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의 본질을 찾는 과거 히스토리 탐구
HR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평가하고, 보상하는 일을 한다. 물론 이 외에도 회사(고용주)와 직원 사이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부수적인 일을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하여 회사에 입사한 신입 직원도, 이미 수년 이상 HR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들에게 있어 HR이 “무엇을” 하는 영역인지, 그리고 채용/교육/평가/보상/조직문화 등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HR의 일을 “왜why” 하는지에 대해 고민 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이미 오랜 기간 HR에서 해오던 당연한 일이니까, 혹은 회사로부터 고용된 입장에서 시키는 것을 하는 거니까, 게다가 매일 바쁘게 치고 들어오는 여러 업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왜why”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볼 여유가 없다.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듯, 기술의 엄청난 발전 속도는 다른 비즈니스 분야와 마찬가지로 HR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스템에 적응하려 한다. ChatGPT를 add-on하여 기존 업무에 활용함으로써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발빠르게 캐치하고 이해한 후, 새롭게 접한 기술을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려 시도한다. 빠른 변화에 대하여 더 빠르게 대처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의 발전 속도가 사람이 받아들이는 속도를 훨씬 뛰어넘어 버리기 시작하자, 기존에 그나마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 불리던 사람들 마저도 그 변화 속도를 따라 잡는 것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빠른 변화에 더 빠르게 대처하는 게 답일까? 변화에 발 맞추어 적응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고 전략이지만, 계속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본질적 이해와 흐름을 깨닫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HR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이해해야 한다. HR은 언제 생겨났을까? 이 용어는 누가 어디서 처음 사용했을까? 기업들은 언제부터 직원을 관리하기 시작했고, 그 배경은 무엇인가?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현 HR의 일상적인 업무 패턴은 어떤 상황 속에서 생겨난 것일까? 본질적으로 HR은 기업에서 왜 생겨났으며, 어떤 가치를 창출해왔는가?
빠른 기술 변화에 발 맞추어 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HR이 본질적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길은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적응하고자 애쓰는 게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잠시 숨 고르고, 뒤를 돌아보며, HR의 존재론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접근일 수 있다. HR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How to’ 질문 대신, HR은 지금의 다양한 활동들을 왜 시작하게 되었을까 라는 ‘Why’ 질문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HR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HR의 미래가 나아갈 방향과 초점도 제대로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직원의 근로 시간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어느 시점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시간을 기록하는 행위가 직원의 생산성에 대한 급여를 산정하는 데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Bundy가 시간기록계를 발명하고 보급하기 시작한 1888년부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해는 HR에 있어서 중요한 변화가 생긴 때이다. 해당 시간기록계는, 이를 발명한 William Legrand Bundy의 이름을 따서 Bundy Time Recorder라 불렸다. 그는 미국 뉴욕 출신의 발명가로, 계산기, 달력, 시계 등의 무브먼트에 관한 발명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시간기록계의 등장이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이 물건이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최초의 기계식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일 출퇴근 시간이 규정되어 있긴 했지만 직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면서 이를 추적tracking 하기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Bundy의 직원 출퇴근 시간기록계는 그 쓰임새가 명확했다. 