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드라마 <지구에서 달까지>

인생 드라마_누가 톰 행크스 아저씨 빨리 우주 보내줘요

by 랄라


구에서 달까지(from the earth to the moon),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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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달까지
최근 개봉한 데이미언 셰젤의 <퍼스트맨>을 재미있게 봤다면, 그리고 혹시 조금이라도 우주덕이라면,
역시 반드시 좋아할 90년대 미쿡 TV 시리즈이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EBS를 통해 수입되었는데 역시 EBS가 여러모로 공중파 중 가장 세련되었다. EBS 금요 시네마 영화 선정 담당자는 정말 상 줘야 한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워너 브라더스가 제작하였으며 HBO에서 방영하였다. 어마어마한 역작으로, 20년 전 드라마라는 것이 믿기지 않게 세련된 드라마이기도 하다. CG도 의외로 지금 보아도 후지지 않으며, BGM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한 편 한 편 정성 어리고 완성도 있는 구성과 건조한 시선은 최근 개봉하는 웰메이드 영화들 뺨도 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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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프로듀서 톰 행크스. 12편으로 구성된 드라마 중 1부의 감독을 맡았으며, 12부에는 직접 출연도 한다. 1편 "Can We Do This?(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는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우주덕이 아니거나 아폴로 계획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드라마 유입의 훌륭한 도입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
유리 가가린이 1961년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한 뒤 "지구는 푸르다"라는 소회를 남기자, 미국 사회는 비상이 걸린다. 당시의 국제사회 분위기가 지금과 사뭇 달랐음을 다시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인데, 빨갱이들이 달에 가서 "Red Moon"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철의 장막 건너편에서 역사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인류가 우주에 진출했는데, 그 사람은 빨갱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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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 사람 빨리 우주 좀 보내줘
톰 행크스가 영화 <아폴로 13>을 찍고 나서 "아폴로 1호부터 17호를 다 다뤄보쟈! ^ㅇ^/" 하고 론 하워드와 함께 벌인...... 톰 행크스의 어나덜 미친 짓 일인데, 21세기에 와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찍고 영감을 받아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만듦으로써 또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 <지구에서 달까지> 제작진의 인터뷰에 따르면 "톰 행크스를 진정시키려면 NASA가 빨리 톰 행크스를 우주선에 태워 우주에 보내줘야 한다"라고 했다고. 우주덕으로서 톰 행크스의 흥분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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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최초 우주 유영, earthrise(지구출...... 달에서 본, 지구가 수평선에서 올라오는 장면) 목격 장면과 우주에서의 창세기 낭독, 아폴로 1호의 불운한 사고, 닐과 버즈의 긴장감, 코미디 같은 12호, 달 표면을 밟은 최후의 인류(Last man on the moon)인 아폴로 17호 유진 서넌 등, 제미니부터 아폴로 매 미션 주요 사건과 어록을 다 훑고 가는 다큐드라마. 20년이 흐른 뒤 뒷북으로 보려니 옛날스러움이 되려 매력 같기도 하고, 톰 행크스가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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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
드라마는 각 미션별 의미로운 사건과 대사를 꼼꼼하고 덤덤하게 훑는다. 적은 대사 외에도 관제탑이나 언론인들이 언급하는 거의 모든 대사가 명대사이지만, 너무 유명한 몇 가지와 개인적으로 재미있던 몇 가지만 간단하게(!!) 적어본다.

“Failure of imagination”
“상상력의 실패입니다. 모두가 우주에서 불 날일만 걱정했지, 아무도 지상에서 불이 날 줄은 몰랐죠. 고의로 안전성을 훼손한 적은 없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묻는 것이라면, 노스 아메리칸(사령선 제작사) 잘못입니다. 나사 잘못입니다. 아폴로와 관련된 모두의 잘못입니다. 제 잘못입니다. 누구도 그런 상상을 하지 못했죠. 생각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과 기술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정말 해야 할 질문은 이겁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믿으시는지.”
-프랭크 보먼, 아폴로 1호 사고 후 진상조사 청문회에서의 답변

"(우주선으로) 복귀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다."
"I'm coming back in... and it's the saddest moment of my life."
-애드 화이트, 제니미 4호 미션 중 우주 유영(EVA)을 끝내고 우주선으로 돌아가며. 이 드라마에서는 에드 화이트의 우주유영 장면이 1에피에 등장하며, 20년 전 만든 드라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출중한 CG로 뻐렁치는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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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에드워드 화이트의 우주유영 사진)


"How are we going to get to the moon if we can't talk between two or three buildings?"
"두세 개 빌딩 사이에서도 교신이 안 되는데 어떻게 달에 가겠다는 거야?"
-거스 그리섬, 아폴로 1호 탑승 중에

