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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Oct 17. 2024

영국 폭동 사태로 들여다보는 다양성의 실체

영국의 2024년 8월 폭동은 한국의 10년 후 미래일수도

들어가며 - 영국의 2024년 8월 폭동은 한국의 10년 후 미래일수도


2024년 8월, 영국이 반反이민자 폭동으로 시끄럽다. 이는 영국 사우스포트Southport를 기점으로 발생한 전국적 극우 폭동으로, 2011년 영국 폭동 이후 영국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이다

2011년 영국 폭동은 8월 4일 북런던에 위치한 토트넘에서 흑인 청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에 대한 과잉진압 문제제기가 촉발되어, 일주일 넘게 항의 시위 및 폭동으로 이어졌다.

불법 이민자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잠재 리스크가 폭동과 같은 형태로 구체화되어 발현되는 영국의 상황을 한국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인구수 감소에 따라 국가가 펼칠 수 있는 가시적인 단기 해결책은 이민을 통한 인구수 유입이며이는 곧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최근 한국에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주관으로 필리핀 출신의 가사도우미 100명을 공식적으로 고용하여 입국시킨 내용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이런 움직임이 시발점일 수 있다한국 정부기관은 필리핀 출신의 이들이 한국인 가정에 대한 가사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초법률성희롱교육아이돌봄한국어생활문화 등에 대한 특별한 관리 교육을 시행한다고 하였다외국인에 대한 한국 유입 시도와 이들에게 국가 차원에서의 교육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앞으로 확장될 소지가 높다그리고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영국과 같이 사회적문화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높다이에이 글에서는 불법 이민자와 다양성 이슈를 영국의 사례를 통해 깊이 들여다 보고자 한다.



영국 폭동의 도화선이 된 사우스포트 칼부림사건


2024년 8월 영국 폭동의 도화선이 된 사건을 살펴보면, 7월 29일 사우스포트의 한 어린이 댄스 교실에 르완다 이민자 출신 2세인 17살의 청년이 들어와 칼부림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어린아이 3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 이후 피의자의 이름이 '알리 알 샤카티'이며 보트를 타고 영국에 넘어와 난민 신청을 한 무슬림 이라는 가짜 뉴스가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빠르게 퍼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영국 내 외국인 난민의 유입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들고 일어나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는 점차 폭동으로 확대되어 [그림1]에서 볼 수 있다시피 런던, 리버풀, 브리스톨, 맨체스터, 리즈 등 영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폭력 시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림1] 2024년 8월, 영국 내 반反이민 폭동이 발생한 지역 (*source: The Mirror)

상황이 영국 전역으로 심각해지자, 영국 경찰은 사실 규명을 위해 이례적으로 가해자의 신원을 공개하였다. 리버풀 지방법원에서 공개한 가해자의 이름은 '악셀 무간와 루다쿠바나'로, 르완다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웨일즈인이었다. 즉, 가해자가 보트를 타고 영국에 넘어와 난민 신청 중인 무슬림이라는 가짜뉴스의 내용과 전혀 달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동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폭동 세력은 모스크, 난민 보호 센터 등 무슬림 관련 시설을 중심으로 테러를 벌였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시위 세력은 "인종차별에 맞서라", "극우를 막아라", "인종차별주의자를 난민과 맞바꾸겠다"라는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를 하는 상황이며,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 


도대체 불법 이민자들은 누구이고, 무슨 상황이 있길래, 영국으로의 이동을 목숨 걸고 강행하는 것일까? 일부 영국인들은 왜 이들에 대하여 극심한 반감을 가지게 된 것일까? 이민자와 다양성 이슈는 HR 전문가에게 어떤 중요한 관점을 시사하는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것은 실제로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선한 의도에서 출발하는가 아니면 다른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일까? 사회적 현상에 민감해야 하는 HR 전문가에게 이민자, 그리고 인종차별과 관련된 다양성 이슈는 분명 중요하다. 



소형 보트를 통해 영국으로 이민오는 사람들. 그들은 누구? 그리고 왜?


소형 보트를 통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해안을 넘는 불법 이민자들은 주로 전쟁, 박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그림2]와 같이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 출신으로, 정치적 불안정, 내전, 극심한 빈곤 등의 이유로 고국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난민 지위를 신청하기 위해 유럽을 향하는데, 법적 절차나 정치적 여건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영국을 최종 목적지로 선택한다. 그 이유는 영국이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에게 상대적으로 포용적인 나라라고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다민족 이민자들의 국가라 하면 미국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2022년 미국과 영국의 전체 국민 대비 이민자 비율 자료를 보면 미국이 14.3%, 영국이 14%로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영국은 유럽 내 다른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등 과는 달리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많은 이민자들의 입장에서 언어적 장벽이 낮다. 오랜 이민 역사에 따라 영국 내 이민자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그들에게 중요하다. 또한, 영국의 난민 정책은 일부 유럽 국가들보다 난민 신청자에게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난민 지원 신청을 한 후 이를 승인 받게 되면, 영국에서 5년간 거주 허가를 받고, 그 이후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NHS(국민건강서비스,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무료로 의료 혜택을 받고, 자녀들의 교육도 공립학교를 통해 무상으로 받을 뿐만 아니라, 주거와 취업에 있어서도 혜택이 주어진다. 이런 넓은 커버리지의 법적 지원 혜택이 있다 보니 유럽을 목표로 하는 이민자들에게, 영국은 비록 바다를 건너야 하는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이를 시도하려는 강력한 동기가 있는 셈이다. 


