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코 기다려 봤더니
조용히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강렬했던 하나의 세계가 서서히
다른 세계를 비추러 가려할 때
남겨져 식어가는 온도 위로
다른 명찰을 바꿔 단 새로운 강렬함이
나의 세계를 비추러 오듯이 말이다
그렇게 또 새벽은 아침이 되고
낮은 밤으로 세계를 갈아입는다
눈을 떠서 채 하루가 안 되었는데
나의 세계는 이미 여러 차례
강렬하고도 다정하게 모습을 바꿔가며
반짝반짝 폼을 내고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나 지금은 어때?’ ‘그럼 지금은?’하며
기대 찬 눈망울로 나를 응시하는
사춘기 소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