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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Oct 13. 2023

스킬 기반의 HR과 조직 (Skill-based HR)

Skill-based HR & Organisations

최근 이 용어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스킬 기반의 조직 (Skill-based organisation)이다. 이 용어가 경영학 버즈워드(buzzword, 유행어)로 반짝였다가 사라질지 아니면 정착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자주 언급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스킬 기반의 조직 (skill-based organisation)은 갑자기 나온 개념이 아니다.


모던 HR 분야에 흐르고 있는 여러가지 물결이 있는데, 그 중 계속해서 뜨겁게 논의되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데이터 기반의 HR로의 전환(HR/피플 애널리틱스; 혹은 HR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DEI)”을 들 수 있다. 특히 다양성 이슈는 경영과 비즈니스 전반에서 사회적 관심이 높은 ESG와도 맞물리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HR은 어떨까? 다양성과 형평성, 그리고 포용성에 관한 관점은 단순히 조직/기업 내에서 임원의 성비(性比)를 균형있게 가져가고, 인종(Ethnicity)과 출신(Background)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DEI는 HR 전반에 이미 큰 망치질을 여러 군데에 하고 있다. 이 망치질로 생겨난 현상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킬 기반의 조직 (Skill-Based Organisation; SBO) 이다.



기존 기업/조직의 HR 체계는 충분이 납득 가능한가?


채용, 보상, 배치, 교육, 승진, 승계계획, 기타 HR의 여러가지 기능들이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무엇을 기반으로 결정되는가? 당연히 여러 논리적 준거가 있다. 신규 채용의 경우 그 이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사내 직원의 경우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조직 문화에 핏(fit)이 잘 맞는지, 조직 내 네트워크와 평판이 좋은지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문제는 이런 잣대들이 모두가 납득할만큼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수많은 예를 들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단적인 예로 채용 과정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채용 지원자는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 적혀 있는 내용의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로 입사 지원을 한다. 그런데 그 직무에 해당하는 일 만을 전문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의 내부 상황에 따라, 혹은 팀의 구성이 바뀌면서, 혹은 비즈니스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원래 기대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 딜로이트 연구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의 71%는 그들의 직무로 정의된 내용 외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며, 오직 24%의 사람들만 그들의 직무와 명확히 연결된 일을 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수많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 JD)에 나와 있는 내용을, 실제로 회사에 입사한 후에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1/4도 안된다는 의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스킬 기반의 조직 (skill-based organisation) 이란


스킬 기반의 HR/조직은 직원 개인의 관심영역과 스킬을 바탕으로 조직의 HR 체계를 리셋팅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HR은 직무(Job) 기반의 시스템으로 직원/인재를 관리해왔는데, 비즈니스와 사회, 그리고 직원의 관심 커리어가 변화하면서, 또 전술했듯 DEI 측면에서도 형평성 측면이 대두되면서 스킬 기반의 HR 시스템 체계 필요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킬 기반의 인력관리 시스템은 조직 내 HR의 관리 및 운영 측면에서 학력, 경험, 직급과 같은 사항보다 스킬과 이에 따른 잠재력을 중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깝게는 HR 체계의 변화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내 비즈니스 전반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체계의 변화, 즉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킬 기반의 조직이 갖는 여러가지 장점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고성과자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더 최적화된 프로젝트 기반의 팀을 구성할 수 있고, 외부 변화 적응에도 유연하며, DEI와 직원 복지 및 생산성 향상 측면에도 긍정적이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스킬 기반의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1) 인재를 효과적으로 배치할 가능성이 107% 더 높고, 2) 기업의 평판을 높일 가능성이 98% 높고, 3) 조직 내 고성과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98% 더 높으며, 4) 직원들이 스스로 긍정적인 업무 경험을 할 가능성이 79% 높고, 5) 내 외부 변화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가능성도 57%가 높으며, 6) 혁신, 효율성, 포용적인 업무 환경을 가질 가능성도 대략 50%가 더 높다.


