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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쓸모

현재를 살아가고 싶을 때

by 오늘도 달리진

| 스트레스 해소의 첫걸음


2월 말에 참가한 ‘2025 시즌오프 챌린지 레이스’ 이후, 계속된 야근으로 달릴 시간이 부족했다. 퇴근 후에는 곧바로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서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따뜻한 봄이 찾아왔지만, 그 따스함을 온전히 느낄 여유는 없었다.


그러던 중, 스스로의 분을 못 이겨 가족에게 분풀이를 한 에피소드가 생겼다. 양치하다가 세면대에 떨어진 언니의 긴 머리카락을 보고 내가 화가 난 것이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배수구로 흘러 들어가면 결국 세면대가 막히는데 당시 세면대를 사용하던 내가 그것을 치워야 하는 것이 억울했다. 매번 내가 정리해 왔다고 생각해서 “머리카락 좀 치워!”, “왜 내가 치워야 해?”라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언니도 지지 않고 반격하며 날이 선 말들을 쏟아냈고 결국 아침부터 현실 자매처럼 신경전을 벌이며 출근하게 되었다. 출근 후에도 기분은 꺼림칙하고 마음은 불편했다.

또한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엄마에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목이 말라서 거실에 나와 물을 마셨는데, 갑자기 몇 시간째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무기력한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고, “엄마는 항상 그 자리에 누워 있어. 정말 누워만 있잖아”라고 말해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힘든 일을 마친 후 편히 쉬고 있던 엄마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후회스럽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해졌을까? 한동안 정시 퇴근이 불가능한 일정 속에서 야근이 일상이 되어버렸고, 그로 인해 저녁 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쌓였던 걸까? 아니면 운동을 하지 못해서 점점 더 답답해졌던 걸까? 사실 그 원인은 분명했다. 일만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쌓여 결국 가족에게 화살을 쏘게 된 것이다.


이건 내 생활 루틴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엉뚱한 곳에 화살을 쏘지 말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땀을 흘리며 개운한 정신을 맞이하고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야근의 지루함을 견디고 나에게 갇히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꼭 마라톤에 나가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달리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이지만,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현재를 살아가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달리기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할 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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