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입니다. 길거리 전광판에서 1인 가구 정책 아이디어를 구한다는 정책 홍보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소위 통통 튀는 이미지를 의도한 듯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광고 장면 장면에 혼밥, 반려동물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어떤 이가 손꼽은 1인 가구들의 특징이었겠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통통 튀는' '개성 넘치는' '활기찬' 등의 어쩌면 (삼촌뻘 ‘헐’과 같이) 이제 옛날식 프레임이 돼버린 인지 방식으로 말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요지와 다른 얘기입니다만 순간 그런 식의 오래된 인식 몇 가지로 그 세대를 정의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는 아닐까 라는 부정적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586을 위시한 위정자들이 바라본 1인 가구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구할 만큼 멀고 먼 세대인 걸까, 혹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라는 자괴감 섞인 한숨도. 참 안타까운 세대격차입니다.
어쨌든 청년의 기준으로라도 반려동물을 재조명할 기회를 얻는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정치 화두인 ‘청년(광의의 의미로 1인 가구를 포함한)’의 한 요소로써 반려동물은 그래도 논쟁의 테이블에 끼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반려동물의 아이디어가 청년으로부터라는 간접적 대상으로 또다시 취급되는 게 맞는 일일까 생각해 봅니다. 청년에게 표심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반려동물 정책이란 것은 또 다른 ‘소유물’적 접근 방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뽀야의 근황으로 아시다시피 뽀야는 아픈 곳이 많습니다. 신장이 안 좋아졌고 지금은 계절이 바뀌며 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시력 역시 좋지 않습니다. 당연히 병원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침 치료를 위한 가정용 네블라이저를 하기 위해서 2ml 스테로이드 앰플을 만원에 구해야 합니다. 슬개골 수술에는 약 100만원, 백내장 수술비는 약 500 ~ 800만원 가량이 필요합니다. 신장 치료와 정기적인 검사를 위해서 많게는 몇십만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볼 때 이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많은 이들은 자신의 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게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있을 것입니다. 혹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선을 넘어서 같이 사는 반려동물의 고통을 힘겹게 지켜보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 모든 상황이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바라보는 우리나라 법의 한계점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청년의 소유물로써도 이 상황은 해석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년을 떠나 반려동물만을 생각했을 때 우린 다시 문제의 본질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반려동물은 사람의 소유물인가. 반려동물은 가족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가. 이 두 가지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부터가 모든 것의 시작이 아닐까요. 청년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반려동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그렇게 접근하는 방식은 어쩌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생각의 실마리를 본질적으로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편법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