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빨리 퇴근하는 날이고 외과 진료를 예약제로 운영하는 우리 병원의 당일 예약이 2건밖에 없었다.
둘 다 간단한 수술이라서 남는 시간에 주말에 들은 컨퍼런스를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쥬라는 이름의 시츄가 응급 환자가 들어왔다.
공쥬는 13살이나 된 할머니인데 신장에 농이
가득 차서 신장이 터져서 왔다.
아이의 상태가 위급해서 보호자께
"수술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알렸다.
"그래도 해주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
단호하지만 정중하게 말하시는 모습이 이미
마음의 결심하신 듯 보였다.
절개를 해서 봐보니
아마도 방광으로 들어갔을 세균이
그 위에 있는
신장으로 옮겨갔는데 이 세균을 막기 위한 백혈구들이
세균과 격렬히 싸우다 전사해서 쌓인 백혈구 시체(?)들이 계속 모인 것이 농이 되었다.
백혈구 vs 세균 의 전쟁을 일어나는데 세균이 없어지지 않으니 시츄의 몸에서 계속 백혈구를 만들어서 생긴 농이 쌓여 신장이 터져버렸다.
간호사 선생님도 안 계셔서 원장 선생님과 둘이 수술을 하느라 한 손은 수술을 하고 다른 손은 수술 장갑을 빼고 계속 오는 전화를 받았다.
신장과 방광, 그리고 이 둘을 잊는 요관을 잘라내는 수술을 마무리했다.
마취가 깬 공쥬는 벌떡 일어서더니 짖었다.
많은 나이에 부담스러운 수술을 해서 걱정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차후인 편이다.
정말 안 좋은 아이들은 사람이 아플 때처럼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힝... 힝... 힝...
이런 앓는 소리를 낸다.
공쥬가 일어날 동안 시츄 2마리가 진료를 왔다.
기본 진료를 봤는데 같은 날에
다른 보호자 세 분이서 갈색 시츄 3마리가 오다니.
병원에 있는 내내 구구콘이 생각났다.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구구콘을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