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이용당했을 뿐
전 편에 딸이 홀로라이브라는 회사의 버츄얼 아이돌에 빠졌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덕질을 같이 하기 위해 각자 최애를 하나씩 잡고 영상을 보기 시작한 것은 좋았으나...
이 놈들이 생각보다 사업 전개를 잘하는 놈들이었다. 유희왕, 포켓몬...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을 아시는가?
그렇다. 카드 게임이다.
이 놈들도 카드게임을 가지고 있었다. 딸이 굿즈샵에 가서 호기심으로 산 단 한 팩이... 그 작은 날갯짓이 애비에게 다가가 거대한 허리케인이 되었다. 그 허리케인은 통장으로 돌진하여, 뿌리 채 뽑힌 나무가 날아가듯 통장 잔고를 하늘로 날려버렸다.
남편은 급식 시절 때 근본 카드 게임인 D&D에 빠져서 대회까지 나간 전적이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딸이 사 온 카드 한 팩에 잊고 살던 그 열정이 깨어나 버린 것이다.
정신 차려 보니 고가의 our, sec등급(대충 카드 한 장에 몇 십하는 레어 카드)을 제외하고 카드를 올 컴플리트 했다. 카드캡ㅌ 사ㅋ라도 아니고. 어휴.
.. (심지어 게임 플레이를 위해 여러 장씩 모았다.)
딸은 조금씩 흥미를 잃어 가는 중인데, 옆에서 '그래, 행복하면 됐다.'하며 지켜 보던 내가 카드에 재미를 붙여가는 중이다. 그래서 결국 애미와 애비 둘이서 카드 게임판을 벌이고 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딸의 덕질은 철없는 애미 애비에게 이용당했을 뿐이다!
오늘 신 카드가 발매되었다. 가챠(뽑기) 중독인 나로선 새 카드 개봉은 참을 수 없는 빅 이벤트이기에 점심시간에 카드샵으로 날아갔다. 가게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갔더니 이미 줄을 선 상황.
여자는 나 혼자. 대충 봐도 내가 최고령. 자식 카드 사러 나온 아줌마로 봤으려나? 땡 틀렸습니다. 남편과 본인 카드 사러 나온 아줌맙니다!
카드샵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 오타쿠 청년들을 보니 중년 아재에게 있어서, 카드 게임은 또 다른 메리트를 기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딸에게 사춘기가 세게 와서 나랑 박 터지게 싸우면, 남편은 카드샵으로 도망가서 새파랗게 젊은 오타쿠 동료들과 대전하면서 시간을 떼울 수 있겠다. 갈 곳 없는 중년 아재의 건전하고 좋은 피난처이지 아니한가!
카트 캡터 애비야 화이팅! 오늘도 집에 가서 행복하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