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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는 어디까지 꿈꿀 수 있을까

촛불 그 이후, 시민권력을 말하다 (2)


촛불도 사실 비상국민행동이
조직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지점을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촛불의 힘은 사실 조직과 비조직 운동이 함께 이루어낸 결과다.


[조직화와 딜레마]


박 - 나도 그렇고, 트위터리안들 중 많은 이들이 조직화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 온라인 광장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시민사회에 익숙한 분들과 경험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탄핵 정국 때는 누군가 어느날 온라인에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를 풀었고 모두가 각자 문자를 보냈고 누군가 어느날 불쑥 박근핵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었고 우리는 행동했다. 그리고 탄핵이 가결되었다. 우리는 조직화 없이 성공의 경험을 해버린 것이다.
 온라인 세대인 저라면, 어떤 의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예를 들면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
결선 투표제를 제안하고 싶다면, 나는 가장 먼저 국회톡톡 사이트 (입법 제안에 추천이 1000명이 넘으면, 전문적 국회의원들과 매칭을 시켜서 입법하도록 유도하는 사이트) 에 입법 제안을 할 것이다. 그 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공유해서 1000명을 모을 것이다. 그 후에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을 하도록 자연스럽게 압박을 할 것이다. 매 이슈마다 조직 없이 무브먼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툴이 없으면 누군가 툴을 만들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왜 민회가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노 - 지금까지 논의를 정리하면 이렇다. 많은 사람들이 이 촛불 정국을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시민들의 정치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개혁안을 논의하고 하는 건 100명으로 시작해도 좋은데, 그러면 '힘'이 없다. 국회의원들을 계속 감시하고 압박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조직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조직화를 하려 하면 사람들이 모이기 어렵다.
 이미 세상의 흐름이 바뀌어버렸다. 운동의 방식이 비조직화된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다. 예를들면 디지털 플랫폼에서 힘을 모아 하나의 이슈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붓는 방식이다.


 박 - 그래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운동 방식이 기존 방식과 아무리 달라졌어도, 사실 조직화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촛불은 그냥 모여지지 않았다. 사실 비상국민행동이 조직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을 온라인 운동만 경험한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촛불의 힘은 조직과 비조직 운동이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 - 그렇게 온라인은 구심점이 없고 결집력이 약하다는 게 약점인 것 같다. 반면에 우리 같은 조직운동에 익숙한 삼팔육 들은 사고가 경직되어있다는 단점이 있다.


노 - 그래서 나는 솔직히 민회를 실험해보는 차원은 괜찮지만 (조직화가 어렵기에) 확산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활동의 결과 양상을 살펴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의제라는 것은 삶과의 연관성과 생존과 관련된 절박함이 연결되지 않으면
운동으로 표현되기 어렵다.
생활의 기반이자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 힘을 응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의 가능성]


임 - 왜 우리는 지역이라는 개념을 놓칠까 늘 생각했다. 서울의 운동이 전국 운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러나 막상 사드 배치 반대 같은 운동은 전국적 운동임에도 성주에서만 했다. 의제라는 것은 삶과의 연관성과 생존과 관련된 절박함이 연결되지 않으면 운동으로 표현되기 어렵다. 나는 생활의 기반이자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 힘을 응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밀양에서 밀양 송전탑을 제 1의제로 갖고 가듯이, 파주에서는 시장 비리 문제를 갖고 가듯이 말이다. 마치 학교 처럼, 삶과 가까운 나와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금 이야기한 온라인 세대가 온라인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작은 승리를 성취하면서 축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적 훈련이고 학습이다. 시민의 손으로 권력에 대한 통제와 제어의 감각을 취득할 수 있는 곳은 지역이다.


박 - 온라인 세대들에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이미 그런 광장의 역할을 한다. 나는 트위터로 시작해서 정치를 경험했다. 운동을 했고 타결도 경험했다. 촛불의 비조직화된 180여 명이 아마 저와 비슷할 것이다. 광장 세대와 온라인 광장 세대가 경험의 차이가 있다. 트위터와 페북에서 만들어진 여론들은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실제로 정치인들을 압박했었다. 우리 세대는 이미 그러한 경험이 있다.



