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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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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ly yours Jul 25. 2021

바질에게

초보 식물 집사 이야기

씨앗부터 싹을 내어 1년 넘게 키우고 있는 바질은 그 씨앗이 슈퍼킹 유전자의 소유자였는지 함께 크던 자매들을 모두 시들게 하고는 혼자서만 어마어마하게 키가 컸다. 이렇게 키가 큰 바질은 사실 처음 본다. 키도 크지만 양 옆으로 뻗어 나온 가지들은 아래로 처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튼튼하게 버티고 있다. (나무로 변한다 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출신지는 여의도 다이소

겨우내 현상유지 정도로 버티더니  초여름 다시 무섭게 잎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꼭대기에 꽃이 피어서 나는 이제  친구의 수명이 다한  알았다. 지난해 키웠던 상추도 키가 무진장 자라더니 노란색 꽃을 피우고는  이상 잎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연약한 바질꽃

키가 너무 크면 이사하면서 이 친구도 다치고 무슨 이런 식물을 키웠나 하는 소리를 들을까 봐 가장 꼭대기층의 꽃대를 잘라내고 마지막을 준비했다. 향이 워낙 강해서 샐러드로는 다 먹을 수가 없을 듯하여 두 바가지 정도 잎을 따서 페스토를 만들었다. 아기 잎 정도 남은 것은 이사 후에도 살아준다면 조금씩 뜯어먹을 생각이었다.

바질페스토 파스타와 그릭샐러드의 고명으로 올린 생바질
이사 직후의 상태

폭염이 계속되는 7월. 새 집의 베란다는 약간 찜질방 같다. 직사광선이 너무 들어와서 함께 이사 온 루꼴라와 고수는 일부 말라죽기도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바질 친구는 다시 성장을 시작했다. 잎이 풍성해도 너무 풍성하다.

2주만에 또 잎이 커진 녀석

이쯤 되니 이 친구가 어느 날 가버린다면 아주 슬픈 마음이 들 것 같다. 감당 안 되는 자식 취급하지 말고 사랑으로 다시 아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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