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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Apr 22. 2024

승진추천AI-구글은 왜 거부하고 IBM은 왜 도입했을까

HR에서의 AI 알고리즘 활용, 그 명과 암에 대하여

구글은 왜 거부하고, IBM은 왜 도입했을까

AI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관심이 계속해서 뜨겁다. 개인은 자신의 업무나 직업 안정성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고, 조직/기업은 이를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하고, 직원들의 생산성을 증강시킬 수 있을지 모색한다. 비판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발현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문제점과 윤리적 이슈 등을 고민한다. AI는 그저 하나의 기술에 불과할까? 기술의 등장은 언제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언제나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수용 여부에 따라 일부 기술은 변화하며 기존 기술이 사라지기도 하고 (예: 카세트테이프 -> CD플레이어 -> MP3 -> 스트리밍뮤직), 어떤 기술을 그 과정에서 사장되지 않고 계속해서 사회와 고객의 니즈에 맞춰 변화한다 (예: 핸드폰). 이 글에서는 특히 HR 관점에서 기업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구글과 IBM의 승진예측 알고리즘 모델 개발 케이스를 통해 살펴보겠다. 이러한 논의는 기업의 경영자와 HR 리더들에게 HR에서의 AI 활용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상황 인식에 대한 도움을 줄 것이다.




HR에서의 AI 활용은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가


HR 분야에서의 AI 활용에 있어서 주목할 게 있다. 바로 이미 의사결정을 해놓고 백데이터를 붙이는 방식으로 일하는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점이다. HR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의 접근이 괄목할만하게 관심을 받자, 이제는 실무자 뿐만 아니라 경영자의 관심도 무척 높아졌다. 그런데 관심에 비해 일하는 관점과 방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예를들어 이미 해놓은 의사결정에 대한 백데이터를 붙이는 작업을 들 수 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관련된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기존 관행은 자신의 직관과 경험으로, 또 사내 정치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나 조직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의사결정권자는 이미 자신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을 해놓곤 한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신이 이미 선택한 결정이 지지받는 것을 원한다. 이런 경우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작업 결과가 의사결정권자의 결정과 다르면 큰 챌린지를 겪게 된다. 그런데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 예측, 최적화, 카테고라이징 하는 AI의 활용이 확장됨에 따라, 위와 같은 몇몇 의사결정권자의 배타적이고 때로는 이기적인 활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HR의 AI 활용에 있어서 또 다른 분명한 점은 HRBP (Human Resource Business Partner)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HRBP의 주요 역할은 각 부서의 리더 곁에서 그들의 실시간 HR이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HR 관점에서 비즈니스 문제 해결을 빠르게 보완/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접근이 빠른 기술의 진보에 의해 가능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타겟 역시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한다. 예전에는 연 단위 매출 얼마, 이번 채용 규모 몇 명, 이런 식으로 타겟을 설정했다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 상황에 발 맞추어 비즈니스 타겟 목표도 중간에 자주 바뀐다. 고정되어 있지 않고 바뀌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HR의 접근 역시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시간 (Time or Period) 기반의 접근방식이 아닌, 업무(Task)와 상황(Situation) 중심의 접근방식을 요구 받는다. 시간 베이스는 예를 들어 연 1회 혹은 연 2회 기간을 정해 채용하거나, 매년 별도의 기간을 정해 직원몰입 설문 등을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듯 보이나 철저히 관리자 중심적이다. 직원중심적이 되려면 시간 요소와 상관없이 그들의 상황 변화에 따라 실시간 대처해야 한다. 직원중심의 접근 방식에는 많은 비용과 인력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여겨졌지만,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에 대한 보완이 가능해 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HR tech solution을 통한 펄스 서베이와 이를 통한 실시간 액션플랜 제안을 들 수 있다. 직원들을 랜덤으로 선별하여 2~3가지의 핵심 질문으로 그들의 직원몰입도나 정신적/육체적 건강 컨디션 체크 등을 상시로 함으로써, 그리고 이 취합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AI를 통해 빠르게 액션플랜으로 구체화 하는 것 등을 말한다.

HR의 또 다른 큰 영역인 학습교육 (Learning & Development) 측면도 마찬가지다. AI기반의 스킬 로드맵은 직원들이 어떤 학습을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레벨을 목표로 해야하고, 과거 학습 히스토리와 개별 커리어 관심사 등을 통해 맞춤형 학습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게다가 생성형 AI는 기존에 피상적인 HR 행정관련 사항 답변만 도와주던 HR chatbot의 기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제는 기업 내부의 과거 데이터 정보 뿐만 아니라, 외부의 트렌드나 현황도 함께 고려한 답변을 한다. 기존에 기업 내부의 FAQs (Frequently Asked Questions), 즉 자주 질문하는 것들에 대한 내용만 데이터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영상, 이미지, 기타 다른 여러 데이터를 조합한 것을 통해서도 더 폭넓은 이해 수준의 답변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승진추천 AI 알고리즘. 구글은 왜 거부하고, IBM은 왜 도입했을까


승진추천 AI 알고리즘 개발은 HR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해 Tech 분야의 리딩 기업을 중심으로 상당히 이전부터 시도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를 내부적으로 잘 개발한 구글(Google)에서는 최종적으로 해당 알고리즘의 활용을 거부했던 반면, IBM에서는 HiRo라는 내부 솔루션을 개발하여 잘 활용하고 있다. 두 기업에 무슨 차이가 있길래 한 쪽에서는 쓰이지만 다른 한 쪽은 아닐까?


