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의 빌런

by 기빙트리

비 오는 토요일이었다.
마감이 가까워졌고, 빗발은 점점 두꺼워졌다.
퀵보드를 타고 헬멧을 쓴 청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책방을 둘러보더니 이것저것을 물었다.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처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 공간에 대해... 물건들 하나하나...

하지만 그는
대부분 팔지 않는 것들을 들고 와
어디서 샀냐고, 왜 안 파냐고,
그것들이 왜 여기에 있느냐고 물었다.

지구본을 들었다 놨다.
액자를 기울이고,
책방이 아니라 키즈카페에 온 아이처럼 굴었다.

양산도서관에서 DP된 우리 물건을 봤다며
그걸 찾아 달라고 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방향을.

재생 연필 하나를 고르고
현금 이체를 하겠다며
폰 화면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나는
괜찮다고, 다음에 오셔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오늘 사겠다고 했다.

책을 읽던 사람들은 하나둘 일어섰다.
그는
책을 읽지 않았다. 책들 사이를 걸었다.
그리고
“읽을 만한 책이 없네”
라는 말을 남기고
'쾅'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햇살이 뜨거운 일요일.
에어컨을 더 세게 켰다.
조용한 거리.
그리고
‘딸랑’ 문소리와 함께

청년 한 명, 청소년 한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공정무역 짚풀 딸랑이를 흔들었다.
계속해서.
공정무역 상품을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나는
저 딸랑이를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또다시
팔지 않는 '시거랩'을 들고 왔다.
이건 뭐냐고.
플로깅할 때 담배꽁초를 싸는 용품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들은 새 책 코너에 섰다.
책장을 파르르 넘긴다.
그러곤
책을 아무렇게나 내려놓는다.

그리곤
문을 '쾅'
세게 닫고 나갔다.


책방을 하며 알게 된 것.
사람은
문을 열고 닫는 방식으로
감정을 남긴다는 것.

대부분은
조용히 들어와 조용히 나간다.

하지만
간혹은 자신도 모르게

‘쾅’하고
마음을 두고 간다.

그럴 때면
나무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덜컥
울린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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