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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May 16. 2019

08. 운동, 무리와 발전 사이

플라잉요가 8주차, 할수록 더 모르겠어요

나는 손목이 정말 얇다. 살도 근육도 없고, 뼈 자체도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턱없이 얇아서 팔찌나 시계 같은 것도 길이를 많이 조절하지 않으면 아무렇게나 찰 수 없다. 나보다 손목이 얇은 성인을 만나본 적이 없을 정도. 그리고 아마도 그건 엄마에게서 물려받았는지, 엄마도 나처럼 얇고 연약한 손목을 가졌다.


늘 손목이 아픈 엄마에게 손목을 강화하기 위해 플라잉요가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보았다. 나는 플라잉요가를 하면서 팔목이 많이 단단해지고 손에도 힘이 많이 생겼다고. 하지만 이내 걱정이 앞서, 손목이 아주 상하면 어떡하지 하고 제안을 슬그머니 거두었다. 일단 엄마는 더 이상 젊지 않다. 그리고 약한 손목은 자꾸 쓰면 안 된다고도 들어서 어쩔지 모르겠다. 소모하지 않으면서 강화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겠지?


운동을 하러 가면 왕왕 듣게 되는 말이, 어느 정도 힘이 들어야 운동이 된다(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어느 정도라는 것은 대체 어느 정도라는 것인지. 요리할 때 소금 한 꼬집 - 누구 손 기준인가요! 이나 적당히 볶아주세요 같은 팁보다 더 어렵다. 요가를 할 때는 또 "무리해서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항상 듣는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버티세요!"라고 하시면 이건 '천천히 빨리 와' 같은 것인지, 정말 힘든 날은 혼란스러워지고 만다. 아아 어쩌라는 건가요 선생님... 기본값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몸상태에서 하려다 보니 더 그렇다.


전문가인 선생님을 따라 운동을 하다 보면 저걸 다 해내는 게 기본인 것만 같고, 아무리 '너무 무리하진 말자'라고 생각은 해도 막상 기를 쓰고 따라 해 보게 된다. 휴 힘들었다- 하고 느낄 때의 내밀한 뿌듯함도 무시할 수 없지.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기어코 몸살이 나는 날이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운동이 되는 선이고 어디부터가 무리해서 몸이 상하게 되는 걸까.


예를 들면, 골반과 허벅지가 썩 좋지 않은 나는 다리를 찢는 동작만큼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무리를 하고 말 것도 없다. 하지만 대체로는 어떤 동작을  해도 아예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다 하자니 너무 힘든~ 그런 애매한 지점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마치, 반 사이즈를 작게 입으면 들어는 가지만 너무 불편하고 반 사이즈를 크게 입자니 남의 옷을 입은 것 같은 애매함이랄까... (좀 다른가요? 흠흠)


냉정하게 이건 무리하지 않고자 함인지 아니면 사실 엄살을 부리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지만, 묻는다고 꼭 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 몇 주간은 자꾸 운동 후 몸살이 나서 끙끙 앓는 일이 잦아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몸살이 난 몸을 끌고 운동을 가야 몸이 풀어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인지, 그땐 무리하지 말고 쉬어주는 게 몸이 축나지 않는 방법인지.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는 내 마음을 잘 모를 것이라는 다소간의 피해의식 같은 억울함이라도 드는 날은 아 몰라 다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다. 선생님도 이런 엉망인 몸으로는 살아본 적이 없지 않나요? 하고 속으로 괜한 원망도 해본다. 얼마 전엔 신나게 운동하고 와서 하루를 드러누워 지내며 '운동을 안 하느니만 못한 생활은 아닌지' 고민했다.


1:1 내지는 소규모로 코칭을 받으면서 운동을 하면 우왕좌왕하지 않고 좀 더 수월하게 그 균형을 찾아갈 수도 있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역시 자꾸 하면서 스스로 감을 찾아가는 수밖에. 뭐든지 처음엔 쉽다가 할수록 더 혼란스럽고 모르겠는 시기가 온다고 하니까, 언젠가 그 시기도 뛰어넘어 내 몸을 이해할 수 있는 날도 오겠지.


적어도 우매함의 봉우리는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위안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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