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한 달 거주기 #6
연휴 동안 울릉도에 오기로 했던 친구가 결국 오지 못했다. 오랜 기간 준비한 여행인데... 이것은 다 울릉도의 지랄 맞은 날씨 때문이다.
울릉도는 하루에도 두세 번씩 날씨가 휙휙 바뀐다. 삽시간에 먹구름이 마을을 삼키고, 비가 쏟아지다가, 구름이 몰려나가고 해가 얼굴을 비춘다. 알다가도 모를 변덕스러운 울릉의 날씨.
날씨만큼 바다의 성격도 변덕스러워 삽시간에 파도가 높아지고 거세지면 해변 일주도로에 파도가 넘쳐 도로가 통제된다. 파도의 높이, 즉 파고가 3m를 넘으면, 몸집이 작은 크루즈선들은 운행이 중단되고 관광객들은 발이 묶인다.
어선들도 조업을 중단하고, 방파제로 둘러 쌓인 안전한 항구로 서둘러 피항을 하고, 관광지도 하나 둘 문을 닫는다. 기상악화로 인한 강제적인 중단 혹은 휴식이 한 달에도 꽤나 자주 일어나는 이곳은 울릉도이다.
서울에서 살던 나는, 이런 돌발상황을 못 견뎌했다. 매일의 출근과 이동에서 지도 어플로 예상시간을 수십 번씩 체크하고, 빠른 환승을 위한 지하철 하차 장소로 잰걸음으로 이동했다. 다가오는 버스시간을 체크하고 놓치지 않게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 어렵사리 끼여 탄 지하철이 멈추고 시위로 인한 지연방송이 흘러나올 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한숨과 짜증 섞인 탄식들...
지나치게 세세하게 나누어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짜증을 내고 자책하던 나는 무엇이 그렇게 조급했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매사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치려 했을까.
여기에서 오랜 기간 머물며 내려놓고 받아들이기를 연습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밖 바다의 얼굴을 본다. 날이 맑고 파도가 잔잔하면 스노클을 챙겨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하며 간간이 보이는 소라를 잡는다. 갑자기 파도가 거세지면 물에서 나와 샤워를 하고 낮잠을 잔다. 비바람이 심해지면 책을 보거나, 집 앞 카페에 가면 된다.
관광이 아닌 장기 머묾의 시간적 여유로 인해, 내 안의
조급이 잦아들고 있었다. 오늘 날이 좋지 않으면 내일 가면 된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오는 일주 버스의 시간표는 맞추기 어려워 이십 분씩 일찍 나간다. 혹여나 놓치면 다른 관광지에 가거나, 택시를 탄다.
이상하다, 왜 짜증이 치밀지 않을까.
날이 좋은 날의 바다뿐만 아니라, 어둡고 화난 바다도 사랑하게 되었다. 파도가 거셀수록 마음 깊숙한 곳까지 씻어내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세상은 내 맘과 같지 않다. 내 생각대로 내 계획대로만 세상이 움직여 줄 것이라 기대하는 치기 어린 마음을 벗는다. 여기에서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그렇수 있지 하고 넘어가는 유머를 가진 내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