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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나 May 17. 2021

네카라쿠배당토에 맞서는 머니볼 자세

돈이 있어야만 최강의 팀을 만들 수 있을까?


회사 없는 노동자가 되면서 인사마다 손이 민망해 급조한 명함이 있다. 제작할 때 회사 로고가 없으니 여백의 미가 어찌나 심한지. 뭘로 채워야 하나 고민하다 이 일을 시작하고 제일 공감하며 본 야구 영화의 대사를 넣었다.



"If we try to play like the Yankees in here, we will lose to the Yankees out there.

부자 구단인 양키스처럼 전략을 짰다간 경기장에서 양키스한테 왕창 깨져요."




이 대사가 나오는 영화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이다. 돈도 없고, 최약체라고 소문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이 수리경제학을 전공한 통계 천재 피터를 영입해 파격적인 선수 선발/관리 방식으로 팀의 기적을 이루는게 큰 줄거리다.

 


이때 중심이 되는건 제목에서 보이는대로 '머니볼' 이론인데. 경기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선수를 판단해 구단을 경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실제로 빌리는 다른 구단은 발견하지 못한 ‘통계 데이터 기반’이라는 요소에만 집중해 외면받거나 발견되지 못한 선수를 팀에 합류시키고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낸다. (물론 비용도 낮았겠지)


특히 저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머니볼 도입 전, 단장 빌리와 구단의 스카우터 그룹이 다음 시즌을 위한 선수 선발에 대해 논의하는 상황이다. 돈이 없어 그나마 나은 선수들도 부유한 구단에 뺏기고, 추가로 끌어올 수 있는 자본도 전혀 없는 상황. 단장 빌리는 벼랑 끝에 있는 기분이다.


이 상황에서 스카우터들의 의견을 듣던 빌리는 화가 난다. 고인물인 그들이 내놓는 의견이라고는 당시 야구 업계를 지배하던 주먹구구식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매년 해오던 방식 그대로, 근거는 전혀 없이 선수들의 명성과 편견, 외모, 심지어 여자친구를 나열하기 바쁘다. 그때 빌리는 화를 내며 저 대사를 뱉는다.


나는 이 상황이 요즘 채용 시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키스와 같은 자본 빵빵한 IT 회사들은 인재영입의 무기로 자본, 자본, 자본을 일선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입사만 하면' 주어지는 연봉, 사이닝 보너스, 스톡옵션 등 밖에서만 봐도 억 소리가 나는 보상이 쏟아진다.


채용 브랜드 일을 시작하고 만난 많은 대표님과 인사담당자분들께서 최근 더 어려워진 채용의 첫 번째 원인으로 양키스가 만들어낸 과열된 연봉 시장을 꼽는다. 자조적인 목소리로 "저희 주는 거는 성에도 안 찰 거예요. 그러니 오겠어요?"라는 말을 농담처럼 읊조리시곤 하는 것.


하지만 '네카라쿠배당토' 라는 신 용어만 봐도 지금 이 시장 양키스들은 두 자리 수가 안된다. 애슬레틱스같은 회사가 훨씬 대다수라는 얘기다. 그 보상을 받지 않고도 오늘도 애슬레틱스 조직에 입사를 하고, 출근하는 직원도 그만큼 많다는 것과 같다.


자극적인 소식이고 큰 변화기에 자주 언급되고, 큰 소리로 알려졌을 뿐이다. 이렇게 같은 조건이 아닌 소수의 큰 소리에 너무 휘둘려서는 안된다.


특히 채용 브랜드를 이제 막 만들어야 하는,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직장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스타트업들은 이 '빅 마켓'의 룰과는 다르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함에 쓴 대사 전에 나오는 빌리의 말 또한 “What is the problem? We got to think differently.”다.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 때 이 클립을 보여드리면서 덧붙이는 설명도 아래와 같다.


‘돈이 있어야만 최강의 팀을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조건이 아니라면 생각을 바꾸면 어떨까?’



실제 머니볼을 책으로 더 자세히 보면 ‘데이터 기반 사고로 전략을 짜자’라기 보단 '이미 레드 오션이 되어버린 스탯에서는 빅 마켓 팀을 이길 수 없으니 남들이 모르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스탯을 찾아내어 남들이 가치를 알아내기 전에 선점하자'에 가깝다고.


결국 다른 룰, 우리만 가진 스탯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많이 알고 있지만 핵심인재는 ‘돈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입사를 시키는 게 끝이 아니라 근속 또한 중요한 요소라 슈퍼스타의 사인을 받는 것에만 너무 목매지 않아도 된다.



우리 조직만 발견할  있고, 우리만 가진 매력은 분명히 있기에, 그걸 찾는 것부터가 채용 브랜딩의 시작이 된다.

실제 클라이언트와 phase1으로 작업하는 것도 이 주제다.



모든 스타트업이 '네카라쿠배당토'가 될 수 없고, '네카라쿠배당토'는 모두에게 신의 직장이 될 수 없으니.

차가운 머리와 데이터로 우리만의 머니볼을 찾자




이제 명함 드릴 때마다

설명 안 해도 되겠다는:)



#채용브랜드빌더

#ebb_think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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