“쓸쓸함이 가득한 이 드넓은 달을 보면 경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지구에 두고 온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되죠. 이곳에서 본 지구는 엄청나게 거대한 우주에 떠 있는, 위대한 오아시스예요.”
-짐 러블, 아폴로 8호 승선하고 인류 최초 달 궤도 탐험하며, 최초로 Earthrise를 목격하던 중

"아폴로 8호 승무원들로부터, 좋은 밤을 보내시길 빌면서 마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나님의 축복이 지구의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아폴로 8호 승무원 프랭크 보먼, 짐 러블, 윌리엄 앤더스. Earthrise를 최초로 목격하며 달 궤도를 돌면서 창세기 제1장을 나누어 읽었다. 닐 암스트롱이 타고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와 달리 달의 궤도를 탐험한 아폴로 8호의 이야기는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폴로 8호는 미국이 우주경쟁에서 소련을 앞지른 결정적인 단초(?)로 평가된다. 베트남전이 길어지고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반전 운동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더 이상 예산을 쏟는 것은 무리’라는 정부 내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아폴로 8호 프로젝트는 NASA에게도 마지막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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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saved 1968."

"여러분이 1968년을 구했습니다"
-아폴로 8호 축전

"Man, it's gonna smell bad up there!"
"(토했다고?) 선내에 냄새가 엄청나겠구먼!"
-관제탑에서 / 아폴로 8호 에피였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승무원이 토했다. 토가 선내를 온통 떠다녔는데, 아폴로 10호에서 ㄸ덩어리 떠다니던 실화를 약간 비틀어서 재현한 건가 생각도 해봄(10호에서는 승무원이 배설물 처리를 잘 하지 못해 온 선내에 ㄸ이 떠다녔다고 함). 8호에서도 실제로 토사물 테러가 있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Whoopee! Man, that may have been a small one for Neil, but it's a long one for me!"
"우와아아아! 닐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엄청 큰데?"
(닐에게는 쉬웠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엄청 어려운데?로 번역되어 있음)
-피트 콘래드, 아폴로 12호, 앞서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발에 첫발을 디디며 닐 암스트롱이 남긴 저 유명한 말("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하나의 도약이다")에 빗대어 농담. 피트 콘래드는 "달표면에서 농담을 한 최초의 인간" 혹은 "달에 발을 디디며 한 첫 마디가 농담인 남자"로 유명하다.

"Houston, Tranquility Base here, the Eagle has landed."
"휴스턴, 여긴 고요의 바다다. 이글(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이 무사히 착륙했다."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도약이다."
-닐 암스트롱, 너무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음. 위의 피트 콘래드가 이를 인용하여 농담을 함


"Houston, this is the LEM pilot... I'd like to take this opportunity to ask every person listening in - whoever and wherever they may be - to pause a moment and contemplate the events of the past few days. And to give thanks, in his or her own way."

"휴스턴, LEM 조종사다. 어디든 누구든, 듣고 계신 분들께 한 가지 말할 기회를 갖고 싶다. 잠시 멈추고 각자의 방식으로 신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버즈 올드린, 아폴로 11호에서 인류 최초로 성찬을 함


"That's All There Is"
"그게 다예요"
-앨 빈, 아폴로 12호 미션을 끝내면서: 경이로운 모든 순간이 그 안에 들어가 체험하자 마치 당연한 것처럼, 그게 전부였다고 소회를 이야기한다. 그것이 엄청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그 속에 어우러져 충실히 그 시간을 보냈다는 뜻

"That last footprint on the moon? Check it out. It's my boot size."
"달에서의 마지막 족적? 확인해봐요. 내 부츠 사이즈일 겁니다."
-유진 서넌, 아폴로 17호, 달표면을 밟은 마지막 인류(The last man on the moon)

"NASA stands for "Never Absolutely Sure of Anything."
"나사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의 약어이다'
-과학자들의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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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의 온난 건조한 시선
나는 미쿡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톰 아저씨는 되게 올바른 애국자구나, 하고 느껴진다.
날카롭게 현상을 비판하고, 희망을 찾아내고,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며, 유사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한 사람에게 지지와 존경을 보낸다. 든든한 백업으로 한몫을 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던 인물들도 잊지 않고 챙긴다.
사람에 대한 시선이 담백 건조하면서도 따뜻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늘 충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늘 준다.
우주영화 찍고 나면 우주에 대해 엄청나게 고증하고 파헤쳐서 드라마 만들고, 전쟁영화 찍고 나면 전쟁에 대해 엄청나게 고증하고 파헤쳐서 드라마 만들고, 호기심이 엄청난 아저씨이지 뭐겠어!