[그림1] 스킬 기반의 조직들이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갖는 차이점 (Deloitte Insights, 2022)


심지어 스킬 기반의 조직은 데이터 기반의 HR(data-drive HR; HR 애널리틱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HR 애널리틱스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직원 데이터 활용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22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자료를 보면, 스킬(Skill)을 활용한 분석으로 직원의 업무와 비즈니스 향상에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직원의 90%가 기꺼이 자신의 데이터가 분석에 활용되는 것에 동의하겠다고 답하였다. 스킬 기반으로 접근하는 전략은 단순히 빠른 사회적 변화에 따라 HRD 분야에서 리스킬링/업스킬링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스킬 기반의 조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HR 전반의 기초를 다시 닦는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스킬 기반의 조직의 케이스스터디 글로트(Gloat)


다국적 소비재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스킬 기반의 조직으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했다고 평가받는 곳 중 하나이다. 그리고 유니레버가 스킬 기반의 조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는 바로 이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주요한 전략이었다. 이 기업 - 글로트(Gloat)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그림2] 스킬 기반의 탤런트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트 (Gloat, 2023)


글로트(Gloat)는 2015년에 Danny Shteinberg, Ben Reuveni, Amichai Schreiber, 세 사람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미국 뉴욕에 위치하고 있다. 2022 년에 시리즈D 투자에서 $90M(약 1,200억원)을 유치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 기업의 주요 고객으로는 Unilever, HSBC, Novartis, Seagate, Schneider Electric, Nestlé, Mastercard, Walmart 등이 있다. 글로트의 2023년 기업가치는 $400M(약 5,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AI를 활용해 기업의 인재 배치를 돕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이렇게 기업 내부 인재에 대한 이동 및 배치를 돕는 서비스를 “탤런트 마켓플레이스(Talent Marketplace)”라고 부른다. 글로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은 자체적인 HRIS 시스템을 글로트의 시스템과 연동하여 직원 프로필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직원 개인에게 적합한 스킬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 개인은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에 있어서 자신이 어떤 스킬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가지고 있는지, 혹은 부족한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개발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과도 연동되어 있다. 또한 기업 내에 새로운 포지션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스킬과 연관성이 높으면 (구인구직 채용 서비스 회사가 잡 포스팅 레터를 보내듯) 관련 내용을 추천받아 확인할 수 있다.


스킬 기반의 HR/조직 체계로 구축된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는 특히 규모가 큰 기업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 개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부가 신설된다든가, 지사가 새로 생긴다든가, 새로운 태스크포스 프로젝트를 한다든가, 기존 직원이 여러가지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부서나 지역 이동을 원할 때, 직원을 적절한 곳에 이동 배치할 수 있다. 더 쉽게 말하면 인력이 필요할 때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 ‘내부 인력시장’인 것인데, 그것을 스킬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잡 포스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스킬 기반으로 연동된 프로젝트팀이나 직무기술서가 (마찬가지로) 스킬 기반으로 프로필이 정리되어 있는 개별 직원에 대하여 알고리즘에 의해 우선 매칭되기 때문에, 적합한 내부 조직화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게 되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특히 대기업의 경우 주요 인력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 자기가 하고 있는 직무나 역할에 불만을 갖게되면 다른 대안을 찾게 마련인데, 대부분 이 경우 타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 내부에 탤런트 마켓플레이스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경우, 직원 개인이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젝트나 직무로의 이동을 수월하게 찾고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 잔류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다른 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기업 입장에서 점차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상황에 맞게 팀의 구조화와 프로젝트 기반의 팀 셋팅을 훨씬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각 직원들의 스킬을 기반으로 한, 팀 배치와 조직화가 이루어 지기 때문에, 목적하고자 하는 업무에 적합한 조직 구성을 최적화 할 수 있다. 




케이스스터디 – 스킬 기반의 HR 솔루션: eightfold.ai


에이트폴드(eightfold.ai)는 직원 후보자를 채용하는 것부터 직원 유지 및 관리까지 인공지능(AI)을 통해 해당 직원의 인재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HR 솔루션이다. 에이트폴드가 제공하는 주요 기능에는 채용, 직원 프로필, 셀프 서비스 포털, 학습 및 개발, 360도 피드백, 이력서 구문 분석, 인터뷰 일정, 채용 페이지, 이메일 템플릿 등이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서비스가 스킬(skill) 기반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각 직원의 스킬 측정 뿐만 아니라 인증, 또는 직무의 전환에 따라 필요한 리스킬링에 대한 것들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스킬 기반의 접근은 채용 및 평가, 인재 유지 전략 등에도 모두 연계되어 있어 해당 기업이 스킬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림3] eightfold.ai는 AI기반의 탤런트 인텔리전스 플랫폼이다. 스킬(skill)기반으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에이트폴드를 통해 스킬 기반의 HR 및 조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다음의 특징을 갖는다.

1. 경력관리 (Career Planning) – 스킬 기반으로 직원에게 적합한 ‘맞춤형’ 경력 커리어 경로를 제안한다. 해당 직원의 스킬을 다른 여러 요소들, 즉 프로젝트, 학습 프로그램, 멘토, 관심사, 직무경험 등과 결합하여 직무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해진 커리어 경로가 아닌, 직원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커리어 경로를 제안한다.

