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내가 듣고 싶은 말인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 밀려오곤 한다. 우리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소통이 단절되는 세상에 이게 무슨소리냐고? 카톡이나 문자로 주고받는것도 엄연한 말 아닌가? 입으로 전달하는냐 글로 전달하는냐 도구의 차이일뿐. 단지 입으로 전달하기보단 짧은 형태의 글로 카톡이나 문자로 주고받는 상황이 많아졌을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 말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통하는것에 있어서는 기쁜 일이지만 얼굴을 보고하는 대면의 소통이 아닌 비대면의 소통이 때로는 오해의 소지도 많아 불소통으로 이어지기도 하는것 같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들을 일이 있었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듣고 난 후 나에게 여러가지 피드백들을 해주셨었다.
'블로그도 하시고, 유튜브, 인스타등 SNS를 키우셔야겠네요. 그리고 글을 쓰셔야 합니다. 책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일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니깐요' '어라? 이거 다 지금 하고 있는데? ‘나 그럼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나 잘했다고 하는건가?'
왠지 칭찬의 말을 들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여서 시작은 했지만 사람인지라 가끔씩 버거울때가 있었다.
그럴 땐 그냥 놔버리고 싶은 생각도 불쑥불쑥 들었다. 아마 그런 마음이 심해지면 번아웃으로 이어질수도 있기에 나 스스로 그런 날만큼은 휴식을 선택해 쉬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데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해야한다니 잘하고 있다고 말씀을 해주시니 왠지 인정받는것 같아 기쁨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다.
두해전엔가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왜 새벽에 일어나요? 낮에 하면 되자나요‘
엄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주변이 시끄러우면 집중이 안되서 써지지지가 않아. 그리고 너희들도 챙겨야하고 집안일도 해야하고 또 집중하지 않는 다른 일도 하고 있자나
엄마 열심히 사네요
아이한테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처음엔 당황스러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은 이내 기분좋은 느낌으로 변해갔다. 아이의 눈에도 엄마가 열심히 산다는게 보였나보다. 그리고 왠지 인정받은 느낌에 으쓱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고보니 난 늘 인정의 말을 듣고싶어했다. 그리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자꾸 남에게서 확인받고 싶어했다. 이건 인정의 욕구가 강한 나이기에 어쩔수 없다. 그렇게 몇십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것이 있다면 남에게서만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는거다.
전에는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하기 싫은 일도, 하기 싫은 말도 하며 지내올때가 많았는데 받으려고, 들으려고 하는 말들과 행동들이 아니였는데도 불쑥 이렇게 이야기를 들을때가 있으니 감동이 더 배가 되는듯하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이야기해줄때 잔잔한 감동으로 가슴 한편이 따스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잔잔한 감동들이 모여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는건 아닐까.