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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13. 2024

<투스카니의 태양>토스카나 로망을 부른 영화, 놀란점

작년 6월 이탈리아 여행은 친구의 토스카나 로망 덕분에 성사됐다. 오래 전 토스카나에 대한 영화 한 편의 잔상이 길게 남았다고 했다. 다이안 레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였는데 미국 여자가 토스카나 작은 도시에 들렸다가 아예 집을 사서 새로운 삶을 꾸리는 얘기였다고. 덕분에 우리는 그 도시 Cortona 를 찾아갔는데, 그 문제작 영화가 넷플릭스에 뜨는 바람에 이제야 보게 됐다. #투스카니의_태양, 2003년 작이다.   

잘나가던 작가 프랜시스(다이안 레인)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뒤 깊은 상심에 빠졌다가, 친구 패티(산드라 오)의 응원으로 이탈리아 여행에 가게 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낡은 저택 '브레마솔레' 주인이 되어 집수리하면서 마음도 수리하고, 새 연애도 시작하고, 뭐 그런 얘기다. 미국 여자가 유럽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로코 영화의 시조 격이라고. 전형적 클리셰를 겹겹이 쌓은 영화다.


몇가지 놀란 포인트. 불과 20년 전, 능력있는 여성도 이혼에 마치 삶이 끝장난 마냥 괴로워한다. 그녀가 저택에서 나와 새로 구한 아파트는 온통 이혼한 이들의 무덤 같은 분위기. 이혼하면 사람이 망가지는게 그냥 당연한 수순이랄까, 이혼의 충격과 무게감이 사뭇 달랐구나 싶다.

여자의 삶에서 무게가 남다른 것은 이혼 뿐 아니라 사랑과 결혼 자체.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들은 추파 던지는데도 세계 최강이라는 기대는 영화에서도 한결 같다. 느끼한 이탈리아 미남과 연애를 시작한 그녀는 자신의 여성성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데 환호한다. 딱 봐도 매력 철철 그녀가 자존감 구기고 있었다는 설정이라니. 게다가 남자가 혹시 프로포즈할 거란 기대로 하얀 원피스를 차려입는 그녀를 보면, 결혼 로망이 지금보다 훨씬 강고했던 20년 전을 실감한다.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에서 미모가 절정이었다고, 이후 중년 연기로 넘어갔다고 하는데. 65년생인 그녀가 38세 무렵에 찍은 작품이다. 사실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니었는데 20년 전에는 그렇게 받아들여지던 나이였구나. 저 나이엔 뭘 해도 눈부실 때인데, 영화 속 그녀는 이혼이라는 진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는 저 나이 때 뭘 했던가. 내가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한 때가 서른일곱이었다. 스물셋에 기자가 되어 14년 경력 쌓고 기고만장 시니어 티를 내던 때였는데, 지금 돌아보니 애기였다. 나이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 건 중위연령이 높아지는 고령화 사회의 수순일까?


영화에서는 코르도바의 한 골목 분수에서 춤추는 명장면이 있다고 친구는 말했다. 다이안 레인이 춤춘건가 했더니, 또다른 매력녀 캐서린이 매력을 발산하던 분수 장면. 그녀는 해방여성, 자유부인이라고 불릴만한 캐릭터였는데, 젊은 정부를 갈아치우는 듯한 중년 여성은 사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드물지 않나?

그 분수는 영화 촬영을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가 없앴다고 했다. 그 골목은 작년에 이런 풍경이었다.


영화의 원작은 자전적 소설로 저자 프랜시스 메이어스는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코르토바에서 브레마솔레 저택을 산 주인공. 우리는 기어이 그 집도 찾아갔는데 닫힌 대문만 보고 왔다. 책은 50개국 넘는 곳에서 번역된 베스트셀러. 삶의 한 모퉁이에서 주저 앉은 여성이 낯선 곳에서 새출발하며 일상을 회복하는 이야기는 동서고금 통할 수 밖에 없다. 새 남자를 만나는지 여부보다, 새 친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일상을 회복하는 자체가 언제나 중요한 것도 당연한 진리지. #마냐뷰


코르도바 여행 얘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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