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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nt Jun 11. 2022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가요 - 0. 인비테이션이 나왔다

진짜 나왔다...

22.02.26


2월 25일. 캐나다 이민청으로부터 워킹홀리데이 비자 인비테이션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21일 자로 나왔고, 25일 인비테이션 메일을 확인했다.


나는 워홀 삼수생이다. 대학생 때 두 번, 작년까지 총 세 번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다. 캐나다를 가고자 하는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영어권 국가에 가보고 싶었고, 유럽은 경험해봤으니 유럽이 아닌 곳을 가보고 싶었고, 호주는 언제든 신청만 하면 갈 수 있으니 남은 곳은 캐나다였다. 철저한 소거법이었으나 차선책이 아닌 아주 만족스러운 소거법이었다.


캐나다의 선발 제도는 지원서를 신청하면 Pool에 내 Application 이 등록되고 총 선발 인원이 채워질 때까지 주기적으로 추첨하는 방식이다. 4000명이 정원이고 매주 화요일마다 100명씩, 200명씩 야금야금 선발하여 몇 달에 걸쳐 4000명을 채운다. 경쟁률은 늘 5:1 언저리다.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Job이 있는 상태로 캐나다에 입국해야 한다는 임시 정책이 생기며 그 어느 때보다 경쟁률이 낮았을 때에도 이제는 좀 정착을 해보라는 하늘의 뜻인 건지 역시나 떨어졌다.


그런데 2월 25일. 어제. 캐나다 이민청에서 보낸 메일 한 통을 확인했고, 메일의 링크를 따라 들어갔을 땐 그동안의 화면과는 조금 다른 화면을 확인했다. 일단 메일이 온 것부터 이상했다. 나는 2022년에 따로 지원한 적이 없는데 뭐지? 알고 보니 코로나로 인해 작년 신청자에 한해서 신청 서류들이 그대로 연장되어 올해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Pool에 남아 있게 끔 배려 아닌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Work Permit을 확인한 순간.



세 번이나 신청했을 만큼 그동안 상당히 원해왔고, 뽑아만 준다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닥치니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기쁘진 않았다. 그냥 몸만 떠나면 됐던 어릴 적 나와 달리 27살의 나는 고려해야 할 것도, 내려놓아야 할 것도 많았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누리는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뒤로하고 미지의 세계로 내딛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나는 다르겠지 라는 믿음은 산산이 조각났다.


해외에서의 경험을 꽤나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고 그래서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일도 해보고 싶었고 이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공간에 자유로우면서도 전문성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컴퓨터공학을 같이 전공했고 '데이터 엔지니어'가 되었다. 분명 꿈꿔왔던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왜 불안함이 먼저인 건지. 영어든 컴퓨터든 내가 그들의 마음에 들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과연 1년짜리 비자로 만족스러운 잡을 구할 수 있을지, 혹여나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지금과 같은 번듯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고려했을 때 지금 내가 나가는 것이 맞는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는 고민들 속에 2022년, 27살의 나는 마냥 어렸던 학생을 지나 꽤나 현실적인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는 걱정은 비단 직장을 그만둬야 해서가 아닌, 해외로 가서가 아닌 모든 도전에 필히 수반되는 걱정들이다. 왜 도전이겠는가. 불확실성에 덤비니까 도전이다. 무식하면 용감할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무식하진 못해서, 용기를 가지되 걱정을 토대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고 도전의 성공률을 높이려는 게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나에겐 50만 원과 맞바꾼 1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고, 고3 수험생활을 겪어서 알듯 1년이면 조금이라도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히 길고도 짧은 시간임을 안다. 걱정만 한들 달라질 건 없다. 준비만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고민들을 잠재울 수 있는 것임도 안다.



제약은 대상을 특별하게 만든다. 20대에만 누릴 수 있다는 제약이 워킹 홀리데이를 더욱 소중한 기회로 만들고 잡아야 할 것처럼 만든다. 바랬던 만큼 놓칠 수 없고, 놓칠 수 없으니 준비를 해야겠지. 적어도 30대 초반까진 정착하지 않는 삶을 꿈꾸는 나의 첫 항해를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으면 한다.


늘 지난 추억을 회상하는 글만 작성하는 게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준비부터 이후의 모든 과정과 그 속에서의 생각들을 남겨보려 한다. 조금 더 부지런해지는 내가 되길 바라며 이만 영어 공부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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