매일 수십 혹은 수백명 이상의 직원이 어느 시점에 일을 시작했고, 어느 시점에 일을 마쳤는지를 매번 사람이 모니터링하여 그 날의 일당을 급여로 지급하던 시스템 하에서, 이 시간기록계는 개별 근로자의 업무 시간을 정확히 객관적으로 트래킹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시간의 기록은 곧 급여(salary)의 산정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일반화되어 쓰이고 있는 타임스탬프(time stamp)라는, 즉 컴퓨터과학에서 어떤 사건의 발생 시점 일시를 도장 찍듯이 새기는 이 용어는, Bundy의 Time Recorder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용주는 일정한 고용기간을 두고 모든 직원의 타임스탬프 사이 시간을 합산하여 근로 시간에 대한 데이터를 저장/수집하고, 이를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78-1979년에는 애플II 컴퓨터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가 등장하였는데, 이를 통해 Bundy의 시간기록계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게 되었다. 바로 직원들의 출퇴근 기록 시간을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에 들어 이런 변화는 다양한 장치들, 예를 들어 NFC센서나 지문인식, GPS, 블루투스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시간 기반으로 일하는 업무 형태의 노동력 제공에 대한 산출방식을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업무 시간이 생산성 증가와 1차함수 개념으로 동일하게 우상향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한다면, (물론 현실은 다른 여러 외부 요인들에 의해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이런 변화는 일한 만큼 급여를 지불하는 것에 대하여 시간에 있어서의 객관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용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미 들어 봤겠지만, 오늘날 HR은 People이라는 용어로 대체되는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아직 지엽적이긴 하지만 Human Resource가 직원을 자원의 개념으로 여기는 뜻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에, 직원을 있는 그대로의 사람, 즉 피플(People)로 호칭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이든 국내든, 지역을 막론하고 몇몇 회사들을 중심으로 HR부서의 이름이 피플팀, 혹은 People Operation과 같은 이름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HR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람들의 인식의 사다리 속에 이미 명확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에, 소통하기에 편하다는 이유로 HR 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은 어떨까? HR이라는 용어는 어떤 배경에서 언제 생겨났고, 어떻게 점차 광범위하게 쓰이게 되었을까? 이 배경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우리로 하여금 향후 HR이 People이라는 용어로 변화해가는 과정에 대한 인식의 진입장벽을 낮춰 줄런지도 모른다.
HR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제학자 John R. Commons가 1893년에 출판한 책, The Distribution of Wealth 에서 처음으로 ‘인적 자원 (human resource)’이라고 사용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당시에는 ‘조직과 인력을 구성하는 사람들’이라는 좁은 의미의 개념으로 쓰였지만, 20세기에 들어 고용주와 직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광범위하게 해결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그 용어의 사용이 점차 빈번해지고 일반화 되었다. 그런데 HR이라는 용어의 첫 사용은 책에서 언급되었다고 하지만, HR의 개념과 컨셉에 대한 인식은 사실 그보다 훨씬 전인 영국의 산업혁명과 관련되어 있다. 18세기 중후반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특히 직물/섬유textile 산업에서의 인식이 그러하다.
18세기 말, 영국 웨일즈 출신의 직물 제조업자 Robert Owen과 잉글랜드의 수학자 Charles Babbage는 비즈니스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상품이나 제조공정, 서비스 외에 ‘직원(노동자)’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관점이었으며, 이런 발상이 직물산업 전반에 퍼져 나가자, 고용주들은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환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하루에 8시간 근무하는 것이나, 직원들이 직물공장 작업 공정에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것 등이 시행되었다. 이후 1910년 미국의 공학자 Frederick Taylor에 의한 과학적 관리법이 도입되면서 기술과 관리를 결합시켜 포드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 향상에 혁신이 이루어졌다.
시간이 흘러 HR이 본격적으로 그 분야의 경계를 확고히 만들어 가게 된 계기는 1930년대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의 뉴딜정책이 확대되면서 부터라고 볼 수 있다. 산업의 발달과 확장에 따라 도시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근로 관련 이슈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산업에서 특히 직원관련 이슈를 담당하는 HR이라는 용어의 쓰임이 점차 확장되었다. 당시 초기에는 human resource가 아닌 human relations라는 의미로 쓰였다. 당연히 초기의 HR 업무는 대부분 기업 내 행정적인 일들과 직원 보상, 그리고 급여 지불과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HR의 전략적 니즈가 커져가면서 기업의 후대 경영자나 리더를 장기간에 걸쳐 미리 준비하는 승계계획, 조직 문화, 직원의 웰빙, 법률 이슈와 같은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더 나아가 현대의 HR에서는 행정적이고 루틴한 일들 뿐만 아니라 온보딩이나 채용과 같이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들도 기술이나 아웃소싱으로 대체되고 있다.
