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한 달 거주기 #7
국가에서 지원하는 '농촌에서 미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 동안 울릉도 통구미 마을에서 살고 있다. 통구미 마을은 울릉도 남서쪽에 위치한 88가구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통구미 마을은 거북이 모양의 거북바위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이 거북 모양의 암석이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것 같다 하여 통구미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마을에서 제공해준 숙소가 거북바위 건너편이라, 용암이 굳어지고,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거북바위를 매일 보며 살고 있다. 날씨와 시간대가 달라짐에 따라 거북바위의 모습도 다채로워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거북바위는 항상 바쁜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관광버스가 부지런히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고, 통구미항과 옆의 가재 굴에는 스쿠버 다이빙하는 사람들로, 거북바위에는 낚시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통구미의 모습은 해가 저무는 모습인데, 파란 하늘이 점차 연한 핑크빛으로 물들다가 이내 타는 듯한 붉은색으로 바뀐다. 해가 지는 6시 즈음에는 캠핑의자를 들고나가, 넋을 놓고 바다를 바라본다.
이곳은 또한 울릉도 향나무의 자생지인데, 땅도 아닌 험한 암벽 사이마다 강인하게 자라는 향나무의 모습이 경이롭다.
울릉도의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는 가게나 편의시설의 거의 없다. 식당이나 편의점도 전혀 없고, 할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간이 슈퍼와 카페 하나가 유일한 가게이다. 자연스럽게, 바다에서 채취한 소라나 문어와 차 타고 시내에서 사 온 생필품을 아껴 집밥을 해서 먹고살게 된다. 아, 물론 배달 가능한 매장도 전혀 없다.
차도 없이, 캐리어 하나만 덜렁 가지고 한 달을 살러 왔으나, 의외로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서울에서 십 년을 살았는데, 왜 그 많은 편의시설들이 아쉽지 않을까?
밤이면 통구미항 바로 앞까지 오징어배가 조업을 하는 탓에, 방안을 은은히 비추는 조명이 된다. 오징어배가 뜬 밤바다 풍경은 의외로 아련한 맛이 있다. 새벽마다 저동항에서 오징어를 사다가 주민들이 거북바위 앞에 손질해서 말린다. 울릉도의 가을-겨울은 온통 오징어로 가득하다.
나는 여기서 내가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마음 깊이 깨달았다. 매일매일 바다를 혼자 보고, 영상으로 기록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나는 나중에 이 시간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오늘도 통구미 항의 마스코트 견 '순대'와 놀며 해지는 거북바위를 바라본다. 눈과 마음에 최대한 깊게 새기고 싶은 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