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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Dec 10. 2020

퇴직금 다 쓰고 얻은 깨달음

디깅 하는 삶에 대해


'강의 요청을 드리려고요-!'


듣자마자 바로 '네!'라고 질렀다.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지, 강연의 기획이 따로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하고 싶었다.


이 요청은 브런치 스타 작가이신 스테르담 작가님께서 해주셨기 때문에 믿고 간다.


그렇게 11월 어느 날

나를 포함한 다른 초청 강연자 2분과 스테르담 작가님 그리고 강연 당일날 진행을 도와주실 분들과 짧은 미팅을 갖는다.


내가 과연 강연을 할만한 사람일까 라는 고민을 속으로 하고 있었을 때, 귀에 강하게 박힌 문장이 하나 있었다.


'강연 준비를 하다 보면 나를 돌아보며 생각 정리를 하게 돼요'


그렇다.

나를 정말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호텔들을 왜 돌아다니며 관찰하는가. 그리고 리뷰는 왜 하는가.


주머니에서 꺼낼 때마다 항상 꼬여 있던 '유선' 이어폰을 한 번에 샥 풀 때의 쾌감처럼 나의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이렇게 말이다.




나만의 호텔을 세우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호텔을 직접 가보고 리뷰를 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렇게 7개월 동안 1500을 태워버렸다.

퇴직금 빠이빠이... 살짝 초조하긴 하지만 이 1500과 맞바꾼 것이 있다. 과연 뭘까.


20대 마지막,

이제야 디깅 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


디깅?
요즘 '디깅' 이란 말이 자주 들린다. 아마 퍼스널 브랜딩 혹은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 표현이 뭔지 알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처럼.


퇴사를 하고 7개월 동안 '호텔'에 빠져 호텔만 야무지게 디깅을 해왔다. 그래서 오늘은 한 분야에 디깅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 가지에 디깅을 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어떤 것을 깨닫게 되는지 말이다.






디깅 하고 알게 된 사실


1. 무채색인 줄 알았는데 컬러였다


우리가 애플을 보면 애플 특유의 뭔가가 떠오르고, 나이키를 보면 뭔가가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주변에 이런 사람 한 명 씩 있지 않던가.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사람!' 이라며 찐하게 머릿속에 남은 사람들.


대체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본인만의 '색'이 뚜렷하다. 그리고 '멋있다'라고 생각한다.


뭔가에 디깅을 한다는 것은 내가 관심 있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한다. 즉,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삶을 더욱 능동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 활력이 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나는 솔직히 나 자신이 색깔이 다들 비슷비슷한 무채색에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호텔을 한 군데 더 체크인할수록 호텔을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잠을 잘 수 있는 테마파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만의 관점이 생긴 줄도 모른 채 호텔 리뷰를 하니 사람들은 점점 나에게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체크인님 특유의 색이 있는 거 같아요!'


이때 나는 처음 알게 되었다. 나도 나만의 색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얘기를 듣고 난 뒤로 삶이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아직 막 대단한 업적?! 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강연하게 되는 기회도 생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리뷰에서 더 나아가 호텔 정보 사이트를 만드는 도전까지.


애초에 처음부터 나 이거 이거 할 거야 라고 맘먹고 계획 세운적은 없었다. 그저 호텔을 세우겠다는 목표만 매일 상상을 하며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멀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에 디깅을 하니 나도 색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컬러 피플이다!



2. 덕업 일치가 되어간다


어딘가에 소속되는 삶을 살았을 당시, 난 고민에 빠지곤 했다.


나는 더 나은 삶을 설계하는 디자인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몇 초만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를 좋아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사실 나는 패션 전공으로 시작해 대기업 종합광고대행사에 들어갔다가 스타트업으로 넘어가 디자인팀 리딩까지 했었다. 그래서 매번 카멜레온처럼 나의 색을 바꿀 때마다 과연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근데 사실 뭐 하나 빼놓을 거 없이 다 좋은걸...

'이게 제일 좋아!'라고 하는 건 없었다.


본격 호텔 리뷰를 하기 전 정말 '그냥' 호기심에 몇 번 호텔을 가곤 했다. 그러다 하루는 사람이 하루를 살다 가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 설계부터 공간 디자인, 브랜딩, 광고, 패션 모든 게 들어가 있었다.


바로 그때! 입 맛에 딱 맞는 음식이 혀 끝에 닿는 순간 '우오옷! 존맛탱!!!' 하는 것처럼 번뜩 '그래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평소에 고만했던 것들이 '호텔'로 귀결되어 하나가 되었다. 제대로 맘 잡고 호텔을 디깅을 하며 매번 새벽 늦게까지 글 쓰고 컨텐츠 만들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지만 행복하단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이렇게 덕과 업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3.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올바른 소비를 했다고 느낀다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건 사실인 듯하다. 마치 내가 호텔에다가 퇴직금을 다 태워버린 것처럼 말이다.(초조, 불안..)


예전엔 통장에 돈이 남아 있으니 맘 편하게 가고 싶었던 호텔들을 거침없이 가기 시작했다. 할부도 아닌 쿨하게 일시불로 말이다. 미친ㄴ.. 아.. 그게 아니라 아무튼 그렇게 7개월이 지난 지금 통장은 텅장으로 퇴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난 이제 더 이상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되는 걸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계속 한 분야를 디깅 하다 보면 '아, 이런 건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저절로 이어졌고 호텔 컨텐츠를 계속 만들어 왔다.


처음엔 누가 알아줄까 라는 의심을 내려놓지 못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봐보자 라며 눈 딱 감고 그냥 했다. 중간에 이거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기회는 언제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호텔 컨텐츠들이 시너지를 만들어 내서 호텔 관계자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처음으로 강연 자리가 생겼으며 단순 리뷰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호텔 정보를 더욱 편하게 볼 수 있는 호텔 정보 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람들이 호텔 컨텐츠에 관심을 가져주고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더 만들게

된다. 역시 사람은 인정받는다는 감정이 생기면 더 뭔가를 하려고 한다. 그 기분이 짜릿하니까..!


예전에 비해 호텔을 가는 횟수 자체는 줄었다. 하지만 더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호텔'을 가지고 하는 건 변함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투자하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리고 컨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유한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사람들을 모으다 보니 인스타, 브런치 합쳐서 약 6천여 명의 팔로워를 모을 수 있었다. 물론 6만 아니 60만 명을 넘길 것이다.

호텔에 디깅 하기 전 나의 소비는 한 번 쓰고 끝나는 형태였다. 이를테면 술 값, 옷 값 등등. 그렇지만 디깅 하는 소비는 나에게 더 큰 가치를 안겨다 주었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올바른 소비'를 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이렇게 호텔에 디깅 하며 알게 된 3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았다.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들은

어떤 것을 디깅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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