오늘날 Resume 혹은 CV(curriculum vitae)라고 불리는 이력서는 직업을 구하는 구직자가 면접의 기회를 얻기 위해 제출하는 개인의 학력, 경력 등을 시간 순으로 요약하여 적은 문서를 뜻한다. 이러한 이력서의 초기 모델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과 문화에 있어 걸출한 천재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문건이 꼽힌다. 해당 문서는 1482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고용주를 구하려는 의도로,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Ludovico Sforza)에게 편지 형식으로 적은 글인데 (그림2 참조), 내용을 보면 당시 존재하던 타인의 발명품에 대한 자신의 비평적인 생각과 함께, 자신을 고용주에게 판매(selling) 하듯이 자신의 경험과 스킬, 경력을 번호를 매겨 병렬 형식으로 적었다. 해당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물건을 만드는 도안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거나, 안전하고 손 쉽게 물건을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등, 자신이 가진 스킬과 능력을 bullet point(중요 항목)로 나열하는 방식의 글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스킬과 경험을 요약해서 설명하는 방식을 비춰볼 때, 구직자가 스스로를 고용주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지금의 이력서와 매우 유사하다.
이후 1900년대 이전까지 이력서는 자신의 능력과 과거 직업 정도를 표현하는 단순한 글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이후부터는 개인의 사적인 정보, 즉 결혼유무, 신체정보, 가족정보, 종교 등의 내용이 포함되기 시작하였고, 1950년대 까지 이런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일반화되고 의무적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21세기 들어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 대중화되면서 이력서는 보다 전문화된 포트폴리오를 포함하는 형식을 갖추기 시작하였고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이력을 정리하여 공개하는 방식이 생겨났다. 이러한 이력서의 변화는 구직자가 자신의 경험과 스킬을 눈에 띄게 표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바뀌어 가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직자가 적는 이력서 내용의 ‘객관성’과 ‘신뢰성’, 그리고 이력서에 적은 구직자의 정보가 제대로 보관되고 관리되느냐에 따른 ‘데이터 프라이버시’ 이슈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급여는 계약 당사자간에 노동에 대한 대가로 고용주가 지불하는 반대급부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대가는 ‘돈(money)’로 고착화되어 있지만, 사실 이 객체는 지난 오랜 세월을 되짚어 보면 사회적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다. 정확한 근거 문헌을 찾기는 힘들지만 언어학적으로 볼 때 급여(Salary)의 어원이 소금(Salt)이라는 설이 있다. 로마 및 중세시대에 유럽에서의 소금은 식료품을 장기 보존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었고, 로마군 병사들은 당시 봉급으로 소금을 받기도 하였다. 라틴어로 급여를 ’salarium’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sal’이 소금을 뜻한다. 그리고 라틴어를 어원으로 가지고 있는 프랑스어 단어 ‘salaire’가 나왔고, 여기서 유래되어 현재 영어단어 salary가 파생되었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어원의 변화 과정과 상관없이, 우리가 생각해 볼 핵심은 1) 급여는 결국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반대 급부이며, 이 관계는 지난 수천년간 변함 없었다는 점과, 2) 노동력에 대하여 보상하는 수단이 언제나 ‘돈’이었던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에 따라 소금, 농산물, 돈 등 서로 다른 것으로 지불되어 왔다는 점이다. 현대 경제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 급여는 사실상 ‘돈’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보상을 광의적으로 해석하면 결국 ‘노동을 제공한 사람이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요즘 현대 사회의 직원들이 중요시하는 노동의 대가는 ‘돈’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칭찬, 기업의 비전, 문화, 동료관계, 보상패키지, 성장 기회 및 가능성 등 다양한 유형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즉 경제사회 속에서 ‘돈(money)’은 고용주가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당연한 개념에 국한되며, 금전적 보상 액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더 이상 직원 입장에서는 돈이 계속해서 더 나은 만족 유익을 주는 매력 요인이 아닐 수도 있다.