2. 스킬 개발 – 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떤 스킬은 그 중요성이 줄어드는 반면, 또 다른 스킬은 새롭게 익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각 직무별로 필요한 그리고 필요할 스킬을 정의하고,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나 학습코스를 제안하는 것 역시 스킬 기반의 접근법의 장점이다. 직원 개별적으로 개인적인 스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스킬을 개발할 수 있게 한다.

3. 내부 인력이동 및 인력재배치 – Internal Mobility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특히 조직의 규모가 큰 경우,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더 적합한 프로젝트나 업무에 직원을 연결 배치하기 위해 내부 인력이동 시스템이나 HR 정책을 갖춘 기업들이 있다. 이 때, 스킬 기반의 판단과 매칭은 조직 내 공정성을 더할 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새롭게 런칭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스킬을 어떤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함으로써 TFT를 구축할 때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직원 입장에서도 자신의 스킬과 관심사를 시스템에 등록된 프로필에 공개 어필함으로써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관리할 수 있고, 이 역시 조직 내 인력 재배치를 유도한다.

4. 탤런트 마켓플레이스 (Talent Marketplace) – 많은 이들이 이 개념을 내부 인력시장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위의 3번째 언급한 항목과 같은 개념이 아닌가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완전히 별개의 개념은 아니지만, 탤런트 마켓 플레이스는 단순히 조직 내 인력 시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는 ‘직원 관점의 기회’에서 시작한다. 즉 직무, 프로젝트, 각종 TFT와 같은 업무, 다른 동료들과의 관계, 개인 성장 및 만족도 등을 함께 고려하여 직원 몰입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5. 승계계획 – 승계(succession)라는 단어가 한국어 맥락에서는 무언가 리더와 같은 중요한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의미하는 어감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이는 모든 업무에 대해 후임자에게 과업을 넘겨주는 개념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적합한 후임자를 선택하고 발탁할 때, 개인 간의 네트워크나 관계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각 직무에 필요한 스킬을 정하고 이에 걸맞은 스킬을 보유한 직원을 탐색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더 나은 승계 계획을 준비할 수 있다.




스킬 기반의 조직 변화 시작은 스킬이 아니다!?


스킬 기반의 조직 (Skill-based Organisation)의 실행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은, 아주 당연하게 그 첫 단추로 조직 내 직원들의 스킬을 데이터베이스 작업화 하는 것을 떠올린다. 물론 이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조직에 필요한 스킬, 활용하고 있는 스킬, 그 가치가 점차 상실될 스킬 등 전체적으로 어떤 스킬이 있는지를 리스트업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킬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스킬을 취합하고 리스트업 하는 것은 스킬 기반의 조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첫번째로 우선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다. 


스킬 데이터 구축은 사실 ‘스킬’이 아닌 다음의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당신의 직무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당신이 일을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즉, 각 직무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의 활동이 세분화되어 해체되어야, 비로소 그 활동과 연관된 스킬을 매칭할 수 있다. 이렇게 직원들의 스킬이 아닌 활동을 직무 단위별로 해체하는 과정을 전문용어로 잡 디컨스트럭션 (Job Deconstruction)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을 통해 향후 기술에 의해 자동화될 수 있는 직무별 태스크(task)를 재정의 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새롭게 필요한 스킬(skill)도 리스트업 할 수 있다.




스킬에 앞서, 직무 활동 조사/분석의 필요성 – 향후 자동화가 될 것인가?

 

직무의 자동화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림4]는 이 3가지 측면을 도식화 한 것이다.

1. 첫째, 우리가 각 직무를 활동(태스크; Task) 단위로 구분하게 되면 그것이 반복적인지 아니면 변동성이 있는 과업인지에 대한 여부 

2. 둘째, 개인 독립적인 활동인지 아니면 타인과 상호협력 소통하면서 하는 활동인지에 대한 여부 

3. 셋째, 육체적인 활동인지 정신적인 활동인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업이 반복적이고/독립적이며/육체적일수록 점차 기술 및 기계에 의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스킬을 재정의 하는 과정에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활동에 대한 스킬은 점차 그 필요성과 니즈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향후 조직 내에서 채용, 배치, 보상, 교육 등 HR의 전 영역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그림4] 직무 활동의 자동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세가지 측면 (Jesuthasan & Boudreau, 2018)