[그림2]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통해 영국에 불법 입국한 사람들의 출신 국가 (*source: BBC, 2024)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이동 루트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최단거리인 도버해협으로, 약 33.3km이다. 이는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거리와 비슷한데, [그림3]는 이 해협을 통해 보트로 불법 이동하는 대대수 이민자들의 출발점과 도착지점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민감하고 난해한 사안이 있다. 첫째, 보트를 통해 영국 내 해협에 도착하는 경우, 영국 정부에서는 국제법상 인권 보호에 의거하여 이들이 불법으로 입국하였다고 하더라도 즉각 추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22년 르완다정책 법안을 발의하여 이 문제를 해소하려 하였으나, 이후 이 법안에 반대하는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고, 국제적 정서에 반한다는 점에 부딛쳐 실행되지 못하였다. 둘째, 해협을 건너는 도중에 불법 이민자들의 보트가 뒤집어지는 등 문제가 생기는 경우이다. 이 때,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누가 구조의 책임이 있고, 어느 영역까지 커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오랜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르완다 법안은 영국에 불법으로 보트를 타고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로 인해 영국 내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자, 이들을 영연방 국가인 르완다로 보내어 망명 신청 기간 동안의 거주를 르완다에서 하게끔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림3] 도버해협을 건너 불법 밀입국한 보트의 프랑스연안 출발지역과 영국 연안 도착지점 (*source: inews.co.uk, 2021)


영국인들은 왜 이민자 증가를 염려하는가


이민자들의 영국 이주는 2016년 유럽 연합 탈퇴에 대한 브렉시트 투표 당시 주요한 논쟁 안건이었다. 외부에서 수준과 학식이 높고 재능 있는 인재들이 영국으로 많이 이동하게 되면, 영국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뿐만 아니라, 이주한 사람들의 생활 소비는 곧 영국 내 경제에 즉각적인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민자의 대다수가 경제력과 학식이 높은 수준의 사람들 보다,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등 고국에서 삶이 어려워 더 나은 삶의 혜택을 누리고자 영국을 찾는 생활 여건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라는 점이다. 영국으로의 이민자 통계 기록을 보면 2022년에 순이민자 수가 약 120만명으로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는데, 우크라이나와 홍콩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취업 및 학생 비자를 통해 온 사람들로 인해 그 수가 증가했다.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시도한 사람 수는 2018년 229명에서 2022년에는 4만6천명을 기록하였다. 이렇게 외부인의 유입과 불법 이민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영국 내 사회에 여러 사회 문화적 갈등을 일으켰고, 이들에 대한 사회 복지 차원에서의 재정 지원도 급증하였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민자에 대한 영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이다.



다양성에 관한 사회적 이슈가 HR에 중요한 이유


다양성(Diversity)은 현대 HR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 내에서 다양성은 다양한 배경, 경험, 관점을 가진 직원들이 공존하며 협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폭동 사태는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어떻게 기업 문화와 직원들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HR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단순히 외부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내부 조직에서도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의 몇 가지는 사회적으로 이민자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하여 HR이 왜 그리고 어떻게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1. 다양성 관리 및 포용

HR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조직 내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민자 문제는 다양성 관리와 직결되며, 사회적 갈등이 직장 내에서도 반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 같은 부서에 러시아 출신과 우크라이나 출신의 연구자가 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에 발발한 전쟁은 이 직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폭동과 같은 사회적 불안정은 기업 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HR은 이러한 이슈를 인지하고 조직 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2. 문화적 인식 및 감수성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을 때, 이는 직장 내에서도 문화적 갈등이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HR은 직원들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조직 내에서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3. 법적 그리고 윤리적 책임

이민자와 관련된 법적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 HR은 이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고용 차별 방지법이나 노동법은 모든 직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HR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적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기업이 법을 준수하면서도 윤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직원 복지와 정신적 웰빙

사회적 갈등과 폭동이 직원들에게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민자 배경을 가진 직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영국 대학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사회적 폭동이나 이민자 이슈 등이 발생했을 때, 이에 직간접 적으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이 HR팀에 연락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 두고 있다. HR은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그리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5.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 관리

기업은 직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와의 관계에서도 평판을 관리해야 한다. 이민자 문제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HR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긍정적인 평판을 유지할 수 있다.



마치며 - 다앙성에 대한 본심


우리는 정말로 다양성을 원하고 있을까? 다양성을 지지하고 포용성을 갖추는 자세는 한 편으로 나와 다른 남을 배려하는 자신의 넓은 아량을 드러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미국, 영국과 같이 이민자 비율이 높거나, 혹은 향후 한국처럼 노동력 강화를 위해 이민자 비율을 높여야만 하는 국가에서는 타인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단순히 감정적이고 윤리적인 태도가 아닌, 현실적으로 그들과 함께 국가 경제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폭동 사태를 통해 드러난 영국 사회의 분열은 우리가 진정으로 다양성을 원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화적 차이와 이질성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R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조직 내에서 진정한 포용과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다양성은 단지 외형적인 차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진정한 협력과 존중을 실현하는 데 있다.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4년 9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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