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고 있는데, 앞으로 가고 있지 않을 때
바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움직이고 있으면,
뭔가 하고 있으면
불안도 같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만들고,
일정을 채우고,
쉴 틈을 없앤다.
가만히 있는 순간이 오면
괜히 불안해질 것 같아서.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바쁜데도
불안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자주, 더 선명하게 올라온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불안을 이렇게 해석한다.
아직 부족해서,
아직 덜 해서,
아직 더 해야 해서.
그래서 다시 바빠진다.
하지만 불안은
그렇게 없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불안은
일이 없어서 생긴 게 아니라,
삶의 방향이 없어서 생긴 불안이기 때문이다.
하루를 돌아보면
한 일은 많은데
왜 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바빴다는 기억만 남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흐릿하다.
이 상태에서의 바쁨은
앞으로 가는 움직임이 아니다.
계속 제자리에 머무르는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생각할 시간을 없애기 위해,
불안을 느끼지 않기 위해
계속 움직이는 것.
그래서 멈추면
불안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사라졌던 게 아니라
쌓여 있었던 거다.
바쁨은
불안을 해결하지 않는다.
불안을 잠시 가릴 뿐이다.
불안은
아무것도 안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움직일 때 더 커진다.
그래서 필요한 건
더 많은 일정이 아니라,
지금의 움직임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바쁘지 않아서
불안이 생기는 게 아니다.
바쁨이 멈춰야
비로소 불안을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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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요즘 나의 바쁨은
앞으로 가기 위한 걸음일까,
아니면
불안을 느끼지 않기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