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이벤트 프로모션 광고의 정석을 보여준 맥주 광고
2022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드라마는 JTBC의 주말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입니다. 극중 송중기 님이 연기하는 진도준 대표는 과거로 돌아간 인생 2회차로 미래를 내다보는 치트키를 쓰는데요. 그 중, 저는 대한민국의 2002 월드컵 4강 프로모션 광고를 기획하는 에피소드가 눈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누구나 그랬듯 4강 진출을 믿지 않는 직원들이 반대하자, 진도준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4강에 못가면 간절한 응원의 순간으로 우리 브랜드를 기억할테고, 4강에 진출하게 되면 강렬한 승리의 감동으로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국가대표 리오넬 메시의 라스트 댄스로 주목받았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월드컵 무려 2달 전, 지구 반대편 에서도 진도준의 재림이 아닐까 하는 광고가 온에어 됐습니다. 광고의 내용은 아르헨티나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86년과 2022년의 평행이론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예를 들어 1986년 달의 위치와 2022년의 달의 위치의 유사성, 헐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 니로의 아르헨티나 방문이 86년 2022년 두 번이었다는 우연에 대해 농담처럼 이야기하며, 고로 1986년에 우승 했으니 2022년에도 우승할거라 자신 합니다.
결과는 다들 알듯이, 아르헨티나가 우승 했고, 덕분에 이 예언 광고가 다시 뜨겁게 역주행 하고 있다고 합니다. 월드컵 첫 경기,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에 졌을 때만 해도 이 도박은 실패하는 듯 보였지만, 연이은 경기에서 한경기 한경기 도장깨기 해나가면서 승승장구하자, 아마도 국민들의 마음도 조금씩 조금씩 광고의 예언을 믿기 시작했을 겁니다. 광고에서 말 한대로 이거 진짜 우승하는거 아니야? 하고 말이죠.
심지어 소비자들은 스스로 "86년에도 부모님과 살고 2022년에 여전히 부모님과 살고 있습니다" 와 같은 평행이론을 찾아내 공유하며 놀기도 했습니다.
퀼메스는 아르헨티나의 국민 맥주 입니다. 우리로 치자면 카스 정도 되겠죠. 퀼메스 맥주가 건드린 건 단순한 농담 같은 도박이 아니라,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바라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 입니다. 억지 우연을 찾아내서라도 우승하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 말이죠.
마케팅은 수학공식 처럼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가 "아르헨티나가 우승 못하면, 우리 브랜드의 신뢰가 깨질 겁니다."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건 바로 사람들이 가진 공통의 마음. 그 마음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더해 툭! 건드려 주는 거니까요.
진도준 대표의 말 처럼 이 도박이 실패하더라도 퀼메스 맥주는 간절한 응원의 순간으로 기억됐을테고, 우승을 한 지금 강렬한 승리의 감동으로 퀼메스 맥주는 기억 될 겁니다. 퀼메스 맥주로선 절대 지지 않는 도박을 한 셈입니다. 거기에 몇 배의 바이럴 효과는 덤이겠죠.
그리고, 우승 이후 준비해둔 후속 광고까지 내보냈는데요. 아마도 제작자들 역시 촬영 당시엔 우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는지, 우승을 축하하는 모델들의 텐션이 그리 높지 않은 부분이 흥미 포인트 입니다. 그렇다면 탈락 광고도 준비해 뒀을 텐데요. 그 광고도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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