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은퇴자는 오늘도 책과 함께 평화롭습니다.

3년 차 파이어족의 책과 공간.

by 오늘의 바다 보다

큰 창으로 쏟아지는 따끈한 5월의 햇살을 받으며 실로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지금 여기는 대공원 앞의 스타벅스 2층. 창 밖의 눈부신 녹음이 찬란한 곳으로 내가 그동안 가 본 스타벅스 중 손가락에 꼽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매일 출근하는 일터를 자발적으로 놓은 39세의 은퇴자에게 하루하루 머무르기 위한 '공간'이라는 것은 각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며 나태를 즐기는 시간도 물론 좋다지만, 나태 뒤에는 분명히 누추한 죄책감 같은 감정이 쫓아 오기에 매일매일 작은 활동들을 이리저리 궁리하며 살고 있다.


그러므로 한 번 앉으면 세 시간은 우스운 장시간 체류자에게 눈칫밥을 먹이지 않는 공간은 소중하기만 하다. 나의 하루의 은닉처로 자주 선정되는 곳은 도서관과 스타벅스이다.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스타벅스의 정책을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을 정도로만 이용하고 있는데, 아메리카노 한 잔만 시켜도 마음 편하게 아름다운 공간을 이용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있다. 또, 새로운 스타벅스를 찾아가 머물며 그 공간과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자주 방문하는 곳은 도서관이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예쁜 도서관이 너무 많다. 복지 차원으로 지역마다 작고 큰 도서관을 새로 만드는 추세인지 동네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이 하나씩 있는데, 하나 같이 공간도 너무 아름다우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도서관에 가 보면, 평일에도 자리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책을 읽는 사람뿐이 아니다. 공부하는 사람,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람 등 모두 자신의 작은 세계에 빠져있다. 경기가 안 좋다는 사실도 여기서 다시금 느껴진다. 굳이 돈을 내고 카페에 가지 않는 것이다. 지인과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라면, 도서관이 카페보다 더 조용하고 쾌적한 경우가 많다.


도서관도 도장 깨기 하듯이 새로운 곳을 탐험하며 다니고 있다. 부산의 부산도서관과 북두칠성 도서관, 그리고 주례 열린 도서관은 공간이 크고 아름다워 좋아하고, 부산시민도서관은 구내식당 밥이 싸고 맛있어 가끔 간다.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만화책도 보고, 노트북도 하다 보면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간다. 40도 되지 않은 젊은 은퇴자인데 조용한 생활에 아주 적응을 잘해 버렸다. 별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하루는 짧기만 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던 그 시절들이 아득하니 기억이 희미할 뿐이다. 오늘도 별일없이 딱 좋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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