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의 퀘스트는 계속된다.

by 기빙트리

(참고로 나는 책방과 독채숙소를 운영중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침대에서 뭉기적거릴 때면
늦은 아침 책방 문을 여는 일조차 귀찮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휴무일을 앞둔 일요일 밤은 늘 가볍고 상쾌하다.
똑같은 루틴인데도 마음만은 날아갈 듯 자유롭다.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 주.
올해 들어 가장 분주했던 시기.
지지부진하던 숙소 예약이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다.
책방 문 앞에는 ‘휴가’라는 쪽지를 붙여두고,
나는 매일 낮 11시부터 오후 1.2시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숙소 청소를 했다.

올핸 유독 예약이 지지부진했던 탓에
누구의 손도 빌릴 여유가 없었으니
이 주간만큼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잘 되는 일은 오히려 수월하다.
사람을 써서 일을 나눌 수 있고, 힘이 덜 드니.
하지만 간헐적인 바쁨엔 도움을 구하기도 애매하다.
그럴 땐 온몸이 고스란히 고생을 떠안는다.

퇴실 시간인 낮 11시가 되면
문을 활짝 열어 환기시키고
수건과 이불을 벗겨 세탁기에 넣는다.
긴 먼지털이개로 천장을 훑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자쿠지의 물때는 스펀지로 하나하나 문질러 닦는다.
돌돌이로 남은 먼지까지 마무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날의 청소가 끝난다.

마당의 조명을 켜고 대문 걸쇠를 슬쩍 열어두면,
그제야 내 역할도 끝이 난다.

노년이 되어가는데 이렇게 몸을 쓰는 일을 하게 될 줄이야.
40, 50대엔 ‘원장’이라는 이름 아래
높은 의자에 앉아 사무실에 갇혀 있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뭔가 자유롭다.
백조처럼 물 아래서 무한 발질 중이지만
하나씩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왠지 모를 성취감이 따라온다.

무엇보다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
숙소 운영의 가장 큰 장점은 ‘비대면’이다.
네이버 톡톡으로 소통하고,
손님이 떠난 뒤엔 통장이 만족스럽다.


열흘간의 숙소 예약 러시가 끝난 오늘,
책방의 문을 다시 열었다.

커튼을 젖히고 들어선 책방 안에는
며칠 사이 쌓인 먼지와 캐캐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거미줄이 처진 구옥 책방의 천장,
중정에는 옆 건물 공사로 인해 쏟아진 잔해들로
폐가처럼 황폐해진 모습이었다.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고는
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하고, 책 표지를 닦고,
중정엔 물청소까지 마쳤다.

“하아…”
이쯤 되면 청소가 체질인가 싶다.
수십 년간 가장 못하던 일이
이제는 천직처럼 내게 붙어 있다.

하나하나 정돈하고 나니
비로소 정신이 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 책상 앞에 앉는다.

사람의 기척이 사라진 공간이
이토록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책방을 폐가처럼 만든 건
열흘의 시간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오늘은 큰 퀘스트를 깨고
성벽을 차지한 날 같다.

책방의 수입이 미미할지라도,
내가 있어야 할 이 자리는
그 자체로 나에게 주어진 퀘스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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