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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뽀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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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phantmatch Production Sep 22. 2021

[청년의 소유물에 대하여]

 얼마  일입니다. 길거리 전광판에서 1 가구 정책 아이디어를 구한다는 정책 홍보영상을  적이 있습니다. 소위 통통 튀는 이미지를 의도한 듯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광고 장면 장면에 혼밥, 반려동물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어떤 이가 손꼽은 1 가구들의 특징이었겠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통통 튀는' '개성 넘치는' '활기찬' 등의 어쩌면 (삼촌뻘 ‘ 같이) 이제 옛날식 프레임이 돼버린 인지 방식으로 말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요지와 다른 얘기입니다만 순간 그런 식의 오래된 인식 몇 가지로 그 세대를 정의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는 아닐까 라는 부정적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586을 위시한 위정자들이 바라본 1인 가구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구할 만큼 멀고 먼 세대인 걸까, 혹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라는 자괴감 섞인 한숨도. 참 안타까운 세대격차입니다.   


 어쨌든 청년의 기준으로라도 반려동물을 재조명할 기회를 얻는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정치 화두인 ‘청년(광의의 의미로 1인 가구를 포함한)’의 한 요소로써 반려동물은 그래도 논쟁의 테이블에 끼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반려동물의 아이디어가 청년으로부터라는 간접적 대상으로 또다시 취급되는 게 맞는 일일까 생각해 봅니다. 청년에게 표심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반려동물 정책이란 것은 또 다른 ‘소유물’적 접근 방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뽀야의 근황으로 아시다시피 뽀야는 아픈 곳이 많습니다. 신장이 안 좋아졌고 지금은 계절이 바뀌며 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시력 역시 좋지 않습니다. 당연히 병원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침 치료를 위한 가정용 네블라이저를 하기 위해서 2ml 스테로이드 앰플을 만원에 구해야 합니다. 슬개골 수술에는 약 100만원, 백내장 수술비는 약 500 ~ 800만원 가량이 필요합니다. 신장 치료와 정기적인 검사를 위해서 많게는 몇십만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볼 때 이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많은 이들은 자신의 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게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있을 것입니다. 혹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선을 넘어서 같이 사는 반려동물의 고통을 힘겹게 지켜보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 모든 상황이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바라보는 우리나라 법의 한계점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청년의 소유물로써도 이 상황은 해석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년을 떠나 반려동물만을 생각했을 때 우린 다시 문제의 본질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반려동물은 사람의 소유물인가. 반려동물은 가족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가. 이 두 가지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부터가 모든 것의 시작이 아닐까요. 청년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반려동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그렇게 접근하는 방식은 어쩌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생각의 실마리를 본질적으로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편법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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