삶'으로 귀결되었죠.


물론 사회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동일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을 만큼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있어서 불행하다면, 그 기회라는 것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김제혁선수는 자살기도를 한 수감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청춘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을 말이죠.

https://youtu.be/buYFFeP76kY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모든 부제는 '~는 처음이라'로 시작합니다.

연애도 처음이고, 결혼도 처음이고, 취업도 처음인 우리 청춘들에게 어쩌면 사회가 부여하는 모든 선택지는 많은 부담감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겨내라고 사회는 말하죠.

도대체 언제까지 이것을 이겨나가야 하는지 말해주지도 않은채 말이죠.


사실 저는 이러한 사회를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은 온전히 혼자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집에서의 맥주 한 잔이 될 수 있고, 사랑하는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수필을 읽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경우에는 인디밴드의 음악을 듣고, 인스타그램으로 가수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얻고, 오랜 절친들과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고, 이렇게 글을 쓰며 제 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인국공 사태에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인천국제공항에 직고용된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청춘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하는 정부와 사회가 정당하지 못한 과정과 잘못된 공감방식으로 이를 해명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에게는 무한한 책임감을 부여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정부와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에 반기를 들기 충분한 일이었던 것이죠.


사랑해야 결혼하지

이 보편적인 진리조차 거스른 세희와 지호의 동거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 결혼

결혼 = 출산

집 장만 = 필수

위와 같은 기성세대의 보편적인 인식에 대한 반기이자,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거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시대와 세대에 따라 추구하는 삶의 라이프스타일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연히 거기에서 오는 시대적, 세대 간 갈등은 필연적이죠.


그럼에도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과 동시에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길을 응원하고 개척하는 태도와 함께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영역 말이죠.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확신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일정한 방향으로의 삶을 살던 그렇지 않던 삶을 살던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확신하는 마음가짐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사실 지호와 세희가 얽히고 무거운 실타래를 풀 수 있었던 계기도 이와 같은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사회가 부여한 틀을 깨고 이별의 시간을 가지고 서로의 소중함을 겪는 시간을 보내며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꿈과 집'이 아닌 '우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사회의 선택지와 책임감이 없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해보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작가인 윤난중 작가는 '호구의 사랑', '꽃미남 라면가게'의 작가입니다. 주로 청춘을 둘러써고 있는 사회와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을 담은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또한 극중 주인공인 지호(정소민), 호랑(김가은)은 실제로 89년생, 수지(이솜)은 90년생으로 극에서 말하는 88년생의 세상을 실제로 경험한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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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더 몰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배우들의 진정성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드라마 OST는 아니지만, 단 한 번 나오는 음악인 옥상달빛의 <하드코어 인생아> 그리고 인디가수 이아람의 '30'을 들어보길 강력히 권합니다.

**'하드코어 인생아'는 옥상달빛의 첫 앨범 수록곡으로써, 사법고시에 합격한 친구를 보며 스스로의 꿈을 찾는 모습이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을 위로하며 삶은 참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은 곡입니다.

***'30'은 인디가수 이아람이 서른살을 맞아 낸 앨범으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삶을 사랑하라고 말이죠.


> '30' Making Interview : https://youtu.be/g8SmGOqCiKY

> '30' Official Audio : https://www.youtube.com/watch?v=Ed6GByl_19o

> '하드코어 인생아' 유희열의 음악앨범 Version https://www.youtube.com/watch?v=WYEmH_D-iO4

> '하드코어 인생아' Official Audio : https://www.youtube.com/watch?v=fldZA6DRb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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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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