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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Oct 27. 2024

<대도시의 사랑법> 영화도 드라마도 놓치지 마시길

이태원 뒷골목에서 키스에 몰입한 그를 그녀가 목격했다. 그는 게이였고, 약점 잡힐까 걱정되는게 수순. 그녀는 말한다.


 "네가 너인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니"


#대도시의사랑법, 저 대사 하나로도 넘치지만 최근 한국영화 중 가장 좋았다. 박상영 작가님 원작 다시 보고싶게 만들만큼 매력적이고, 김고운 노상현 캐릭터 찢었다. 계몽적인 순간조차도 웃겨서 편하다. 취한 그녀를 밤길 위험하다며 에스코트 하려는 남자에게 일침.


"여자한테 빨리 집들어가라고 하지말고 남자들이 얼른얼른 들어가야 여자들이 안심하지 않겠어요?"


이성애자 수컷들의 카르텔은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조롱하는데 성소수자와 여성은 둘다 약자. 원작 구절을 빌려오면


"재희는 나를 통해서 게이로 사는 건 떄로 참으로 좆같다는 것을 배웠고, 나는 재희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찮게 거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사랑보다 우정?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밀한 감정을 믿고 터놓는 관계, 상처 입고 아물기를 반복하며 함께 성숙해지는 시간을 쌓는데 꼭 사랑 혹은 우정으로 정의해야 할까? 관계를 촌스럽게 정의하거나 강요하지 않아서 또 좋았다.


"그때 그 순간, 내 인생에 나타나 나를

알아봐주고 기꺼이 서로의 상처를 함께하며

의심없이 전부를 내어준,

내가 사랑했던 순간들과 그때 내가 지었던

모든 표정을 기억하는,

내가 나인채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준,

내 20대의 외장하드"

아쉬운건..출비를 비롯해 영화 마케팅이 마치 저 둘을 연인으로 오해하게 만든것. 고의적이라서, 그 의도가 못내 딱하다.


원작이나 드라마와 다르지만 진짜 귀여운 마지막 노상현 무대. 넘 예쁘잖아ㅠㅠ


이 영화를 여성운동가 언니, 게이 친구와 함께 관람했다. 옆에서 큭큭 웃음소리 날 때 그의 마음을 쓸데없이 짐작하며 함께 웃었다. 셋이서 인증샷 찍는데 어쩐지 어깨 들썩.

우리 중 드라마 #대도시의_사랑법 유일하게 본 언니의 강력 추천으로, 친구는 다음날까지 8화 완주. 나는 이틀동안 부엌일 동반자로 틀어놓고 달렸다. 와. 이게 한국 드라마라니.


매회 사람 바꿔서 줄기차게 키스하는 주인공 본 적 있어?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아슬아슬 격렬하게 묘사한 드라마는? 그의 마음, 그들의 멘탈이 어떤지 몹시 디테일하다. 원작자 박상영 작가가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웃고 있어도 슬프고, 슬프고 아픈데도 태연한척 하는 장면마다 남윤수 배우 마스크가 이렇게 잘 맞을 줄이야. 귀여운 청년으로 몇 작품에서 만났던 그가 이번에도 귀여운 청년이다. 게이도 도전적 역할 아닌가 싶지만, 그냥 다같은 사람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2019년 원작 소설에 혼자 별다섯 주면서 푹 빠졌을 때, 사랑의 열기가 델듯 뜨거웠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대사처럼, 집착도 회피도 사랑이 아닐 도리가 없다.


마침 2018년 내게 최고의 사랑 소설이 <그해, 여름 손님>.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원작이다. 사랑에 대해 이토록 가슴 저미게 절절한 건 게이들의 사랑 뿐인가? 의구심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이성애자 사랑은 더 이상 이 느낌이 아니거나, 평범함 이성애자인 내가 펄펄 끓는 사랑을 잊었거나. 그래서 사람의 온도가 뜨겁다는 것을 재발견하는 기분으로 <대도시의 사랑법>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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