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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알유 Jan 03. 2021

까사 데 에니멀

때때로 발생하는 당황스러운 상황

동물병원에서 일하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는 그런 에피소드를 풀려고 한다.


#1. 동물병원은 자동문을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병원은 2층에 있고 같은 층에 치과가 개원을 준비했다.

치과가 개원 전 인테리어를 오다가다 지켜봤는데, 

어느 날 보니 입구를 자동문으로 설치하고 있었다.

자동문을 설치하는 것을 보고 이때부터 뭔가 한 번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더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물병원은 자동문을 설치하지 않는다.

병원에 오는 아이들은 도착해서부터 이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도망가 버리기 일수이다.

그래서 버튼식 자동문도 설치하지 않는다.

한 아이가 병원에 왔는데 사약을 받는 장희빈처럼 내 손을 뿌리쳤다. 

보호자의 손을 긁고는 때마침 들어오는 다른 보호자 다리 속으로 달려가서 밖으로 나갔다. 

이럴 때 가장 위험한데, 그렇게 길을 헤매다가 영영 못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등 쪽이 오싹해지면서 따라 나갔는데, 다행이지 불행인지

치과의 문이 버튼이 없는 자동문이라서 개가 서자마자 문이 열리면서 쏙 들어갔다.

아이는 나를 피해서 카운터 아래로 쏙 들어갔다.

머쓱한 표정으로 남의 치과에 들어가서 양해를 구하고는

카운터 아래로 조심조심 다가갔다. 

이때 정말로 떨렸는데, 왜냐하면 이번에 이 아이를 놓치면 정말로 잡기 어려워지고

남의 영업장에서 이리저리 발광하는 얘기를 잡으러 다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그 아이가 나를 공격할 것처럼 몸을 잔뜩 움츠린 것을 보고 날라서 다른 곳에 도망가는 

미래가 살짝 보여 소름 돋았다.

그렇게 섬세하면서도 재빠르게 다가갔는데 재빠르게 배를 발라당 깠다.

나를 잔뜩 노려보던 그 얘기는 '뛰어봐? 아님 그냥 끌려가? 여기는 엄마도 없는데..? 

하지만 뛰기에는 너무 큰 상대인데...!' 

내적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나에게 항복의 의미로 배를 보여주면서 항복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속으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한 번 덤벼보지도 않고

바로 항복하는 이 작은 생명체가 너무 귀여웠다.

덕분에 다른 사람의 사업장에서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고 아이를 폼에 안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 이름이 당황스러울 경우

병원에 오면 같은 종과 나이로 구분하기 힘들어서 얘기 이름을 무조건 물어본다.

그럴 때 보호자가 살짝 창피해하면서 말씀하실 때가 많은데,

사람과 달리 집에서만 부르는 이름이니까 과하게 귀여운 이름이나

반대로 굉장히 대충 짓는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호자가 생각할 때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이름이더라도

우리는 수많은 아이들의 이름을 듣기 때문에 특별히 보호자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별생각 없이 구별하기 위해 외워둔다.

근데 완전히 이상한 이름을 지었다.

'애미 닮은 X(여자를 부르는 ㄴ으로 시작하는 비속어)'

내가 들은 이름 중 그렇게 특별한(?) 이름은 처음 들었다.

보호자가 엄마 키우던 개가 임신하여 낳은 아이 중 가장 엄마를 닮은 강아지라고 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묻지 않아도 설명하셨다.

일반적으로 애정이 잔뜩 닮긴 이름이나 입에 잘 의성어, 의태어를 붙이는 데....

정말로 특이해서 내가 불러야 할 때도 이름을 못 부르고 "얘기"로 말했다.

분명 사랑을 많이 받는 아이겠지..?

사랑을 많이 받는 아이의 이름 중 보호자의 성을 따서 김민수 같은 사람 이름으로

짓는 경우도 많다. 

웬만한 이름은 특이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애미 닮은 X'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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