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한 달 거주기 #5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의 몸이 되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그 즉시 채워질 줄 알았나 보다. 시간의 여유는 즉시 얻었으나, 마음의 여유는 아직 요원하다. 달리는 버스에서 내려 몸은 멈췄는데, 마음은 아직 달리고 있는 기분.
시간이 많음에도, 지인의 감정 소모적인 오랜 통화에 결론을 채근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늘 열려있고, 꼬임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아직 마음이 조급한 이유는 나의 결정에 스스로도 약간의 의구심이 남아 불안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진정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
오랜 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준비와 계획은 되어있다. 걱정을 위한 걱정은 접어두고 나의 소중한 하루하루의 일상에 집중을 할 때이다.
매일의 바다와 바람을 최대한 바라보고 느낀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챙겨 먹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한다. 떠오르는 생각에 집중하고, 그 생각의 이유를 자주 물어본다. 어느새 낯설어져 버린 나란 사람과 먼저 친해져 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음악은 끄고, 창밖 바다를 바라본다. 규칙적인 파도소리와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본다. 불필요한 걱정이 조금씩 잠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