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좀 해본 친구는 이벤트 준비도 차원이 달랐다. 쿠르베 스피커에 우리 부부를 합성한 사진으로 케이크를 디자인했고, 떡을 맞췄다. 다정한 친구들이 마음 포개준 덕분에 스케일도 대단했다. 오티움 1주년 기념 음악감상회가 열린 지난 토요일 함께 한 이들과 나눴다. 역시 좋은건 나눌 때 최고다.
음감회 준비하며 1주년을 예고했더니 단골손님 J님과 Y, P님 부부가 낙원떡집에서 따끈하게 뽑아낸 떡을 들고 오신게 시작이었다. 역시 오시는 분들께 나눠드리면서 생색을 냈다. 다정한 마음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이다.
I언니는 새벽 6시부터 준비해 떡을 만들어 오셨다. 시루까지 집에 들이셨다는데 거의 6시간 빻고 빚고 찌고.. 정성은 시간이다. 혜승이 1주년이라는데, 갖다주리라, 그 마음으로 그 고된 작업을 기쁘게 하셨을 언니를 상상하니 울컥 감동. 팥소를 넣은 유자 떡은 향긋하고, 녹두 떡은 고소했다. 금가루 얹은 저 떡 어쩔. 모의 작당한 에너지 만렙 S와 I언니 덕분에 지지난 토요일도 행복했다. 이 떡은 그날 오티움 북클럽 멤버들과 실컷 나눴다.
Y언니는 수제 카이막과 밀크티 스프레드를 가져다주셨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몇 시간 공들여야 나오는 아이들이다. 다 먹고 빈 그릇 주면 또 만들어주시겠다고. 가까이 계신 자영업자 선배로서 이미 생강청, 유자청, 받아먹은게 차곡차곡 쌓인다.
며칠전 C님은 꼭꼭 포장한 무거운 판넬을 들고 오셨다. 요즘 유럽 미장을 배우면서 돌가루를 이용한 그림 작업도 하신단다. 돌가루를 펴바른 덕에 묵직한 이 작품을 먼길 들고 오셨다. 역시 정성은 시간, 그리고 노동에서 나온다.
마침 지난주 제주에서 S쌤이 보내주신 올레시장 거북이 한과, 우도땅콩잼, 농장 지인에게 얻은 커다란 천혜향, 쿠키, 책 꾸러미도 감동이었다. 오밀조밀 꾸러미에 들어앉은 아이들 하나하나 사랑스러웠다. 거북이한과는 인생 한과.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단골 E님 따님 S는 나를 위해 고심고심 골랐다는 백조 포크꽂이를 방금 선물했다. 여행 다녀오면서 샬랄라 귀걸이도 선물하더니, 엄마 친구인 내게도 츤츤데레 이것저것 쓱 내미는게 10대 소녀 S. 이것부터 먹어야 한다고 패션후르츠 맛 캬라멜도 권했다. 그 다음은 히비스커스 맛. 좋고 싫은게 분명한 S에게 다음부터 사과는 주지 않으리ㅎㅎ
음감회는 토요일에 했지만, 실제 우리 1주년은 오늘이다. 어차피 1년 전에도 포스기 설치하기도 전에 지인들께 커피도 내려드렸고, 공식 오픈 전에 별별 일이 시작됐으니 별 의미는 없다. 그래도 3월18일, 저녁 손님 별로 없는 틈에 오티움 가족들과 새 메뉴 나눠먹으며 자축했다. 돌아보니, 다사다난했다. 자영업은 고단한 순간들을 버텨내는 업이다. 게다가 이 겨울은 이래저래 힘들었다. 사람이 쪼그라들기도 하고, 파삭파삭 메마르다가, 길을 잃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휴식이라는 오티움 뜻처럼 찾아준 이들 덕분에 나도 지친 마음을 보듬었다. 커피 팔고, 술 팔고, 책 팔고, 살롱 팔았는데, 되려 우리가 받은게 너무 많다. 서로 기대는 모습의 사람 '인'이라더니, 서로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시간을 쌓는다. 그동안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은혜 모르는 검은 머리 짐승이 되지 않기로 결심 또 해본다. 이 기록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