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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Oct 29. 2022

#98 몸은 8천 km 떨어져 있지만

이민 간 친구와 10년째 우정을 다지는 법


벤쿠버 전경


    가장 친한 친구가 스물한 살에 캐나다로 혼자 떠났다. 친구가 매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일 년 치 회포를 밤을 새우며 풀곤 했었다. 매 겨울마다 먼 길을 날아오는 친구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코비드가 나의 기다림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캐나다는 온 동네가 락다운(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것)에 들어갔고, 친구는 직장도 못 나가고 강제 집콕을 하게 되었다. 당장 며칠만 있으면 한국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 온다 한들 격리만 하다 다시 돌아갈게 뻔했었다. 친구는 눈물을 머금고 비행기표를 직전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겨울이면 무급 휴가와 유급 휴가를 싹싹 긁어모아서 한국에 한 달 이상 머물곤 했다. 겨울이면 오던 친구가 안 오니까, 못 오니까 마음이 한없이 쓸쓸하고 허전했다. 카톡으로나마 친구와 연락을 하다가 나온 이야기.


“우리 줌으로나마 짠 할까?”


    그래서 우리는 연말 파티처럼 드레스 코드를 맞추고, 음식과 술을 맞췄다. 함께 있는 기분을 내기 위해서! 연말인 만큼 빨간 옷을 입기로 했고, 술은 빠알간 레드와인으로!



    캐나다 시간으론 금요일 저녁, 한국 시간으로는 토요일 오전. 나는 졸지에 아침부터 레드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돼버렸지만, 모니터 너머에 있는 친구와 무한 수다를 떨며 비록 랜선이지만 신나는 연말 파티를 즐겼다.

    그 뒤로 우리는 종종 시간을 맞춰 영상 통화를 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시간제한이 없었던 줌이 40분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지금은 시간제한이 없는 구글 밋으로 만난다. 한 번 영상 통화를 시작하면 서너 시간이 부족하게 웃고 떠들고, 우리는 다시 스무 살의 그때로 돌아가 술을 짠 하고 우정을 다진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줌이
오후 3시가 다 돼서 사진을 스크린샷으로 찍으며 끝이 났다.





- 파랑 -

서울에서 밴쿠버까지 8,154km더라고요. 정말 먼 거리지만, 랜선으로 얼굴 보며 수다 떨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땡스 투 구글•••!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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