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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Jan 27. 2020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하고 싶어 졌다.

치열함을 애열을 하는 요즘, '치앙마이 한달 살기'가 하고 싶어졌다.

하루하루가 뭔가 바쁘게만 흘러간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은데, 이런 나의 삶도 챙겨야 하고,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내 일도 잘 해내야 할뿐더러 가족으로서 나의 위치도 지켜야 한다. 쏟아지는 일들 속에서 허우적 대다가 문득, 몇 달 전 다녀왔던 '치앙마이'가 떠올랐다.


치앙마이는 눈을 즐겁게 하는 관광지가 많은 곳도 아니었고, 대만처럼 입을 즐겁게 하는 특별한 먹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었으며, 방콕처럼 쇼핑하기에 충분한 대형 쇼핑몰이 많은 곳도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방문한 12월은 우리나라 초가을처럼 일교차가 심한 편이라, 물놀이는 커녕 밤에는 얇은 외투를 걸치고 돌아다녀야 했다. 

그런 치앙마이가, 한 해를 다시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한 애열을 하다 지쳐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던 나의 머리를 문득 스쳤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는 사실 내가 스스로 떠올린 키워드는 아니다. 치앙마이를 가기 전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접한 키워드였다. 요즘 대학생이나 퇴사를 한 직장인 사이에서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유행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치앙마이에서 살고 싶어 하는 걸까. 당시에는 4일만 머물러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충분함 때문에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머물고자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나는 여행을 가면 하루도 빠짐없이 바쁘게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가고 싶은 곳을 죄다 구글 지도에 표시해놓고, 미션을 수행하듯 하나씩 찍어나가며 뿌듯함을 느낀다. 

단, 그저 푹 쉬는 게 최고인 휴양지는 제외다. 하지만 치앙마이는 해변을 끼고 있는 휴양지도 아닌데, 바쁘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는 도시였다. 아니, 오히려 바쁘게 돌아다니면 손해를 보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연과 어우러진 좋은 장소들이 너무 많았다. 그곳에서 자연과의 여유를 만끽하지 못한다면 단연 손해가 아닌가.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카페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것만으로 그 도시에 젖어들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

 


가장 좋았던 곳은 '펀 포레스트 카페(Fern Forest Cafe).' 

아침에 촉촉이 젖어있는 테라스에서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따스한 햇빛을 즐기며 앉아 있으면, 옆에 새들이 자연스럽게 날아와 앉는다. 

서울에 있다면 이런 여유가 내게 가당키나 한가. 돌아가면 일어나 출근하기에도 빠듯한 매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 곳 말고도 치앙마이에는 조용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감각적인 카페가 정말 많은데,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살 수 있다면 나는 매일마다 아침 일찍 눈을 떠 브런치를 먹으러 달려 나가겠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겨워하는 동료를 두고 호텔에서 약 15여분 떨어져 있는 이 카페에 그랩(Grab)을 불러 다녀왔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신선한 과일이 잔뜩 올라가 있는 팬케이크 그리고 부드러운 어니언 수프를 주문해 양껏 먹었는데 이 모든 것에 들어간 비용은 한화로 겨우 2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돈이었다. 


이 것이 치앙마이에서 살고 싶게 하는 다음 이유인데, 바로 '저렴한 물가'이다. 왕복 30분의 택시비가 6천 원 정도였고, 근사한 브런치가 1만 5천 원 정도면 충분했다. 우리나라였다면, 브런치 메뉴 하나로 이미 2만 원을 초과하고도 남았을 비용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치앙마이로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게 든다.




마지막으로 치앙마이에는 반전이 있다. 조용하고 여유가 넘치는 도시이지만, 밤이 되면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넘쳐나는 마켓이 펼쳐지고, 겉으로 보기에 허름에 보이는 곳의 구석구석에는 아티스트의 손 때가 묻어난 감각적인 작은 샵들이 숨어져 있다.

 

바로 님만해민에 있는 원님만(One nimman), 그리고 반캉왓(baan kang wat)이라는 곳이다.



님만해민은 우리나라의 이태원 같은 느낌의 번화가인데, 이곳에 원님만이라는 쇼핑몰이 있다. 저녁에 우연히 방문한 원님만의 광장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알고 보니 일 년에 딱 한번, 'nap festival'이라는 Art&Design 축제가 열리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이 그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유통에서 근무하다 보니 이런 축제에 늘 관심이 많은데 원님만에서 본 축제의 감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각 부스에 있는 샵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고, 약 일주일간 열리는 단기성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충실한 연출과 함께 다양한 MD 콘텐츠들을 뽐내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속 주류를 이루는 상품들을 카피하여 라벨링만 한 브랜드들이 즐비한 우리나라의 여느 마켓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말 이 마켓이 너무 탐났다.

 



반캉왓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 일명 '예술가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예술가의 마을이다 보니 마을 자체가 아기자기한 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을이라기보다 잘 꾸며진 하나의 마켓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샵 이름마저 아름다운 '이너프 포 라이프(Enough for Life)'라는 공예품, 아이스크림 샵도 있었고, 공예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샵, 오가닉 레시피를 직접 배우고 맛볼 수 있는 샵도 있었다. 이 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머리는 새로운 영감으로 가득 찼다.

 



자연과 어우러진 카페. 오가닉. 저렴한 물가. 예술가의 도시. 영감을 주는 도시. 이런 키워들만으로 치앙마이에 머물고자 하는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떠날 수 없지만, 언젠가 이 키워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떠나리라. 지금 퇴사 후 기나긴 여행을 고민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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