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꿈을 잃은 내게 다음 꿈이 생겼다.
바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계여행.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다양한 국가를 다녔지만,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지 못했고
장기간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선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이 회사를 관두기엔 너무 불안한걸?
예전 심리 검사에서 내 우선순위 1위는 안정이었고 2위는 모험이었다.
2순위인 모험심이 꿈틀대고 있었지만 1순위인 안정감이 붙잡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떠나자.
때마침 회사에서 우연히 알게 된 SNPE라는 운동.
운동을 해보니 그동안 달고 살던 두통과 생리통이 없어지고 자세도 좋아졌고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1년 넘게 운동을 하다 보니 이거 평생 가져갈 운동인걸?!
그리고 가르치는 강사님도 정말 자신감 넘치고 행복해 보여. 이 업을 좋아해서일까?
그렇다면 나도 이 직업을 가지면 행복해질까?
참 단순했다.
그렇게 나는 주중에는 회사를 출퇴근하며 주말에는 SNPE 강사 과정을 들으러 동국대로 향했다.
몇 달간, 이론과 실습 과정을 끝내고 시험에 합격한 후 SNPE 강사 자격을 얻게 되었다.
자 이제 새로운 직업도 만들어졌고,
혹여나 회사가 주는 연봉과 복지에 마음이 바뀔까.
6개월 후 브라질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비행기값이 아까워서라도 나는 떠나고야 말겠지.
이후 몇 달 동안 세계여행을 가기 위한 온갖 예방접종을 받고 비자 등 서류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기 1달 전, 회사의 인사 시스템에서 퇴사 버튼을 눌렀다.
우리 회사는 특이하게도 이 버튼을 누르면 HR팀, 파트장, 팀장, 실장님까지 메일이 쭉 가나 보더라.
이 버튼을 누르고 점심식사를 하고 오니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파트장님, 팀장님의 상담하자는 호출.
당시 사이가 썩 좋지 못했던 파트장님은 내가 퇴사의사를 확실히 밝히자 그저 알겠다 했고
팀장님은 "아직 젊어서 그러는 건 알겠는데, 언제까지 젊을 거 같니. 네가 하려는 건 젊을 때 밖에 할 수 없는 거야. 차라리 다른 일을 해. 여행이 가고 싶다면 휴가를 써서 다녀오는 건 어때?" 라며 내가 하려는 일을 와닿지도 않는 이유로 반대했다.
내 설득의 가장 큰 산이었던 부모님은 앞에서는 "그래 지금껏 잘 해왔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했지만 내가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 한숨소리가 가장 많이 들렸던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퇴사를 하고 여행을 떠나는 데 성공했을까?
퇴사는 못 했지만 여행은 떠났다.
내 퇴사의 최고 결정권자인 전무님이 3개월의 휴직과 업무 전환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휴직 같은 건 안된다던 그 아랫사람들.. 팀장님, 파트장님, 상무님.. 의 의견은 묵살되었고
나또한 1년간의 세계여행이었던 내 계획을 뒤로 하고 현실과 타협하여 3개월로 일단 내 꿈을 실현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친구들의 지지를 받으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며 홀로 브라질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