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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ookong Jan 26. 2023

사랑의 이해

jtbc드라마 중에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랑의 이해>는 제목에서 드러난 사랑에 대한 이해 즉, 저마다 느끼는 사랑에 대한 감정과 태도가 다름을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재 드라마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OTT 시청률 2%대로 안착한 이 드라마는 통쾌하고 빠른 여타의 대세 드라마와 달리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답답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스토리를 밟아가는 중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가정, 경제, 교육 등 수준이 다른 네 명의 남녀가 각자 수준 이상의 상대를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상처와 고독, 어리석은 집착과 끝내 놓지 못하는 미련을 각자의 사랑 방식으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수준은 ‘정도의 차이’로 감정의 깊이 그리고 인간에 대한 포용의 크기도 포함된다.


주인공 상수와 수영은 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며 오랜 시간 서로에게 동료로서 호감을 느끼는 관계로 시작된다. 우유부단한 상수가 지니지 못한 수영의 차분하고 선명한 태도는 서서히 동료에서 이성으로 감정이 바뀌고, 좋은 학벌에 탄탄한 실력까지 갖춘 것에 비해 겸손하고 성실한 상수에게 수영 역시 조금씩 마음이 움직인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 마주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 자신과 다른 수준의 상수에게 마음을 먼저 드러낸다는 건 수영으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듯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숨기며 애틋함만 주고받을 뿐이다. 그 사이 상수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또 다른 직장 동료이자 대학 후배 미경. 미경은 알만한 재벌가의 무남독녀로 심심해서 명품 가방에 그림을 그리고, 소품처럼 고가의 미술품을 화장실 벽에 걸어둘 정도의 재력가에다 밝은 성격에 일도 야무지게 해내는 넘사벽 캐릭터다. 하지만 결핍을 모르고 자란 미경에게 사랑은 그저 원하면 가져야 하는 것, 자신은 절대적인 존재여야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순박할 만큼 사랑을 모르는 미경이 상수는 아이처럼 애처롭기도 한데 반면,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려하며 억지로 수준을 맞춰가는 미경이 부담스럽다. 한편 은행 청경으로 근무 중인 종현은 지독하게 가난하고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경찰공무원을 준비하지만, 매번 시험에서 낙방한다. 매일 은행 문 앞에 서 있지만, 투명 인간처럼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종현을 알아봐 준 유일한 존재, 수영. 종현은 어딘가 자신과 닮은 듯한 수영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인연이란 그런 걸까. 수영은 어릴 때 사고로 죽은 동생과 닮은 종현에게 연민을 품게 되고, 사랑으로 착각해 두 사람은 사귀게 된다. 이렇게 얽힌 네 사람의 연애와 엇갈린 사랑은 점점 몽글몽글한 구름 위의 감정이 아닌 차가운 현실 바닥에 내려와 서로의 사랑을 시험하게 된다. 이를테면 수준 차이를 이제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의 수술로 그나마 지내던 옥탑방 보증금을 병원비로 보태고 거처를 잃은 종현은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영 집에 머무르며 동거를 시작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나도록 종현은 수영의 보살핌을 받으며, 때로 종현을 대신해 병원비마저 지원받으며 초라한 연애를 이어가고. 그런 종현 곁에서 연민으로 시작된 사랑엔 결국 행복한 결말이 아님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연인 사이에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을 수도 있겠다고 우리는 이해(理解)하게 되는 시점이다. 한편 서둘러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상수를 공개하고 오롯이 내 남자로 점찍으려 애쓰는 미경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두고 흘끗거리는 상수와 자신이 껍데기뿐인 연애라는 사실을 느끼면서 알 수 없는 집착과 수영에 대한 미움이 커져만 간다. 마치 갖고 싶은 인형을 뺏긴 아이처럼. 그럴 수 있지만 그래봐야 소용없는 감정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결국 사랑의 이해(利害)는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가며 엇갈린 사랑의 작대기 사이에서 이해(理解)하는 과정을 밟아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앞서 캐릭터의 관계나 일부 상황을 사랑이라는 감성으로 포장하려 했다면, 사실 소설 속 결말은 막장으로 진행된다고 하여 적잖게 기대가 된다. 아마도 이해(理解)할 수 없는 이해(利害)가 난무하는 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이해>를 지켜보는 시청자로서 입장은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언제나 그 꿈은 현실에서 지나치게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이유로 깨지고 부딪치지만 결국 모두가 사랑의 완성을 향해 노력하고 변화한다. 타인의 사랑이 틀렸다거나 다르다고 생각될지언정 연애의 감정, 사랑은 정의할 수 없고 정답도 없는 수수께끼가 아닐까. 그러므로 이해하지 않아도 사랑이다. 사랑은 그냥 사랑일 뿐이다. 마음이 당기는 곳에 사랑이 있고, 몸이 이끄는 곳에 사랑이 있다. 앞으로의 드라마 서사가 소설처럼 막장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캐릭터나 구성에 대한 논제보다 막장으로 흘러갔던 인물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는 없을까. 흥행에 성공적이든 실패작이든 <사랑의 이해>를 직관하는 이들이 사랑이 관하여 이해(利害)하고, 이해(理解)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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