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유럽에서 M&A 변호사 생활을 하다 한국에 돌아왔다. 기업을 사고팔고, 구조조정을 하여 지배구조를 바꾸는 일들을 책상머리에서 담당했었다. 현실 경제이자 진짜 세계는 밖에 있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M&A 전장의 최전선인 로펌 변호사실에서 공장에서 찍어내듯 서류들을 만들곤 했었다. 계약관계를 조율하는 기술자의 역할을 맡지 않았나 싶었다 .
나의 룩셈부르크 생활기는 다채로웠다��. 룩셈부르크 변호사협회 회장 중 가장 연장자이신 J.W 대표변호사님을 직접 보스로 모시고 업무를 보면서, 룩셈부르크 대공세자를 서울에 온보딩 시키기도 하는 등의 대관업무를 첫 부띠끄 로펌에서 맡았다. 룩셈부르크 뿐만 아니라, 빠리 대관업무도 하면서 상, 하원 의원, 파리상업재판소 전 재판장 등 여러 명사를 교류하기도 했다.
글로벌 로펌으로 적을 옮긴 이후에는 나름 낭만적인 업무를 하려는 room을 남겨뒀지만 업무 자체가 워낙 터프해서 쉽지는 않았다. 아, 그래도 전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의 C 부동산투자펀드는 소싱을 했고, 입사 후 1달 내에 클라이언트 2명을 온보딩을 시켰다.
경제학자 / 고위행정관료를 지망했던 백그라운드인 필자가 항상 묻는 것이 있었다. 내가 다루는 사건의 '경제성' 혹은 '효율성'.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같이 축구를 즐기며 애프터아워를 즐기는 파트너에게 종종 '이번 딜의 경제성은 어떻게 되는 것 같아?' 와 같은 질문을 던질 때, 파트너는 나에게 우리가 다루는 딜이 실물 경제에, 현실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뒷전으로 생각해야만 '로펌'으로서의 경제성 신속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내가 종종 M&A 변호사를 하기에는 너무 갬성적이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거치고 서울로 돌아와 잠시 멈춤이라는 쉼표를 찍게 되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역시나 가족이다. 아내와 떨어져있는 생활을 더 길게 하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나 많을 것으로 느껴져서 돌아왔다. 돌아오고 2023 Q1이 지났는데, 매일 1시간씩 일어나서 gym rat 하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고, 독일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연습하고 피아노 연주하고 예술서적 읽고 갬성 풍부한 서울생활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갬성 풍부한 서울생활기와는 별개로, K-법률시장에서 구성원으로서 1분기동안 이리저리 에자일하게 컨택을 하고 있는데, 2023 Q1 한국 법률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지 지체되고 있다. 나를 위한 시간이 많은 건 좋은 것 같다. 평소 좋아하는 장소인 서점에 자주 다니게 되었다. 광화문 교보문고, 책 넘기는 소리가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공간.
미뤄뒀던 박사 논문과 독서도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maître espée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