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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바다 보다 Oct 24. 2022

울릉도에서 만난 사람 - 학포에서 만난 진정한 부자

울릉도 한 달 거주기 #8

울릉도 서쪽의 조용한 해변가 마을 학포....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 파도에  굴러가는 맑은 소리가 들리는 .​


만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학포 해변에서 고개를 들어 산을 보면, 바람이 가려지는 아늑한 곳에 '웃자'라는 글자가 큼지막이 쓰여있는 아담한 집이 있다.​


카페일까? 무엇을 하는 곳인지 흥미가 일어 집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한 편의 화덕에 장작 때는 연기와 냄새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 , 너무나도 예쁜 집.


고개를 집을 구경하니, 집주인 아저씨가 나와 일단 들어오라 하셨다.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고,    마시고 가라고 대뜸 청하는 주인장. 그렇게 학포 해변이 한눈에 내려 보이는 마당의 테이블에 홀린 듯이 앉았다.


70대의 주인장이 내놓은 차는 돌배로 만든 효소차...


잠깐만 기다려 보라 하시더니, 육지에 사는 딸이 냈다는 멜론  개도 꺼내오신다.​


갑자기 들어온 불청객임에도 차  잔과 멜론을 대접받으며 주인아저씨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아저씨는, 울릉도 토박이가 아니셨다. 서울에서 의류 관련 사업을 하다,  IMF에 사업체를 정리하고 홀로 울릉도에 내려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학포 해변이 잘 보이는 골짜기의 집을 구해, 손수 하나하나 고치셨다 하였다. 그러고 보니 집의 구석구석 엿보이는 색채감과 센스... 돈 들이지 않고, 줍거나 자연에서 구한 것들로 모두 꾸미셨다고 한다.

울릉도에서의 삶이 만족스럽다 하셨다. 자연에서 얻고,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삶. 기본적인 소비를 위한 비용은, 근처 야영장의 일손을 돕거나, 집을 민박으로 내어주어 얻는 수입으로도 충분하다 하셨다.​


집구석구석 잡동사니들이 정신없이 쌓여 있고, 꾸밈이 없는 착장이었으나, 주인장은 그 누구보다 여유로운 사람으로 보였다. 낯선 여행객을 선뜻 집으로 들여, 자신이 꾸민 정원에서 보이는 풍경을 소개하고, 아낌없이 먹을 것을 내어주는 사람. 지긋한 나이임에도 대화는 명쾌했고, 얼굴에는 웃음기가, 눈에는 총기가 넘쳤다.



집의 뒤뜰에 있는 자신만의 작고 고요한 낚시터도 보여주셨다. 해변에서 연결되지 않는, 뒷면의 프라이빗  장소. 작은 낚싯대를 드리우면 벵에돔이 금방 낚인다.

언뜻 보면 소박한 삶으로 보일지 모르나, 누구보다도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가 바라던 부와 화려함은 누구를 위한 자산인가.


내가 걸치고 있는 값비싼 옷들은 거울이 아니라면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근사한 정원과, 풍경은 매일매일 나의 눈을 가득 채워준다.​


학포 해변을 산책하러 나선 길에, 기대치 않은 귀인을 만나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순간을 만들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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