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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바다 보다 Oct 26. 2022

잘못탄 버스가 알려준 즐거움 - 오히려 좋아!

울릉도 한 달 거주기 #9


     아! 버스를 잘못 탔다.


 원래 숙소인 통구미로 돌아가는 1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생각 없이 타고 보니 이 버스는 봉래폭포 가는 버스이다.


 울릉도의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번만 오는데, 이거 참 낭패다...


아니다 아니야. 오히려 좋다!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둔 뒤에 힘차게 봉래폭포를 향해 오른다. 봉래 폭포는 두 번째 가는 것이지만 날이 맑아 느낌이 다르네?! 의외의 평화로움을 만났다.


 날씨가 맑을 때 어두울 때, 혼자 갈 때 단체로 갈 때.

같은 장소라도 그날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숲 속 벤치에 아까 사 온 울릉도 건나물을 베고 살며시 누워본다. 눈을 가만히 감으니 들려오는 폭포 소리 바람에 나무 흔들리는 소리. 아, 힐링이다.



 우연한 산행을 즐겁게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는다. 저동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탄다.  명치 차비를  번에 내는 아이,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기다리는 아이, 버스 타는 순간부터 한바탕 소동이 인다.



 아이들을 무사히 태우고 버스는 읍내인 도동을 향해 다시  출발한다. 버스 안이 재잘재잘 소란스럽다. 하차벨이 따로 없는 울릉도의 버스는 미리 내릴 곳을 기사님에게 말해야 한다. '한마음회관이요!' 한 아이의 외침이 소란스러움에 가려 기사님에게 닿지 못한다. 이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힘주어 소리 지른다. 한마음회관이라는 단어가 돌림노래처럼 메아리친다.


 아이들이 무사히 목적지인 한마음 회관에 우르르 내렸다. 이윽고 버스 안은 평화를 찾았으나, 아까의 소란스러움이 왜 아쉬운 걸까?


 버스를 잘못 타면 잘못 타는 , 버스가 시끄러우면 시끄러운  받아들이고 즐긴다. 앞으로 생각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 자잘하거나 큼직한 순간마다 외쳐봐야지. , 이거 아니야?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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