*달 착륙 음모설에 관하여
: 이 정도 음모를 꾸밀 수 있는 인류라면 달에 갈 수 있는데 안 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달 착륙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서적, 자료를 계속 찾아볼수록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 "이게 음모라면, 이 정도 음모를 꾸밀 수 있을 정도로 인류가 천재적이라면 달에 직접 간 것 이상으로 똑똑한 거다. 이 모든 이야기가 정말 지어낸 이야기라면 인류는 달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찾아보다 보니 상술의 내가 느낀 것과 똑같은 말을 당연히 닐 암스트롱이 먼저 했더라. 닐 암스트롱은 "달에 착륙했다고 속이는 것이 실제 달 착륙보다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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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류: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달 표면을 밟는 최초의 인류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은 의외로 유치하면서 중요했던 것 같다. 사실 다 같이 고생하고 났는데 아폴로 계획이나 나사에 크게 관심 없는 2018년의 대중들은 '닐 암스트롱'을 가장 크게 기억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에도 11호의 달 착륙선을 타는 두 사람, 버즈 올드린과 닐 암스트롱의 긴장감이 살짝 내비친다. 이 드라마에서는 닐 암스트롱이 유난히 멋있는 캐릭터로 진중하게 나오고, 버즈는 약간 권력욕이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좀 불쌍할 지경이다. 짠내나는 버즈 올드린...... 미국 내에서는 버즈 올드린이 우리에게처럼 듣보잡은 아니라고 한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버즈도 버즈 올드린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이며, 조종사 은퇴 후에도 활동적인 행보를 보여 그런지 유명하다고. 심지어 빅뱅이론에도 나온다. 6시즌 5에피에 등장하는데, 하워드가 우주 다녀온 뒤에 엄청나게 우주 다녀온 자랑을 하다가, 노년에 핼러윈에 사탕 나눠주면서도 달에 갔다 온 걸 자랑하는 버즈 올드린을 본 뒤 더 이상 자랑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에피소드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 "개인이 달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달에 가는 것이다"라면서 유난히 아폴로 11호 프로젝트에만 패치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기지 않은 닐과 버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승자는 말이 없는 법이며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법이다. 패치에 이름이 있든 말든 우리는 닐 암스트롱(만)을 기억한다.

*마무리하며
"You cannot look up at the night sky on the Planet Earth and not wonder what it's like to be up there amongst the stars. And I always look up at the moon and see it as the single most romantic place within the cosmos."
-톰 행크스

이 드라마는 에피 하나하나가 인상 깊고 모두 명작이지만, 유난히 더 인상적이거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1편, 5편, 7편, 12편을 꼽겠다.

1, 12편이야 워낙 설명이 필요 없이 명작이고,
5편 <스파이더> 그루먼 사 톰 켈리 이야기는 굉장히 맘 졸이면서도 감각적 편집 때문에 재미있게 봤다. 7년에 걸친 달 착륙선 제작 과정, 수많은 오류 테스트...... 초조하고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톰 켈리가 담장에 던지던 야구공. 7년이라는 시간이 일에 몰두하며 보내다 보니 훌쩍 가버렸고, 담벼락 위 공간에 수많은 야구공들이 흩어져있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 좋았다. 마치 고민의 흔적처럼 쌓여있는 야구공들.
7편도 아폴로 12호 이야기를 개그감 가득하게 담아냈는데, 너무 비장한 11호 이야기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 나는 농담을 좋아한다.

*21세기 안에 다시 달에 갈 수 있을까요
유진 서넌은 달 표면을 밟은 마지막 인류로서 다음과 같이 마지막 말을 남겼다.
"As I take man's last step from the surface, back home for some time to come - but we believe not to long into the future... I'd just like to (say) what I believe history will record, that America's challenge of today has forged man's destiny of tomorrow, and as we leave the moon at Taurus-Littrow, we leave as we came, and God willing, as we shall return, with peace and hope for all mankind. Godspeed, the crew of Apollo 17."
"나는 달표면에서 인류의 마지막 발걸음을 떼며, 다시 올 그날을 기다리며, 그러나 그날이 너무 오랜 후가 되지는 않으리라 믿으며, 역사에 기록할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미국의 오늘 도전은 인류 미래 운명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타우루스 리트로우 계곡에서, 처음 우리가 여기 왔던 것처럼 떠납니다. 그리고 신의 뜻대로 우리가 이곳에 돌아올 그날에는 인류의 평화와 희망을 담아오겠습니다. 아폴로 17호 대원들,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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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7호 미션 중 유진 서넌의 모습)

비우주인인(?) 민간인도 2000만 달러(한화로 230억)를 내면 러시아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주여행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7명의 민간인이 우주여행 상품을 이용했다. 톰 행크스 아저씨 이제 환갑도 지나고 나이도 많으신데, 미국은 어서 일반인 우주여행 상품을 만들어서 톰 행크스 아저씨 우주 보내줘라. 아저씨가 마 돈이 없어서 우주 못 가겠어?! 자국에서 우주 가고 싶어서 러시아 안 가셨을 것 같지 않나! NASA 뭐 합니까 어서 톰 아저씨 우주 보내주라고요. 보내줍시다. 이 정도면 명예 우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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