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방은 시끄럽다.

by 기빙트리

아침부터 책방 골목이 소란스럽다.
며칠 전부터 경찰차가 매일같이 오가고, 이웃들이 모여 수군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 책방은 양산 구도심, 오래된 골목 안에 있다.
주변에는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 안에는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 시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오밀조밀 살아간다.
가끔은 별일 아닌 일에도 동네가 들썩인다.

오래된 골목이 품고 있는 정겨움이자, 피곤함이다.

얼마 전부터는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께서 치매 증상이 심해지셨다.
어느 날은 옆집 문을 따고 들어가 물건을 가져오셨고, 밤낮 가리지 않고 북과 장구를 두드리시기도 했다.
시끄러울 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카운터 아래 앉아 책을 읽지만,

어제와 오늘은 책방 안까지 그 소란이 스며들었다.

그 할아버지가 책방 앞 주차공간과 밭의 주인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 땅이 본인의 것이라 주장하며 밭의 작물을 함부로 캐 가셨고, 결국 땅 주인과 다투는 끝에 경찰이 출동했다.
땅 주인분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 조심스레 말했다.
“이제 농사도 못 짓고, 주차장도 펜스를 쳐야겠어요. 미안합니다.”

아... 그나마 마음을 붙이고 있었던 초록이었는데.
게다가 주차공간까지 사라지면서 오늘 아침부터 책방 앞은 무단 주차된 차들로 답답하고, 길은 더 좁아졌다.

싸움끝에 이사를 나가는지 쪽방에 사시던 내외분들의 자제분이 오셔서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온갖 생활 쓰레기 . 폐기물로 책방앞이 그득하다.
아무리 책방안에서 조용한 음악을 틀고 분위기를 잡으려고 해도

왁자지껄한 소리와 차들이 근접해서 지나가는 소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문득,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 속 '레몬케이크'에 나오는 기진의 책방이 떠올랐다.
커다란 가림막으로 앞이 가려진 기진의 책방처럼,

내 마음에도 드러나진 않지만 서서히 무너지는 무언가가 있다.
사소한 충격에도 허물어지는 모래성처럼, 현실의 파편들이 조용히 나를 흔든다.

평소처럼 책을 읽고,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틀고,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모든 행동 뒤에 묵직한 괴리가 느껴진다.
마음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안다.

이삿차가 책방문 앞을 두 번 가로막고 나서야 떠났다.
하늘은 흐리고, 습도 높은 공기가 온종일 몸을 눅진하게 감싼다.

나는 언제까지 이 작은 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오늘 또, 조용히 나를 흔드는 질문을 품는다.

말이 빠르고 목소리 큰 아주머니가 골목을 가득 채운다.
혹시나 휩쓸릴까 싶어 조용히 문을 닫고 카운터 아래 앉아 있는다.

아… 오늘은 그냥, 마음이 슬프다.
신지훈의 목소리조차 슬프다.
그러다 문이 열리고, 커플이 들어온다.
조금 전까지 밖의 소란이 무색하게, 책방 안은 또 고요해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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