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골목의 억지 주인

by 기빙트리

지방의 작은 도시, 오래되고 후미진 골목.
그 골목 안쪽에 나의 책방이 있다.

걸음이 빠른 사람은 그냥 지나쳐 버리거나,
조금만 덜 집중해도 길을 잃을 법한 자리.
그곳에, 책방을 열었다.

SNS를 타고 찾아온 손님들에게조차
이곳은 커다란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고 단출한 공간.
소란스러운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운,
그런 조용한 곳이다.

오늘도 한 쌍의 커플이 문을 연다.
카운터 앞에 와 고개를 숙인다.
낮게 붙인 메뉴판을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몇 가지 되지 않는 음료 사이에서
작은 고민을 나누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선택지가 많거나,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곳은 아니다.
제한된 공간.
단출한 음료.
그리고 적당히 진열된 책.

이렇게나 검소하게 마련해두고,
그저 누군가를 기다리는
억지스러운 주인이다.

손님이 끊긴 늦은 오후.
도시락을 꺼내,
카운터 옆 책상 위에 펼친다.

혼자 먹는 밥 앞에서
무심코 창밖을 바라본다.
혹시 누가 볼까,
괜스레 눈치를 본다.

숟가락을 들려던 찰나,
딸랑— 문이 열린다.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빠가 들어선다.

호기심이 이끈 걸음일 테지.
무언가를 사려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수저를 내려놓고 도시락 뚜껑을 닫는다.

하루 동안 손님은 서넛 남짓.
그럼에도 끼니는 자꾸 미뤄진다.
먹으려 하면,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종일 우려먹은 커피를 들고
책방 문을 나서면,
주차된 차 밑에서 고양이가 나를 바라본다.

며칠에 한 번 오던 녀석이
이젠 아예 눌러앉았다.
책방 앞이 마치 자신의 영역인 것처럼...

그놈의 참치캔이 문제였다.

며칠 전,
야위고 지쳐 보이던 녀석이 불쌍해서
사료와 함께 캔을 부어주었다.
그날,
그녀석의 머릿속에서는 아마 폭죽이 터졌을 것이다.
입안에선 파티가 열렸겠지.

그 뒤로, 매일같이
내차 밑에서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이젠 내 고양이다.

그렇게 거두는 생명이
또 하나 늘었다.

숙소의 예닐곱 마리 마당냥이들,
우리 집의 까칠한 말티즈,

그리고 이 책방냥이까지...

자다가도 녀석들 밥그릇이 걱정돼
아침마다 사료를 들고 순회를 한다.

이상도 하지.
젊었을 때도 길에 고양이는 있었고
주위에 강아지들이 있었는데
그땐 내 삶의 순위에 그들은 없었다.

지금은
내 배가 고파도 녀석들을 챙긴다.

남편도, 아들도
이젠 그러려니 한다.


우리 집 강아지는 요즘
새벽에만 깨어 있는 아들과 함께
어두운 길을 산책한다.
세상이 요지경이다.

이렇게도
우리는 살아간다.

그래도 괜찮다.
별일 없으니.


오늘의 글은
정해진 주제도 없이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다.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혼잣말처럼...

책방의 구석에서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고
한쪽으론 책을 읽는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정지된 한 장의 사진처럼
눈부신 초록과 푸른 하늘이 있다.

깜빡 졸린 눈을 감고 있다가,
바람에 흔들린 문종 소리에 퍼득 일어난다.
부스스 머리를 털고, 뭉친 어깨를 푼다.

오늘도 하루가 얼추 지나갔다.
특별한 일 하나 없이.

하지만 매일 보는 이 풍경과
하루하루 짙어지는 초록 덕분에
내 눈은 풀린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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