스킬을 논하기 앞서 직무 활동을 해체(deconstruction)한다는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위에 언급한 기준을 토대로 직무 활동을 해체하는 작업을 선행한다는 것은 다음의 [표1]과 같이 직원들의 활동을 먼저 취합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굴착 및 시추 작업을 하는 드릴공을 예로 들어보자. 이 직무를 하는 사람의 활동은 여러가지가 있다 (표1의 2열).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필요한 혹은 직무의 성과와 연결되는 기준이 별도로 있다 (표1의 3열). 각 활동은 [그림4]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반복적-변동적(가변적)’, ‘개인적-협력적’, ‘육체적-정신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러한 활동(task)이 현장에서 이뤄지는지 혹은 원격으로도 가능한지도 조사 가능하다. 표에는 삽입하지 않았지만 해당 활동(task)의 소요 시간이라든지, 또는 해당 직무에 특히 민감한 요인이 있다면 그러한 부분도 추가 변수로 하여 삽입할 수 있다. 


이러한 조사 과정이 이루어진 후에 비로소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를 통해 관련 스킬을 조사하고 매칭해야 의미가 있다. 스킬 기반의 조직 변화를 도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나, 조직 내부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직무 활동에 대한 조사로 먼저 접근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일단 어떤 스킬들이 있는지 나열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표1] 직무 활동의 해체(deconstruction) 과정에 대한 샘플 (revised from Jesuthasan & Boudreau, 2018)




철저히 ‘기업관점’이 아닌 ‘직원관점’으로 접근해야 


HR 분야에서 자주 언급하는 대명제로 “The right people are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이 있다. 이 문장은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장소와 적합한 때에, 즉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을 자원(resource)으로 간주하고 활용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소비되는 자원을 최소/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SBO 방식으로 조직이 ‘제대로’ 변화하려면 위와 같은 접근 방식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The right people are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은 철저히 기업관점의 명제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전통적으로 직원을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원으로 이해하고 이들의 역량과 에너지를 최대한 발휘하여 비즈니스에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왔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대부분 그러하다. 하지만 최근 이런 관점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직원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면, 단순히 도구나 자원인 것 마냥 활용하는 객체(object)로 여겨서는 안된다. SBO의 배경에 ‘공정성’이 중요한 가치였듯이, 스킬 기반으로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시도하는 모든 과정의 관점이 ‘기업 중심’이 아니라 ‘직원 중심’이어야 한다. 앞서 스킬셋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떤 스킬들이 있는지 먼저 리스트업하고, 이를 카테고라이징하는 작업은 ‘관리를 쉽고 평이하게 하기 위한’ 전형적인 기업 중심적 관점이라 볼 수 있다. 반면, 번거롭지만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에 연관된 행동 과업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화 및 대체 가능 여부를 확인하면서 적합한 스킬을 매칭하는 접근은, 철저히 직원 중심으로 시작하는 관점이다. 비록 직원 중심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수고는 많이 들지만, 그 결과물의 쓰임이 분명하다. 조직의 맥락과 직원들의 행동 패턴이 가장 기초 단계부터 반영된 상황에서 구축하는 스킬셋이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표준화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결과물과는 질적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하단의 [표2]는 기업 관점의 질문들과 직원 관점의 질문들을 예로 보여준다. HR은 언제나 적합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관점에 매몰되어 이러한 방식에 집중해 왔지만, 직원들은 결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HR은 HR 관점의 질문이 아니라 직원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접근해야 한다. HR이 하는 질문은 관리와 운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의 필요와 니즈를 서비스하는 것들로, 그리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들로 구성해야 한다.


[표2] 기업 관점을 가진 HR의 질문과, 직원 관점의 질문들의 예


스킬 기반의 조직 변화는 곧 가능성(potential)이다


 HR에게 스킬(skill)기반의 접근은 곧 가능성(potential)이다. 지난 과거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로 표상되는 프로덕트에 집중했으며, 현대에 이르러 이를 통한 성과를 극대화하고 효율/효과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바라봐야 할 시선은 스킬 기반으로 만들어 나가는 조직의 가능성이다. 더 면밀하게, 더 공정하게, 더 투명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그리고 직원들의 관점을 근간으로 시작하는 접근 방식의 전략에는 스킬 기반의 조직이 맞닿아 있다. 




* 주요 참고문헌

- Cantrell, S. et al. (2022) The skills-based organization: A new operating model for work and the workforce. Deloitte Insights

- Kropp, B. & McRee, E. (2022). 11 Trends that Will Shape Work in 2022 and Beyond. Harvard Business Review

- Jesuthasan, R. & Boudreau, J. (2018). Reinventing Jobs: A 4-Step Approach for Applying Automation to Work

- eightfold.ai (2023). How to build an agile workforce with a skills-driven approach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3년 10/11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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