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3개월 간의 자유를 허락받은 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 쿠바 등을 여행했다.
자유를 꿈꿔서 나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안정감을 줬다.
한 번은 배낭 하나만 메고 파타고니아의 트래킹 코스를 6박 8일간 돌았는데
비에 온몸이 쫄딱 젖은 채로 진흙길을 걷고 있자니,
회사에서 먹던 따끈한 점심밥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국에 있던 여행 막바지에
한국에서는 벚꽃이 흩날리는 봄이었는데
그 벚꽃나무 아래서 떡볶이 먹는 친구들의 일상이 그렇게 부럽더라.
여행이 재미없던 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일주일쯤 집에서 회복기간을 가진 뒤 회사로 복직..
회사 가는 길을 까먹었으려나 했는데 그냥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3개월의 여행은 잊혀갔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나는 원래 내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무렵 만난 사람과
나는 2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신혼 초만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상은
'아 너무 행복하다'란 생각뿐,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시,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른다는 뉴스는 내 안의 불안을 조금씩 두드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