한 가지 오해하면 안 될 것은, 과거 로마시대 때 화폐가 없었기 때문에 로마 군인들이 ‘소금(salt)’으로 봉급을 받은 것이 아니다. 당시 로마시대에는 엄연히 데나리우스(Denarius), 세스테르티우스(Sestertius)와 같은 은화나 황동으로 주조된 화폐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로마 시대 군인들이 급여를 ‘소금(salt)’으로 받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의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즉, 고용주 입장에서 제공하는 노동의 대가는 근로자가 그 사회와 환경 속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다. 로마시대에 군인들 입장에서는 소금이 가장 귀하고 가치 있었으며 필요했기 때문에 화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노동력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근로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돈(money)일까? 물론 급여(salary)는 경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여전히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보상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급여는 여러가지 관점으로 형성되는 보상(compensation)의 한 가지일 뿐이라는 점 역시 반박할 수 없다. 우리 직원은, 우리 사회는, 어떤 보상을 원하고 있는가? 다시금 생각해 볼 시점이다.
*reference 로마시대의 각종 화폐 (Ma & Arandjelovic, 2020), 하지만 로마 군인들은 ‘소금(salt)’으로 급여를 받았다. (AncientPages.com, 2020)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곧 기업문화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비즈니스의 성과에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국 인사관리협회 CIPD의 자료에 따르면 사내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은 HR의 역할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며, 효과적인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조직 내에서 신뢰를 쌓게 하고, 직원 참여, 조직 문화 및 생산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이와 관련된 연구도 오랜기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42년에 Alexander R. Heron가 출판한 Sharing Information with Employees라는 연구 서적은 직장 내 직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중요성과 비즈니스 성과와의 관계를 통계학적 접근으로 증명한 첫번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 내 많은 직원들이 정보를 제한적으로 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연구들에서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기업 문화 및 비즈니스 성과와 연관성이 크다는 것을 밝히고 있으며, 근래에 많은 기업들이 리모트(remote) 워크에서 오피스 워크로 회귀하는 현상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어느 기업이든지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서로 업무 혹은 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기업의 시초는 따로 언급할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사례 기업은, 제과 부문 글로벌 시장 규모에 있어서 Mars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국의 Cadbury이다. 이 회사는 특히 그림 5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으로 유명하다. Cadbury는 창업자 John Cadbury가 1824년에 영국의 버밍엄(Birmingham) 지역에서 운영하던 초콜릿 상점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이후 가족경영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하였으며 특히 초콜릿 유제품 분야에 있어서 대를 이어 영국 왕실로부터 보증/인증을 받을 만큼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또한 비즈니스 수익을 사업 확장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불우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캠페인을 하거나 알코올 중독자나 빈곤한 사람들을 돕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해옴으로써 영국인들로부터 바람직한 경영을 하는 기업으로 오랜 기간 찬사를 받아왔다.
Cadbury는 가족경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19세기 말(1890년대)에 이미 직원을 단순히 작업자나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고 직원 복지를 중요시하였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급여나 안전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것 외에,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개발에 힘썼다. 이러한 경영 마인드는 지금까지도 유지/강조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부여하기 위해 직원을 employee가 아닌 내부 이해관계자, 즉 internal stakeholder라고 칭하고 이들에 대해 회사의 최신 비즈니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공유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회사 운영에 있어서도 변경사항이 있으면 즉각 알리고, 회사 운영에 대한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역시 매우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나 회사에서 일하며 느끼는 감정 등을 서베이 외에도 개별 인터뷰 등을 통해 민감하게 조사하고 대처하며, 직원들에게 회사 소식과 정보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오래된 흑백 사진인 그림6은 Cadbury의 직원들이 초콜릿 제조 업무를 하는 중에도 서로 편하게 의사소통 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Cadbury의 전략적 관점이 이미 200년 전부터 이뤄져 왔던 것은 해당 비즈니스가 가족경영 비즈니스였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업무를 하면서 직장에서도 가족 간에 대화가 많았을 것이고 이것이 자연스레 다른 직원들과의 사이로 그 영향이 확대된 것 아닐까?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오너owner의 가치관과 마인드이다. 호칭에 있어 별다른 존대법이 없는 서구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대하는 호칭부터 이미 다르게 접근하였고, 직원 개개인에게 항상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경영 방식을 고수했던 John Cadbury의 정신이 이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것이라 볼 수 있다.
