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식물 집사 이야기
씨앗부터 싹을 내어 1년 넘게 키우고 있는 바질은 그 씨앗이 슈퍼킹 유전자의 소유자였는지 함께 크던 자매들을 모두 시들게 하고는 혼자서만 어마어마하게 키가 컸다. 이렇게 키가 큰 바질은 사실 처음 본다. 키도 크지만 양 옆으로 뻗어 나온 가지들은 아래로 처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튼튼하게 버티고 있다. (나무로 변한다 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겨우내 현상유지 정도로 버티더니 올 초여름 다시 무섭게 잎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꼭대기에 꽃이 피어서 나는 이제 이 친구의 수명이 다한 줄 알았다. 지난해 키웠던 상추도 키가 무진장 자라더니 노란색 꽃을 피우고는 더 이상 잎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키가 너무 크면 이사하면서 이 친구도 다치고 무슨 이런 식물을 키웠나 하는 소리를 들을까 봐 가장 꼭대기층의 꽃대를 잘라내고 마지막을 준비했다. 향이 워낙 강해서 샐러드로는 다 먹을 수가 없을 듯하여 두 바가지 정도 잎을 따서 페스토를 만들었다. 아기 잎 정도 남은 것은 이사 후에도 살아준다면 조금씩 뜯어먹을 생각이었다.
폭염이 계속되는 7월. 새 집의 베란다는 약간 찜질방 같다. 직사광선이 너무 들어와서 함께 이사 온 루꼴라와 고수는 일부 말라죽기도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바질 친구는 다시 성장을 시작했다. 잎이 풍성해도 너무 풍성하다.
이쯤 되니 이 친구가 어느 날 가버린다면 아주 슬픈 마음이 들 것 같다. 감당 안 되는 자식 취급하지 말고 사랑으로 다시 아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