구글에서 직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돕는 피플 애널리틱스팀은 승진(promotion) 영역에 있어서도 이러한 시도를 한 바 있다. 즉 적합한 승진자를 평가하는 것에 있어 사람의 판단과 기준이 주관적이고 모호하니, 객관적인 관점을 보완하기 위해 승진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직원이 개인 성과 데이터를 입력하면 업무 평가, 동료 평가, 상사 평가, 자가 평가 등을 바탕으로 승진 적합 비율이 산출하고, 실제로 승진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의 과거 기록과 비교할 때, 해당 알고리즘의 예측 정확도가 90%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글 입장에서는 구태여 많은 인력과 시간, 에너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해당 알고리즘을 통해 빠르게 상당히 수준으로 승진 적합 대상자를 구별해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얼핏보면, 이런 알고리즘의 개발은 구글 내에서 유용하게 잘 쓰였을 것 같지만 결과론적으로 구글의 경영진은 해당 알고리즘을 실제 HR 영역에 도입하지 않았다. 


IBM에서도 승진 예측 알고리즘 개발의 시작은 구글과 비슷했다. IBM의 경우에 승진 프로세스는 HR 실무자들이 가장 기피하고 싫어하는 업무였다. 왜냐하면 기업이 워낙 다양한 국가와 사업에 확장되어 있다보니, IBM의 승진 프로세스는 170여 개국의 100,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 승진에 대한 적합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합의하는 과정, 그리고 관련 승진 후보들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통합하는 과정, 승진자에 대한 평가 및 인터뷰 등을 수행하는 과정 등은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때로 이 과정에서 실수나 누락이 발생하면 HR 입장에서 매우 크리티컬 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 적합한 정보를 얻는 것도, 그 결과를 보상에 연계하는 것도 어려웠다. IBM의 승진 업무를 관장하는 HR 실무자들은 승진자들에 대한 축하 세리머니나 승진 최종 탈락자에 대한 피드백 인터뷰 등에 시간을 더 쏟기를 원했지만, 프로세스가 워낙 거대한 업무량을 요구하다보니 직원들과의 대면 가치 활동이 어려웠다. 하지만 AI를 활용하여 승진 프로세스를 자동화 하고 승진예측 알고리즘을 개발 및 적용 함으로써 기존 HR업무의 50,000시간 이상을 절감할 수 있었고, 대신 승진 프로세스 참여자에 대한 개별 피드백과 같은 직원 상호교류 케어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승진이후 보상 산정에 있어서도 오류 발생 및 재작업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가장 결정적으로 직원들의 승진프로세스에 대한 결과 수용성이 높아졌다.


똑같이 승진추천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구글은 왜 거부하고, IBM은 왜 도입했을까? 직원들 입장에서 승진(promotion)이라는 매우 민감한 이슈를 기계의 기술적 판단에 맡긴다는 것은 분명 조심스러워 보인다. 그럼에도 왜 IBM에서는 수용되었을까? 구글의 경우 승진자를 식별하는 것을 수식 알고리즘을 통해 하려다보니 승진자를 사람이 아닌 기계가 선택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고 이에 대한 내부 저항감이 컸다. 특히 해당 알고리즘 도입에 대한 경영진 최종 의사결정에서 사람의 인생과 향후 커리어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결정을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것에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IBM은 시작점이 그들 조직이 맞닥뜨리고 있던 비즈니스 문제(Business Problem)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데이터를 취합하고, 평가를 담당한 매니저에게 승진기준과 함께 자료를 송부하고 취합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고, 최종 결과에 따른 보상 정책 수준을 연계하는 프로세스를 최적화 및 자동화 했을 뿐, 승진 결정은 여전히 사람이 했다. 프로세스의 개발에 따라 확보된 시간을 승진결정 여부에 영향을 받는 직원들에 대한 일대일 피드백과 상호 교류에 에너지를 더 쏟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었다.




HR에서의 AI 활용은 사람중심 여부 관점으로 귀결 


기술이 아무리 확장되고 활용 범위를 넓혀도 결국 그 쓰임은 철학적 접근에 본바탕이 있다. 프로덕트 중심인가 아니면 사람중심인가? 직원을 자원으로 간주하는가 아니면 고객처럼 가치를 창조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간주하는가? 직원을 자원으로 간주하는 관점은 인건비 최적화, 인력관리 예측모델 등에 AI를 활용할 것이다. 직원 경험을 중시하고 직원에 대한 가치를 비즈니스 가치의 기초토대(foundation)로 여기는 관점은 직원들의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야 그들이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이고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이는 곧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가치와 고객 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둘 중 어떤 관점이 맞느냐의 문제는 전혀 아니고, 경영진 및 의사결정권자의 가치관 차이로 발현되는 상이한 현상으로 보인다. HR에서의 AI 활용이 제도화되거나 수용되는 여부는 결국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로 그 발현될 모습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Reference

- Insight222 (2024). How IBM Uses AI to Transform Their HR Strategies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4년 5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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