학습과 교육은 인류 역사 만큼이나 오랜 기간 함께 이뤄져 온 주제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기업에서의’ 학습과 교육이다. 분명한 것은,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가치를 산출하기 위함이다. 전통적으로 누군가를 교육하는 것은 회사의 의무가 아닐 뿐만 아니라 직원들 역시 이를 당연스레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많은 기업들이 직원 교육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 및 기술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리스킬링, 업스킬링 관점 교육도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 어떤 변화들이 이 사이에 있었던 것일까?
기업들이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경력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공장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시작한 때와 그 시점을 같이 한다.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관점에서 직장에서의 교육이 ‘도서관 제공’과 같은 형식으로, 직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이뤄지기 시작하였다. 향후 20세기 초(1900년대 초), Henry Ford가 자동차 제조업에 과학적 관리법을 도입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직원들에게 금융, 언어, 위생 등과 같은 별도의 학습 커리큘럼을 제공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더 나아가 1979년에는 한때 핸드폰 기기의 대명사였던 미국의 Motorola에서 Motorola University를 회사 내에 별도로 설립하자는 의견이 논의되었다. 당시 직원 교육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전략도 수행된 것을 보면 상당히 구체화되어 있었다. 이후 Motorola의 제조업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초적인 문해력이나 수학 같은 과목을 Motorola University를 통해 학습해야 했다. 이에 불성실한 근로자는 오히려 해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시기였다. 당시 Motorola는 약 400명에 달하는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내 대학 MBA 과정을 우선적으로 시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당시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최상위 리더들은 직장 내에서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변화를 모색하는 것에 대하여 상당히 시니컬하고 폐쇄적/회의적이었다. 게다가 전체 직원들에게 있어서 직장 내 교육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이 매우 적었다. 이에 Motorola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모색했고, 특정 대상이 아닌,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술을 활용한 직원 교육이 활성화되기 시작하였고, 특히 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가 각광받았다. 디지털 온라인 방식으로 교육 콘텐츠가 제공된다는 점은 혁신적이었으나 지금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콘텐츠가 부실했고 직원 개인에 대한 맞춤화 여지 또한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현재 Learning Experience Platform으로 알려진 LXP의 단계에 들어서 있다. 즉, 더 나은 학습 경험을 위해, 직원이 스스로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학습하고, 이 과정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학습과 경력개발을 개인 맞춤화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최근에는 사회적 그리고 비즈니스의 니즈에 따라 스킬 기반의 조직, 즉 skill-based organisation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어떤 skill을 업스킬링/리스킬링 해야 하느냐, 이러한 스킬을 어떻게 측정하고 비교하며, 어느 정도의 레벨이 각 직무에 필요로 하느냐를 정의하는 것 역시 계속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지금까지 HR의 급여, 보상, 용어, 채용이력서, 교육,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과 같은 과거 히스토리를 살펴보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우리 각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와 기술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매우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다들 빨리 변화하는 과정을 힘써 같이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난 날을 깊이 되돌아봄으로써, 우리가 매일 당연하듯 하고 있는 수많은 HR 과업에 대하여 WHY?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진정 비즈니스에 가치를 기여하는 HR 활동들을 재정립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3년 8/9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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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참고문헌
- Commons, J. (1893). The Distribution of Wealth
- Jeffery, R. (2021). Where does HR come from? A brief history of the people profession. CIPD
- Muldoon, J. (2020). Certain Victory, Uncertain Time: The Limitations of Nineteenth-Century Management Thought
- Ma, Y. & Arandjelovic, O. (2020). Classification of Ancient Roman Coins by Denomination Using Colour, a Forgotten Feature in Automatic Ancient Coin Analysis
- AncientPages.com, (2020). Surprising Discovery of Ancient Roman Salt Factory In England
- Wiggenhorn, W. (1990). Motorola U: When Training Becomes an Education. Harvard Business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