이 - 예를들어 어느 지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을 들여오는데 많은 비용을 썼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것이 필요가 없다며 그 비용을 좀더 지역주민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퍼지지 않는다. 이번 촛불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축제 오는 기분으로 나왔다. 볼거리도 많았고, 사람들을 즐기러 나왔다. 지역에서도 민회를 축제처럼 풀어냈으면 좋겠다.
 민회는 서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이 대중에게 퍼지는 것을 보는 것이다. 16세에게도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거고, 세상에 들어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시민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광장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것으로 뭔가 큰 일을 획책하겠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거름 삼아 지역에서 꿈틀꿈틀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나갔으면 좋겠다.


전 - 지역이 왜 안 될까 생각해봤다. 지역에서 하고 싶지 않은 거다. 나는 양천구 주민인데 삶의 기반이 양천구가 아니다. 생활은 다른 곳에서 하고 그곳에선 잠만 잔다.

김 - 지역 민회에 대한 꿈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학교에서 학부모 1000명 중 1년에 한 번 학부모총회 하자고 하면 100명 채우기도 힘들다. 근데 지역에서 모임이 될거라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낭만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강 - 그것은 학부모들이 자신이 참여해도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원탁을 많이 했다. 물론 학부모 원탁도 많이 했다. 시행착오를 감수하고 소박하게 시작하는 건 동의하는데, 사람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오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결화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없으면 안 온다. 명확한 목적이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설령 도달 못한다 해도 목적은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 온다.

박 - 나는 2년에 한 번씩 이사 다니는 세대다. 메뚜기 세대가 지역이라는 단어에 거리감이 있다. 오히려 회사의 임금 체불 문제와 같은 이슈가 지역 이슈보다 더 가깝다. 다른 동네에서 건물주가 장사하는 사람을 쫓아낸다 하는 급한 이슈가 생기면 그쪽으로 간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부동산 집값이나 기본소득 같은 문제가 더 피부로 와 닿는다.
 나는 나같은 세대가 지역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뭉칠 수 있을까? 어떤 정체성으로 뭉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았다. 그것을 잘 보여준 것이 이번 촛불 광장에서의 깃발들이라고 생각한다. '응원봉 연대'처럼 아이돌 팬이라는 정체성이나 '범야옹연대'처럼 고양이 집사라는 정체성이 요즘 세대에게 더 피부로 와 닿는 공동체다.

윤 - 우리 동네는 오래된 단층집에 어르신들이 많이 산다. 그런데 통반장모임에 한번은 나가 줘야 왕따를 안 당한다. 그런데 그 자리가 너무 어렵다. 젊은 사람이 눈 왜 안 치웠어. 너희 집 작은데 왜 여럿이 사냐. 난 지역에서 함께하는 게 부담스럽고, 이슈별로 함께 하는 게 편하다. 뭉쳤다 흩어지고 하는 것이 편하다.



촛불집회에 나온 응원봉연대 / photo by Sungmi Park



온라인 세대는 지역이라는 말에 거리감이 있다.
만약 지역이 아니라면
어떤 정체성으로 뭉칠까를 잘 보여준 것이 이번
촛불 광장에서의 깃발들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 팬이나 고양이 집사가 요즘 세대에게
더 피부로 와 닿는 공동체다.


[우리는 어디까지 꿈꿀 수 있을까]


강 - 작게 시작하자. 나는 시민평의회 때 폭설을 맞으면서 광장에 끝까지 앉아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앉아 있었다. 그런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오프라인 모임이 온라인의 기폭제가 되면 된다. 올 사람들에게 홍보하면 된다.


이 - 200만이 논의를 꾸준히 하고 중요한 쟁점이 있을 때 합쳐서 목소리 내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  교사들이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아이들한테 정치를 가르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다른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의제다. 핵심적인 의제 몇 개만 실현해도 변화가 일어난다. 핵심적 의제를 뽑아서 광장을 열어 보자.

허 -  좀 전에 2000개 단체에서 300명이 와서 4시간 40분동안 회의하고 왔다. 공통된 키워드가 있었다. 죽쒀서 개 준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87년 6월 항쟁 때 어떻게 된 줄 아느냐. 그것을 방지하려면 우리도 대표자를 세워야 한다. 4시간 반 동안 사람들이 전체적 방향에는 동감했다. 그러나 그 대응 방식을 놓고 격력한 토론을 하다 결국 결론을 못 냈다. 이것이 현실이다.

