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은 날의
바흐와 책 한 권

by 기빙트리

오전 일정이 없어 조금 일찍 책방 문을 열었다.

밤새 묵은 공기를 밀어내고 , 하나 둘 등을 켰다.

중정으로 가는 골목엔 며칠째 커다란 거미줄이 걸려 있었고, 급히 손에 들고 있던 연장으로 그것을 걷어냈다. 왕거미를 살생하고 나니 마음이 찝찝했지만, 이른 아침의 고요가 다시 그 감정을 눌렀다.

커피를 내리고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도 책을 읽는다.

늘 그렇듯 읽던 책의 페이지를 펼치고, 스탠드를 켜고, 책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그럴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책방을 운영하지만, 본업은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책장을 넘기며 앉아 있는 사이,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허리가 아파 중정으로 나가 몸을 푼다.

한낮의 열기는 금세 이마에 땀을 맺히게 했고, 그 뜨거운 공기를 기분 좋은 무게처럼 받아들인다.

며칠 새 시들어버린 장미잎을 정리하고, 마른 가지를 조심스레 잘라낸다.

그렇게 계절의 아주 작은 흔적을 손끝으로 지워나가는 사이, 책 속의 이야기는 내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책방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책 속 주인공과 이어지는 대화를 멈출 수 없었고, 중정에서도, 책상 앞에서도 내내 그 이야기를 되뇌었다.

때로는 혼자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가도,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손님이 없으면 좋은데, 손님이 없으면 곤란한 공간이라는 건 늘 아이러니다.

임윤찬의 바흐를 틀고 다시 책 앞으로 돌아간다.

집게로 눌러 둔 책장은 점점 두꺼워졌고, 이야기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간다.

빠르지 않은 전개, 요란하지 않은 서사, 하지만 오히려 그 느림이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한다.

책이 끝났다.

그런데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완결된 이야기가 아닌 듯한 그 끝이 자꾸 생각나고, 그래서 더 깊이 남는다.

오늘도 나는 아무도 오지 않은 책방에서, 그렇게 하루를 읽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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