 민회는 굉장히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지역 단위에서 자문위원들로 전문가와 재야 어른들 모시고 가야 한다. 사람들을 모으고 충분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리해 주면서, 상설회의를 부정하지 말고 완강하게 이야기하되 지역과 생활공간에서 시작하면 된다.
 난 지금은 87년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딱 한 번 100만이 모였지만 이번엔 200만 가까이 여러번 모였다. 에너지가 크다.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 온라인시민의회가 사전에 촛불시민들에게 묻지도 않고 진행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시민평의회 같은 토론을 거쳤고, 사전에 제안서를 사람들에게 충분히 돌렸다, 라고 한 페친에게 전했더니, '나는 들은바가 없었다. 우리를 배제하고 진행한 것 같다.' 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걸 보며 든 생각이 있다. 옛날에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TV화면을 보면서 모두 같은 정보를 접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접하는 정보의 창구가 전부 갈라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충분히 가 닿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누구도 배제시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준 - 질문이 있다. 민회에서 수렴된 의견은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정책적으로 반영되는 것인가?

강 - 수렴된 요구를 갖고서 압박을 하는 것이다. 대선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개입력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

준 - 그런데 만약 압박을 하는 차원이라면, 기존의 청원이나 서명 운동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민회를 통해 의제를 수렴하는 것이 기존 비영리 단체 들에서 의제를 발굴해서 운동하던 것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는 데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전 - 영향력이 있을지는, 판을 열어봐야 안다.

준 - 내 생각에는 민회가 필요한 이유가 힘 때문인 것 같다. 한 단체가 목소리 내는 것 보다 여러 단체가 함께 목소리 내는 것이 힘이 커지니까. 그러려면 정치적 색깔을 버리고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이 가능할까.

[민회와 효율성의 문제]


 준 - 그리고 만약 의제를 논의하는 것이라면, 각 의제에 대하여 이미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단체들이 이미 수 차례 의제를 두고 토론을 하고 결론을 갖고 있지 않겠나. 예를 들어 동물권 보호라는 의제를 토론하면, 동물인권연대가 기존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지 않았겠나. 그것을 모든 단체가 다 모여서, 모두가 다시 모여서 재 토론을 할 필요가 있을까?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제 발굴과 토론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이미 많은 시도를 했던 전문 단체들의 전문가들이 발언하고 동의를 얻고 끝날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민회에 의제를 가져와서 동의를 얻으면 목소리가 커진다는 장점은 있겠다. 규모로 압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민회를 하자는 것 같다.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 / photo by Sungmi Park

 


50만명 이상이 서명을 하면 의무적으로 상정을 해서
의회에서 논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만 만들어놓아도,
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시민에게 법안 상정권이 생기면, 그 자체가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시민 발의제는 어떨까]


박 - 이런 것은 어떤가. 내가 저기 가서 이야기한 것이 국회까지 가서 입법화된다는 보장을 약속하는 것이다. 국회가 시민 권력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도는 것을 법으로 제도화를 시키는 것이다. 마치 만능 열쇠처럼 말이다. 시민 권력의 법제화라는 의제 자체가 다른 의제에 대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최초 의제로 삼고 실현시킬 수 있다면, 그 후엔 사람들이 모일 것 같다.

노 - 그거 하자.

박 - 국회에서도 시민의 목소리를 의무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의 시민개혁기구라던지, 모 야당 의원의 시민의회법 제안 같은 것이다.  
 
김 - 하지만 야3당이 의지를 가질 것이라 기대하긴 쉽지 않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에.

곽 - 중요한 지적인것 같다. 다만 시민의회법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엔 주민 소환제, 발안제가 있는데 문턱이 너무 높다. 주민투표는 3분의 1이상이 투표해야 열어 본다. 만약에 법안 상정권의 문턱을 낮춘다면 ...예를 들어 50만 표 정도로 낮추어 놓으면 효과가 있을 것 같다. 핀란드는 인구가 350만이기 때문에 법안 상정의 최소 인구가 5만인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170만 명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50만명의 서명 정도라면 할 만 할것 같다. 50만명 이상이 서명을 하면 강제 의안 상정을 시켜서 의회에서 논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만 만들어놓아도, 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런 토대를 갖고 시작하면 사람들이 훨씬 많이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뜻이 관철된다면 정말 의욕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사실 시민단체에서는 법안을 만들어서 의원 몇 명을 설득하는 식으로 입안을 해 왔다. 그래서 시민 단체에서는 필요을 못 느껴서 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국민 발안제도가 가능해지면, 시민들에게 직접 상정권이 생기기 때문에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 토론 앞부분 보기-

https://brunch.co.kr/@jinggeomdar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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